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미국에서 기록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지 언론들이 북서태평양 열파(Western North America heat wave)라 부르는 현상이다. 예년 6월의 평균 기온을 11~19도 웃도는 기온에, 캐나다의 경우 6월 말까지 103곳에서 최고 기온 기록이 생겨났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까지 고온현상이 확장되고 있고, 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했다.
6월 29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라이튼 지역 최고기온은 49.6도. 캐나다 역사상 최고치다. 6월 27일 46.6도, 28일 47.9도에 이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캐나다 최고기온일뿐 아니라 세계의 북위 45도 이상 지역에서 역사상 관측된 최고기온이라고 한다. 이 지역뿐 아니라 브리티시컬럼비아주 곳곳에서 낮 기온이 40도를 넘겼고 앨버타주 등에서도 여러 지역이 40도를 넘거나 육박했다.
미국에서는 워싱턴주 첼란 카운티, 오리건주 포틀랜드 등에서 6월 28~29일 사이에 47~49도까지 수은주가 올라갔다.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는 시애틀은 태평양 해안에 위치해 있고, 1894년 이래로 작년까지는 6월 기온이 가장 높았을 때가 38도였다. 120여년 간 그 기온을 기록한 것도 겨우 세 차례였는데 6월 28일 42도로 올라갔다. 시애틀 교외 내륙지대인 메이플밸리는 48도를 기록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는 7월 1일까지 5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 미국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도 6월 말까지 70여명이 숨졌다. 원래 그 정도로 더운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에어컨 설비를 갖춘 집이 적은 탓도 있었다. 시애틀만 해도 2019년 미국 연방센서스국 조사에서 에어컨이 있는 가구는 44%, 절반에도 못 미쳤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경우는 에어컨이 있는 집이 34%에 불과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미국 오리건주, 워싱턴주는 코로나19 대비 보호소로 만들었던 곳들을 더위 피난소로 바꿨다.
미국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시나리오를 담은 저서 <2050 거주불능 지구>에서 미래 도시에서 고통스러운 열사병이 유행할 것으로 관측했다. 기온이 올라가면 인체는 온열 스트레스를 겪고, 더 심해지면 열사병으로 나아간다. 처음에는 대개 탈수 증상을 보이고 이어 발한(땀)과 구토, 두통이 나타난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 인체는 자꾸만 혈액을 바깥의 피부 쪽으로 내보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체내 온도가 올라가고 내부 장기가 망가질 수 있다. 그러다가 심장마비가 오기도 한다.
인간의 몸이 견뎌내기 힘든 온도는? 습도에 따라 다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상대습도와 기온을 조합해 더위지수Heat Index(HI)를 산출해놨다. 상대습도가 40% 이하라면 온도가 41도 이상으로 올라갈 때 인체가 '위험'해지고, 54도가 넘어가면 '매우 위험'하게 된다. 하지만 상대습도가 60%라면 33도만 해도 '위험', 38도에는 '매우 위험'한 상태가 된다.
전력 과부하 때문에 오리건주, 캘리포니아주, 뉴멕시코주 등에는 비상이 걸렸다. 전력난, 수도 공급난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이 발생했다. 포틀랜드 전력회사는 발전소 설비가 뜨거워지지 않도록 여분의 냉각 시스템까지 모두 돌리느라 생산하는 전력의 상당량을 소모하는 실정이다. 컨설팅회사 언스트&영의 분석가 오마르 알주부리는 NBC뉴스 인터뷰에서 “현재의 인프라와 운영방식으로 감당할 수 있는 한계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미국 서부는 지금 가뭄이 극심해 강과 저수지의 수위가 내려간 상태다. 네바다주 후버댐의 저수지 수위도 훌쩍 내려갔다. 물 부족은 전기와도 관련돼 있다. 석탄, 천연가스 발전소와 핵발전소가 모두 냉각용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자칫 물이 모자라 발전소 운영이 차질을 빚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고온에 가뭄, 총체적 '기상 난국'이다.
