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윌리엄 노드하우스, '기후카지노'

딸기21 2021. 1. 6. 13:49

기후카지노

윌리엄 노드하우스. 황성원 옮김. 한길사

 

읽기 전에 좀 고민을 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에 대한 책을 또 읽어야 하나... 하지만 읽으면서 이 책은 기록을 꼭 해놔야지 싶었다.

 

저자의 스펙으로만 보면 이 분야 책들 가운데 독보적이다. 예일대 경제학 석좌교수, 201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책은 그 유명한 상을 받기 전인 2013년,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낸 것이다. 교토의정서 체제는 끝났고(저자는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그런 측면이 실제로 있지만 국제사회의 대응체제를 어쨌든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계만을 볼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파리 기후변화협정(2016년)은 나오기 전의 그 시기.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거치면서 '기후변화 스핀(기후변화 따위는 없다~ 과장됐다~)'이 판을 치고 미국인들의 인식수준은 점점 정치적 스펙트럼에 따라 곤두박질치던 시기. 오바마 정부의 기후변화 대책은 번번이 공화당에 발목을 잡히다 못해 아무 것도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도널드 트럼프 시절 같은 최악조차 아니었던 시기.

 

기후변화는 얼마나 끔찍한 재앙을 가져올 것인가, 해수면이 얼마나 올라가서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어떤 재난을 당할 것인가. 중요한 문제이지만 경제학자인 노드하우스가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그런 쪽은 아니다. 

 

그의 관심은 경제적 영향과 해법, 그 해법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주의해야 할 사항, 그 해법에 넣어야 할 것들과 그것들에 대해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 점검해야 할 것들, 제도와 정책을 만들 때 기본 전제가 돼야할 것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해야 할 것들에 집중돼 있다. 말하자면 기후변화 대응체제의 틀이 돼야 할 경제적 개념과 정책 제언을 설명해놨다. 탄소가격제 개념과 탄소세 논의, 기후변화의 피해에 사람들이 둔감한 것을 할인율 개념으로 해석한 것, 자연 생태계의 '가격'을 논하는 것이 대중들을 설득하는 데에 필요한 이유, 윤리적 접근의 의미와 한계, 인간이 관리할 수 있는/관리되는 시스템과 관리할 수 없는 시스템의 특성을 통해 기후변화의 파괴력을 논한 것, 시장을 신뢰하면서도 국가의 개입을 적극 요구하는 것, 기술적 혁신을 앞당기기 위한 제언 등등은 아주아주 재미있었다.

 

파리 협정이 성사되고 중국과 인도의 태도가 바뀌고 '툰베리 세대'의 등장과 트럼프의 집권-퇴진이 숨가쁘게 이어지기는 했지만, 책이 나온 후의 그런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판돈이 적고 빠른 시일 내에 정답을 알게 될 것 같다면 바퀴가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경우 정답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 안개 낀 밤에 전조등을 끄고 커브길이 없기를 기도하면서 시속 100마일로 운전하는 것과 같다. 안개가 걷히고 난 뒤 바로 재난을 맞닥뜨리게 되느니 지금부터 조금씩 실천을 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불확실성과 관련된 경제학적 연구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이어진다. 생산량, 인구, 배출량, 기후변화에 대한 최상의 시나리오로 시작해서 이 시나리오의 비용과 영향을 가장 잘 처리할 수 있는 정책을 채택하라. 그러고 난 뒤 기후카지노에서 가능성은 낮지만 중요도가 높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경우를 고려하라. 이런 위험한 결과에 대한 대비책을 면밀하게 마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 문제가 그냥 사라지리라고 절대로 넘겨짚어서는 안 된다. (57쪽)

 

최악의 경우를 거론하며 호들갑을 떠는 대신에, 그는 "만일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보험을 들어야 한다"며 보험의 요건을 거론하는 식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다.

