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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아프간 회의' 연 중국

딸기21 2022. 3. 3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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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is image taken from video footage run by China's CCTV on Wednesday, March 30, 2022, Chinese Foreign Minister Wang Yi holds talks with Taliban-appointed Afghanistan foreign minister Amir Khan Muttaqi at right during a meeting held in Tunxi district in eastern China's Anhui province. (CCTV via AP)

 

중국이 아프간 관련 국제회의를 열어서 미국, 러시아 등의 대표단을 불러모았다. 3월 30-31일 이틀 동안 중국 안후이安徽성 황산黄山의 툰시屯溪에서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 등의 외교대표들이 모여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논의. 

 

아프간 인접국 외교장관 회의. 작년 8월 탈레반 재집권하고 그 다음달인 9월에 파키스탄 주재로 화상회의. 이어 10월에는 이란 테헤란에서 두번째 회의. 미국과 동맹국들이 아프간 재정지원 끊으면서 아프간 경제 나락으로. 특히 주변국들은 난민 유입과 극단세력 움직임 등을 경계. 그래서 아프간 안정 문제 논의하는 자리를 만든 것. 중국 코로나19 경계하느라고 외진 도시에서 개최.

 

[로이터] China, U.S., Russia, Pakistan to hold talks on Afghanistan - China, U.S. say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주재하고 이란과 러시아에서는 외교장관 참석, 아프간에서도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장관 대행이 참석. 그밖에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이 아프간 인접국으로 참석. 여기에 인도네시아, 카타르 외교관들도 참여.

 

AP Photo/Hussein MallaTaliban fighters walk at the frozen Qargha Lake, near Kabul, Afghanistan, February 11, 2022.

 

미국도 톰 웨스트 아프간 특사를 보냄. 미-중-러 트로이카가 아프간 문제에서 동상이몽인 면도 있지만 기본적인 입장은 비슷. 탈레반이 포용적인 정부를 구성하고 테러 대응에 협력하고 경제재건을 약속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이 부분에 이해관계를 같이한다고 미 국무부 대변인은 말함. 다른 이슈에서는 극한대립을 하더라도 아프간 문제에서는 머리를 맞댈 수밖에 없는 거지.

 

아프간 문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일종의 투트랙. 탈레반이 여학생들의 공립학교 입학을 허용한다고 했다가 최근 다시 유턴, 금지시킴. 아프간 인접국들이 중국 등에서 회의하는 것과 별개로 카타르 도하에서 아프간 원조하는 나라들이 공여국 회의를 해왔음. 영국, 독일 등이 주도하고 미국도 참여. 하지만 탈레반의 여학생 입학금지 조치에 항의해서 3/25 회담을 미국은 참석 거부. 하지만 전쟁을 일으킨 책임이 있는 미국으로서 나몰라라 할 수는 없으니 대화 통로를 열어두고는 있음.

 

[아랍뉴스] Investment expected high on agenda as FMs of Afghanistan’s neighbors meet in China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아프간 투자 문제, 즉 경제적 지원이 제일 큰 안건. 탈레반은 중국의 광산 투자, 특히 카불에서 남동쪽으로 40km 떨어진 메스 아이낙Mes Aynak 구리 광산에 대한 투자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프간의 광물 자원은 1조 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수십 년에 걸친 내전 때문에 개발되지 못함. 

 

중국도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듯. 우선은 탈레반이 포용적이고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보고 있음. 그런데 여성 탄압 계속하고 극단주의자들로만 정부를 구성해서 국제사회의 인정을 못 받고 있으니 중국도 적극 투자하기는 쉽지 않음.

 

In this photo released by Xinhua News Agency, Chinese Foreign Minister Wang Yi, right, stands next to Mullah Abdul Ghani Baradar, acting deputy prime minister of the Afghan Taliban's caretaker government, in Kabul, Afghanistan, Thursday, March 24, 2022. (Saifurahman Safi/Xinhua via AP, File)

 

그러나 어쨌든 중국이 아프간 관리에 열심인 듯. 왕이 외교부장이 3월 24일에는 아프간 깜짝 방문. 탈레반 재집권 뒤 카불에 간 최고위급 외국 방문객이었던 셈. 정치적 경제적 협력과 교통부문 협력 등 논의했다고. 탈레반이 정권 잡은 뒤 국제기구들 아프간 철수했고 원조도 상당부분 중단. 탈레반은 중국이 도와주길 바라고 있고. 

 

중국은 탈레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어. 1990년대 탈레반이 1차로 집권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중국은 탈레반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피하고 있지. 작년 미군과 나토군 철군 뒤 카불의 외국 대사관들 많이 폐쇄됐지만 중국은 대사관 계속 열어두고 있고 아프간 측에 제한적인 긴급 지원도 해줬지. 아프간과 국경 맞대고 있고 위구르 분리주의 문제와 연관돼 있어서 관여하는 측면이 크지. 중국은 탈레반 정부에, 위구르 분리주의 무장세력이 아프간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지 못하게끔 확약을 하라고 요구해왔음.