열파(熱波, Heat wave)는 지상 3,000–7,600m에 형성된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쏟아부으면서 일어난다. 공기가 압축될수록 더 뜨거워지고, 주변의 구름과 바람을 몰아내 고온 현상이 며칠 이상 계속된다. 그러면서 미국 언론들이 ‘열돔(heat dome)’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일어난다. 땅 부근이 더워지고, 위에서는 고기압이 냄비의 뚜껑처럼 뜨거운 열기를 덮는 열돔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표면이 더워지면서 습기가 증발하고, 더 더워지는 상승작용이 일어난다.
세계에서 이런 폭염은 점점 잦아지고 있다. 1995년 미국 시카고 폭염 때에는 직접 사망자가 739명에 이르렀다. 2003년에는 남유럽에 폭염이 닥쳤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에서 7만명가량 숨졌다. 당시 유럽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코로나19 이전에 '유럽의 무능'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 이 더위였다. 혼자 살던 노인들이 희생되면서 유럽 복지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3년 뒤인 2006년 유럽에 또다시 무더위가 닥쳤다. 이 때에는 북쪽의 아일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까지 기온이 40도 가까이로 올라갔다.
2007년에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등 남아시아에 열파가 들이닥쳤다. 곳곳의 기온이 40도를 넘겼다. 사람들이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고, 인도 펀자브 주에서는 곡물 수확량이 급감했다. 2010년에는 열파가 북반구 거의 전역을 뒤덮었다. 유럽과 러시아, 중국 북부 모두 기록적 고온을 보였고 특히 러시아에서는 이례적인 폭염에 더해 대규모 산불이 났다. 2011년에는 북미 열파가 찾아왔고 이라크 바그다드가 52도를 기록하는 등 중동 내륙지역에서 초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2013년은 호주의 더위(Angry Summer)로 시작해 중국, 아르헨티나 등 곳곳에서 기온이 치솟았다.
2018년, 한국이 무지 더웠던 그 해. 파키스탄과 인도 등 남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의 더위도 심했다. 가뭄이 겹쳐 그리스에서 스웨덴까지 여기저기서 산불이 났다. 2019년 다시 인도-파키스탄 열파와 유럽 폭염이 이어졌다. 그 해 말부터 작년 봄까지 호주는 초대형 산불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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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고온도 산불로 이어지고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는 고온 속에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1일까지 관측된 산불만 82건. 최고기온 기록을 찍었던 라이튼 지역 주민들은 산불 때문에 대피를 해야 했고, "눈 앞에서 모든 것을 잃었다"고 cbc방송 등은 전했다. 미국도 점점 더 심해지는 캘리포니아 산불에 매년 호되게 당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6월 30일 서부 지역 주지사들과의 화상 회의에서 최근의 열파와 산불 위험을 거론하면서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열파의 빈도가 잦아지고 정도도 심해지는 현상은 지구온난화가 일으키는 기후변화와 연결지어서 볼 수밖에 없다. 북미가 여름 폭염을 겪기 전, 올초 다른 지역에선 이례적인 겨울철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한겨울의 베를린과 파리 기온이 20도에 이르렀고, 체코와 폴란드에서도 20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간 지역들이 있었다. 슬로베니아에서는 25도까지 올라갔다. 중국 베이징도 올해 2월 기온이 25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2월 21일 포항 기온이 24.5도로 측정됐다. 이상기온, 기상이변은 이제 뉴노멀이 아니라 그냥 노멀(일상)이 돼버렸다.
기후재앙으로 경제적 손실도 늘고 있다. NOAA는 미국에서 1980년부터 지금까지 285건의 기후 재해가 일어나 총 1조9000달러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에어컨이 없는 사람들이 무더위에 가장 고통받듯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기후재앙의 피해를 더 많이 입을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다시 궤도에 올리고 박차를 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타격을 입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을 만드는 게 시급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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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는 지난 5월에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예산을 두 배로 증액하라고 지시했다.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인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 엉망진창 그 자체였던 FEMA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인 지난해에는 코로나19가 퍼지는 상황에서 7개 주의 병원들에서 마스크 등 의료용품을 배포하기는커녕 오히려 '압수'해 비난을 받았다. 1995년의 시카고 폭염 때 사망자가 늘어난 것도 공중보건 인프라가 부족했던 탓이 컸다는데, 바이든 정부가 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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