 

IPCC에서 수행한 연구에서 여러 모델은 평균적으로 21세기에 배출된 탄소의 50~60%가 21세기 말까지 대기 중에 남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모델과 배출량 증가율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정말 인간의 활동이 지구의 기후를 바꿀 정도로 의미가 있을까?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나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기록이 잘 되어 있는 분야를 들여다볼 것이다. 그것은 바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1958년 하와이 섬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관측하기 시작한 과학자들의 선견지명 덕분에 우리는 50여 년에 걸친 기록을 보유하게 되었다.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2012년까지 매달 관측한 결과 50년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5% 증가했다.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가 인간활동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기후과학자들은 빙핵을 이용하여 지난 수백만년 동안 이산화탄소 농도가 190ppm에서 280ppm 사이였다고 추정한다. 그런데 이제는 390ppm을 넘어섰으니 지구는 호모사피엔스 출현기의 이산화탄소 농도 범위를 훨씬 벗어나게 되었다. (61쪽)

 

노드하우스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하면서, 기후변화의 티핑포인트들을 꼽는다. 그가 보기에 '전 지구적 규모에서 특히 중요한 티핑요인'은 네 가지다. 그린란드와 서남극의 거대한 빙상이 녹아 해수면이 올라가는 1) 거대한 빙상의 붕괴 2) 해양순환의 거대한 변화 3) 온난화가 더 큰 온난화를 불러오는 되먹임과정 4) 장기적으로 강화된 온난화. 

 

http://www.ces.fau.edu/

 

두 번째로 중요한 특이점은 해류의 변화, 특히 일반적으로 멕시코만류라고 알고 있는 대서양 열염순환 Atlantic thermohaline circulation 의 변화다. 지금은 멕시코만류가 따뜻한 표층수를 북대서양으로 보내고 있다. 그 결과 북대서양 사람들은 위도에 비해 훨씬 따뜻하게 살고 있다. 
멕시코만류는 수천 년간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과거, 특히 빙하기에 거대하고 급격한 변동이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방향을 여러 차례 바꾸기도 했다. 지금은 멕시코만류의 따뜻한 표층수가 북쪽으로 흘러가면서 북대서양지역에 그 열기를 퍼뜨리고, 그 덕에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은 한층 안락하게 살고 있다. 이 멕시코만류는 북으로 가면서 차갑고 밀도가 높아지는데, 어떤 지점에 이르면 이 차갑고 밀도가 높아진 바닷물이 아래로 가라앉아서, 마치 컨베이어벨트를 탄 듯 남쪽으로 되돌아간다.
전체적으로 지구가 따뜻해지면 이 컨베이어벨트가 교란될 수 있다. 고위도에서 기온과 (담수)강수량이 모두 높아질 경우 표충수의 밀도가 낮아지게 된다. 소금물은 민물보다 농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러면 차갑고 밀도가 높은 물이 가라앉던 작용이 약해져 컨베이어벨트의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어쩌면 아예 멈췄다가 역류할 수도 있다. (87-88쪽)

 

이산화탄소는 대기, 해양, 생물권(천연식생, 작물, 토양이 흡수하는 형태로) 등 다양한 저장소에 천천히 나뉘어 들어간다. 기후가 따뜻해지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산업용 배출량의 증가로 인한 영향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되먹임 효과가 나타난다. 그중 한 형태가 해양에서 발생하는 되먹임이다. 복잡한 해양의 화학적 성질 때문에 지구가 따뜻해지고 해양에 녹아 있는 탄소가 포화상태에 이르면 해양이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21세기가 지나는 동안 이 해양-이산화탄소 되먹임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되먹임이 없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시나리오에 비해 약 20% 증가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강화효과가 훨씬 큰 되먹임은 온난화 때문에 갇혀 있던 탄소와 메탄이 배출되는 것이다.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은 점차 안정된 이산화탄소 화합물로 변환된다. 막대한 양의 메탄이 메탄수화물, 즉 얼음결정 안에 갇힌 메탄분자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 대부분의 메탄수화물은 해양의 퇴적층에 저장되어 있고, 그 외 많은 양이 추운 영구동토층의 땅속에 얼어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이 두 저장소에 있던 메탄이 대기로 배출되는 양이 늘어나 지구온난화 과정이 강화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메커니즘은 인간의 활동에 대한 기후의 중기적 반응과 장기적 반응 간의 차이와 관련되어 있다. 오늘날의 기후 모델은 기본적으로 ‘빠른 되먹임과정’을 계산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의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는 '느린 되먹임과정'도 있을 수 있다. 느린 되먹임과정에는 식생의 분해뿐만 아니라 빙상의 해체, 식생의 이동, 토양 툰드라 해양퇴적층에 있던 온실가스(앞서 언급했던 동결상태의 메탄 같은)의 배출 증가 등이 관련된다. 가령 빙하와 빙상이 녹거나 봄눈이 좀 빨리 녹으면 지구는 더 어두운 색을 띠게 된다. 이는 알베도(반사율)의 감소로 이어져 지구를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일부 모델의 계산에 따르면, 느린 되먹임과정을 포함할 경우 현행의 기후 모델이 계산한 것보다 기후민감도가 두 배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즉, 오늘날 대부분의 모델은 이산화탄소의 양이 두 배로 늘었을 때의 장기적인 민감도를 3도로 계산하고 있지만, 이것이 6도가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89-90쪽)

