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올림픽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7월 23일 개막, 8월 8일까지 열리는 도쿄 올림픽은 지난해 열렸어야 했지만 코로나19로 한 해 연기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최근 “올림픽을 최우선에 놓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 대응이 더 급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른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다. 무토 도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한 차례 연기하면서 “재연기는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대회를 취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IOC와 일본 올림픽조직위원회, 일본 정부 조정위원회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도쿄올림픽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화상회의를 열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화상회의 모두발언에서 “선수촌은 아주 안전할 것이고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안전하게 치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선수들, 올림픽 관계자들, 취재진 등 외국에서 도쿄 올림픽을 위해 일본 방문하는 사람은 7만9000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조직위 측이 각국 올림픽위원회와 스포츠연맹들에 대표단 수를 줄이도록 요청해 당초 규모보다 절반 정도로 줄였다. 무토 조직위 사무총장은 방문객 수가 9만명을 넘지 않게 할 것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경기를 뛰지만 관중석은 텅 빈 채 치러지는 썰렁한 대회가 될 판이다.
이번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는 1만5000명 정도다. 조직위 측에 따르면 선수들은 일본에 도착한 뒤에 격리를 하지는 않지만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며 이동은 숙박시설과 경기장으로 제한된다. 숙소와 경기장을 오갈 때에도 주최측이 제공하는 교통수단만 이용한다.
[NHK] IOCバッハ会長「安全な大会運営に完全に注力している」
바흐 IOC 위원장은 선수단과 관계자들 75%가 이미 백신을 접종받았고, 대회가 개막되기 전에 접종률이 80%를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을 강조한 바흐 위원장조차 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을 바꿨다. 바흐 위원장은 17일 히로시마 성화 봉송식에 참석하고 18일 도쿄에서 스가 총리 등과 회담할 예정이었으나 일본 방문을 취소했다. 일본 언론들은 바흐 위원장이 개막식 11일 전인 7월 12일 도쿄에 도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5월 21일 현재 세계 코로나19 누적 감염자는 1억6600만명, 사망자는 345만명에 이른다. 일본은 누적 감염자 72만명에 사망자는 약 9300명이다. 이번주 들어 하루에 7000명씩 확진을 받고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고는 해도, 세계적으로 아직 감염을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백신으로 코로나19를 탈피한 나라는 없다. 집단면역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본의 백신 접종율은 주요 경제국들 가운데 가장 낮은 편이다. 1억2600만명 인구 가운데 한 번 이상 접종을 받은 사람은 3.9%에 불과하며 두 차례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1% 밖에 안 된다. 닛케이에 따르면 도쿄의 의료종사자 중 접종 끝난 사람은 30% 미만이다.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1일에야 승인했다.
[로이터] Japan health panel approves Moderna, AstraZeneca COVID-19 vaccines
게다가 최근 들어 도쿄의 감염자 증가세는 다소 주춤하지만 일본 다른 지역에서는 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양상. 특히 최근 확진자들 가운데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이 계속 늘고 있다. 도쿄도와 3개 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다시 비상사태가 선언됐고 식당과 술집 등의 영업이 제한됐다. 비상사태는 오키나와로도 확대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올림픽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일본인들이다.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83%가 올림픽이 취소되거나 재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 신문이 17일에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43%는 취소를, 40%는 재연기를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신문의 한 달 전 여론조사 때보다 올림픽 반대론이 14%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도쿄 올림픽을 개최해선 안 된다는 온라인 청원에는 2주만에 375,000명이 서명했다. 지난 5일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연합회장이 국제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 올린 청원이다. 도쿄 중심부에서는 올림픽 취소하라는 거리 시위까지 등장했다.
[아사히] 「手いっぱい」 都内のかかりつけ医団体、五輪反対表明
무엇보다 일본의 의료진들이 올림픽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쿄 도내 의사 등 약 6000명으로 구성된 도쿄보험의협회는 스가 총리 앞으로 올림픽과 패럴림픽 개최를 중지하라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코로나19의 4차 파도로 인해 의료기관들이 어려움을 맞고 있다"며 "올림픽이 개최되는 7월은 무더위로 열사병 환자들이 많은 기간이기도 하므로,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를 늘릴 수 있는 이벤트는 중지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아이치현에서는 간호사 단체가 올림픽 기간에 간호사를 파견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현장 상황이 시급한데 올림픽 때문에 병원을 비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 정부 안에서도 의료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 감염증 대책 분과회를 이끄는 오미 시게루 회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감염 정도와 의료 상황을 근거로 논의를 확실히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시게루 회장은 20일에도 이런 우려를 재차 표명하면서 "의료 부담이 얼마나 될지 평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의원들에게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부터 일본 정부의 대응은 미진했다.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적극적으로 제 때 공급하지 않았고, 진단을 신속히 늘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물러난 아베 신조 정부와 우익들은 코로나19 위험성을 경시하면서 진단을 줄이고 통계도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가 의료 과부하였다. 몇몇 지역에서는 병상 가동률이 100%가 넘는다. 한 의사는 CNN에 “환자들이 오면 일부는 치료하고 일부는 돌려보내야 한다, 누구를 죽이고 살릴지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올림픽으로 환자가 급증하면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의료계는 우려한다.
