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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내각은 ‘아베 정부 2.0’…각료 20명 중 15명 유임·돌려막기

딸기21 2020. 9. 16. 16:02

스가 요시히데 일본 신임 총리가 16일 도쿄의 의사당에서 열린 중의원 총리 선출 투표 뒤 일어나 인사를 하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일본의 ‘역대 최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막을 내렸다. 16일 오전 임시 각료회의는 내각 총사퇴로 마무리됐다. 이날 오후 열린 임시국회 중·참의원 본회의에서는 ‘총리대신 지명선거’가 실시됐다. 이틀 전 자민당 새 총재가 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관방장관은 총리 투표에서 중의원 462표 중 314표, 참의원 240표 중 142표를 얻었다.

 

스가 신임 총리는 관저에서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와 회담을 한 뒤 각료 인사를 정했고, 그 후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신임 관방장관이 내각을 발표했다.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새 총리와 각료들에게 임명장을 주는 ‘친임식’과 각료 인증식을 거치면 스가 내각이 정식으로 발족한다. 스가 총리와 야마구치 대표가 이날 오후 함께 서명한 새 연정 수립 합의문에는 개헌을 비롯한 9개 중점과제가 담겼다.

 

 

니혼게이자이 등에 따르면 이날 스가 총리의 정치적 고향인 도쿄 근교 요코하마의 시장 골목에는 축하 현수막이 걸렸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이래 99번째 총리임을 기념하는 99엔짜리 떡과 국수들이 매대에 진열됐다. 하지만 7년 8개월만에 새 정부가 출범하는 의미는 별로 찾아보기 어려웠다. 각료들의 면면을 보면 ‘아베 정부 2.0’이라 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깜짝 인사’는 없었고 파벌 안배와 연속성에 초점을 맞췄다. 내각 2인자이자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으로는 아베 내각에서 후생노동상을 맡았던 가토가 옮겨갔다. 이미 자민당 관계자들과 언론을 통해 알려졌던 대로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이 행정·규제개혁담당상으로 이동했고, 아베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의원이 후임 방위상이 됐다.

 

 

예상대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상 등 아베 내각의 핵심 각료는 그대로 머물렀다. ‘반 아베’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도 유임된다. 올림픽상, 경제재생산 등도 바뀌지 않았다.

 

스가 총리가 총재 선거 뒤 파벌 탈피와 능력 위주 인사를 강조했을 때에도 기대감이 높지는 않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였다. 공명당 몫의 국토교통상 1명을 뺀 나머지 각료 19명의 구성은 자민당의 파벌구조를 그대로 반영했다. 최대 계파인 호소다파 5명에 아소파가 3명이고 다케시타파, 기시다파, 니카이파에 2명씩을 배분했다. 이시바파와 이시하라파가 각각 1명이고 무파벌이 3명이다. 총재 선거에서 스가 총리와 맞붙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파벌에서도 한두 명씩 넣어 배려를 했다. 의석수를 거의 그대로 반영한 ‘파벌 비례대표 내각’인 셈이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총리 선출 뒤 “일치단결해서 정권을 지지하겠다”고 화답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16일 중의원에서 열린 후임 총리 선출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8명은 유임이고, 직책만 바뀐 가토 장관을 비롯해 3명이 스가 내각에 그대로 남았다. 신임 각료 9명 중에서도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법무상, 다무라 노리히사(田村憲久) 후생노동상, 오코노기 하치로(小此木八郞) 국가공안위원장은 아베 내각에서 맡았던 자리에 그대로 복귀하는 것에 불과하다. ‘디지털상’을 신설해 서일본방송 소유주이고 회장을 지낸 히라이 다쿠야(平井卓也) 의원에게 맡겼으나 그 역시 아베 내각에서 과학기술상을 지냈다. 결과적으로 각료 20명 중 첫 입각은 5명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유임 혹은 ‘돌려막기’ 인사다.

 

스가 총리는 무파벌·비세습 정치인임을 내세웠지만 총재 선거부터 새 정부 출범까지, 일본의 방향이나 위기대응 혹은 개혁 같은 목표와 명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당내 기반이 아직 약한 탓도 있지만, 이대로라면 그가 ‘아베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