 

[로이터] Donors concerned over Taliban's U-turn on girls' schools - UNDP head

 

중국이 이슬람국가들과도 점점 밀착. 왕 부장은 아프간 방문 무렵에 파키스탄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외교장관 회의에도 참석, 특별손님으로 환영받음.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함. 정작 주최국인 파키스탄이나 참가국 대표 누구도 중국의 신장 지역 무슬림 탄압에 대해서는 항의하지 않음. 

 

[AP] China shows Afghanistan ambitions at multinational meetings

 

지난해 8월 아프간 미군 충격적 철군한 뒤 유라시아 복판의 힘의 공백을 중국이 메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중국이 아프간 관리의 책임을 자처하면서 영향력을 늘리고 있음. 미중러를 트로이카라 하고 그 밖의 나라들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를 ‘확장된 트로이카 회의’라고 외국 언론들은 표현. 중국은 전체 회의 외에, 미-러 대표와 트로이카 미팅도 가졌음. 일단 아프간 문제에서는 중국이 중심에 있다는 것이 이번 회의를 통해 분명히 드러났음. 

 

Girls leave their school following order of closure by Taliban just hours after reopening in Kabul / AFP

 

아직 본격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해도, 결국 중국이 아프간 인도적 지원과 경제개발 프로젝트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은 거의 확실. 미국 컬럼비아대 알렉산더 쿨리 교수, AP 인터뷰에서 "중국이 역내 강국임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는 것". 미국의 비판자이자 아프간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서 서방을 대체하는 지도적인 국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평가.

 

또 하나 이번에 눈길 끈 사람은 우크라이나 침공 뒤 처음으로 중국 간 러시아 외교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이 우크라이나 측과 회담하려고 터키 방문한 적 있지만 이 문제가 아닌 다른 일로 외국 간 것은 전쟁 시작 후 중국 방문이 처음. 왕이 부장과 만나서 ‘팔꿈치 인사’했다고. 대화 내용은 자세히는 알려지지 않음. 

 

[글로벌타임스] Wang meets Lavrov in China, hails ties as withstanding test of changing intl situation 

 

우크라 문제로 모스크바와 거리를 둘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제재에 직면할 것인지는 중국의 딜레마. 하지만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 왕이-라브로프 만남을 보도하면서 "미국과 일부 서방국은 중국의 딜레마를 과장하고 있지만 중국은 늘 일관되고 균형잡힌 자세를 취해왔다"며 냉전 블록 같은 사고방식이 아닌 상호 이익에 기반을 둔 관계라고 주장. 다자주의, 평화와 비동맹, 비대결이라는 입장을 강조. 

 

Foreign Minister Shah Mahmood Qureshi leaves for China on three-day visit. PHOTO: RADIO PAKISTAN

 

왕이는 아프간 관련 회의와 별개로 30일 파키스탄, 러시아, 카타르 측과 개별 회담. 파키스탄 외교장관과 만나 우크라 위기의 부정적인 파장을 우려하는 발언. 아시아에서까지 냉전적 사고가 부상하고 중소국들이 열강 간 게임의 수단으로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말함. 미러 모두를 향한 경고겠지.

 

[알자지라] Lavrov on first China visit since Russian invasion of Ukraine

 

이란 핵합의 되살리려고 미국 등 서방이 지금 이란과 협상 중인데. 이란 외교장관도 아프간 회의 참석차 중국에.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 회의 개막 하루 앞두고 29일 중국 도착. 아프간 문제도 있지만,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중국 가기 전 국영TV에 나와서 중국과의 협력 협정을 주로 얘기.

 

Iranian Foreign Minister Hossein Amir-Abdollahian attends a meeting with the Russian foreign minister in Moscow on March 15, 2022. /AFP via Getty Images

 

작년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승인 하에 협상 시작한 협력협정. 당시에는 중도개혁파 정부였고 그 뒤에 이란 대선에서 보수강경파가 승리했지만 정권 성향 상관 없이 '동쪽을 보자'며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자는 것에 공감대. 중-이란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은 이미 관계가 구축된지 25년이나 되기도 했고. 이란 친정부 신문인 카이한의 Hossein Shariatmadari 편집장은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전달해온 사람인데, 이란-중국-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결국은 3국 간의 동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3월 초 말한 바 있음. 

 

[알모니터] Iran's foreign minister in China to pursue partnership deal

 

다만 생명줄인 석유 개발 이권을 내주는 문제에서 이란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나라이고. 또 자원개발지역 치안유지 위해서 중국 병력이 이란 내에 주둔하는 문제는 아주 예민한 사안. 이란 남부 유전과 가스전들 있는 곳의 섬들에서 중국이 개발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이란 안에서도 논란이 많음. 2000년대 두 차례 대통령을 지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는 지난 1월 이란 정부와 중국 간의 경제적 거래가 서방과의 핵합의보다 더 나쁘다고 비난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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