의료인프라 부담 때문에 선수단 유치 계획을 포기하는 도시들도 많다. 니혼게이자이 20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 도시 40곳이 의료자원에 과도한 부담을 줄 것이라며 선수단 유치 계획을 취소했다. 미국 육상팀이 훈련할 예정이던 도쿄 옆 치바현의 구마카이 도시히토(熊谷俊人)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 주민들이 쓰지 못하게 하면서 올림픽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희소한 병상을 내줄 수는 없다”고 했다. 미국 육상팀은 훈련계획을 취소했다. 이바라키현도 선수들에게 우선적으로 병상을 내줄 수는 없다며 정부의 의료협력 요청을 거절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올림픽이 수퍼 스포츠이벤트가 아니라 코로나19 '수퍼 확산 행사'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올림픽 BMX 프리스타일 사이클링테스트 등 사전 행사나 이벤트들도 취소되고 있다. 유명 스포츠인들도 올림픽을 열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일본 남녀 테니스 간판스타 니시코리 게이와 오사카 나오미, 마스터스챔피언인 골프선수 마쓰야마 히데키 등이 대회를 강행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만에 하나 일본이 올림픽을 취소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IOC 규정에 따르면 대회를 취소할 권한은 오직 IOC에 있으며 개최도시에는 선택권이 없다. IOC가 전쟁이나 재난 등으로 인해 올림픽 참가자들의 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본다면 취소할 수는 있다. 1916년, 1940년, 1944년 세 차례 1, 2차 세계대전 때문에 대회를 취소한 전례가 있다. 그런데 지금 IOC는 코로나19는 그런 위협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BBC] Tokyo Olympics: Why doesn't Japan cancel the Games?
IOC가 대회를 강행하겠다고 하는데 일본 쪽에서 취소를 결정한다면, 일본이 그와 관련된 비용을 모두 물어내야 한다. 수십억 달러의 방송 협찬금액을 비롯해 계약상 걸려 있는 돈이 많다. IOC와 일본 조직위원회, 방송사들과 후원사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보험에 들어 있을 것이므로 대회가 취소된다면 사상 최대 보험금 지급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BBC는 보도했다. 하지만 그것은 올림픽 대회 자체만의 이야기다. 일본 관광업계 등이 올림픽에 맞춰 투자한 비용은 모두 날아간다.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하지만 코로나19는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 1분기 경제는 5.1%축소됐다. 당초 예상인 4.6%보다도 더 심하게 위축된 것이다.
[재팬타임스] Japan's economy slumps more than expected as COVID-19 hits consumption
[구정은의 ‘수상한 GPS’]‘전후 최장기 집권’ 일본 아베 총리의 ‘오욕과 레거시'
돈 문제를 넘어 일본 입장에선 정치적으로도 취소하기가 쉽지 않다. 국가적 위신과 연관지어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도쿄 올림픽 유치는 자민당 정부의 치적 중 하나다. 일본은 1964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했고 이 대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재건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그 후 일본은 오랜 경기침체에 더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일어나 국제적으로 위신이 추락했다. 그래서 2020 올림픽을 다시 세계에 국력을 과시하는 행사로 삼고자 했던 것이며, 취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딸기가 보는 세상 > 이웃동네, 일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새 방위상에 아베 친동생 기시 노부오 (0) | 2020.09.16 |
---|---|
스가 내각은 ‘아베 정부 2.0’…각료 20명 중 15명 유임·돌려막기 (0) | 2020.09.16 |
71세 총리, 81세 간사장...늙어진 일본 정계, 관방장관은 누구? (0) | 2020.09.15 |
'차기 일본 총리' 정해졌지만...진짜 '스가 색깔'은? (0) | 2020.09.14 |
일본인 절반, "건강이상설 아베 총리 사임해야"…마이니치 여론조사 (0) | 2020.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