 

어떤 속도가 되든지 간에 세계 경제는 계속 발전할 것이고, 발전해야만 한다고 노드하우스는 말한다. 가난한 나라들이 그대로 가난에 내려앉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재앙일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이주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려면 대단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인간사회와 경제는 폭넓게 관리되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교훈은 우리가 현재 사회를 기준으로 기후변화를 가볍게 추정하면, 경제적 영향을 과대평가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오늘날의 북미 국가들과 맞먹을 정도의 소득을 향유하리라고 가정하기는 힘들지만, 많은 수가 그때까지도 사막에서 가축떼를 몰고 다니는 유목생활을 하리라고 가정해서도 안 된다. (153쪽)

 

약 2만 년 전 지구기온은 지금보다 4~5도 더 낮았고, 해수면은 약 120m 더 아래 있었다. 해수면상승의 요인은 크게 두 가지, 바로 열팽창과 육지빙하의 해빙이다. 열팽창은 물의 밀도가 기온과 염도, 압력의 수준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평균적으로 바다는 따뜻해지면 팽창하고, 따라서 해수면이 올라간다. 해수면상승에서 열팽창에 대한 부분은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정확한 모델도 만들 수 있다.
오늘날의 추정에 따르면, 해수면상승의 속도는 연간 약 3mm 정도다. 평균적인 기후변화 추정하에서 열팽창은 2100년까지 해수면을 약 0.2m 상승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세기에 이루어진 해수면상승의 속도보다 아주 조금 빠른 정도다.
해수면상승의 두 번째 요인은 빙하와 만년설의 해빙이지만, 이에 대한 추정은 대단히 불확실하다. 과학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거대한 세 빙상에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갇혀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빙상은 그린란드 빙상으로, 해수면을 7m가량 상승시킬 수 있는 양의 물이 얼음 속에 갇혀 있다. 두 번째 빙상은 서남극 빙상으로, 해수면을 5m가량 상승시킬 수 있는 양의 물이 들어 있다. 균형 잡힌 남극 빙상 속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의 얼음이 있지만, 그곳의 얼음은 워낙 차고 기반이 단단해서 수세기 내에 녹을 위험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54-155쪽)

 

탄소가 바다로 녹아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낮아지지만 해양의 화학적 성질은 바뀌게 된다. 이산화탄소가 바닷속에서 용해되면, 바다는 산성을 띠게 되고 탄산칼슘의 농도가 낮아진다. 이 탄산칼슘은 산호, 연체동물, 갑각류, 일부 플랑크톤 등 많은 해양유기체가 껍질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료다. 
해양산성화에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첫째, 주로 탄소순환에 좌우되기 때문에 기후 모델링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없다. 화학적 성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또는 경향이 워낙 분명하기 때문에 해양산성화에 대해서는 논란이 거의 없다.
둘째, 전체적인 현상이 최근에야 인지되었다. 중요한 발표물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불과 10년 안팎의 일이다. 실제로 2001년의 IPCC 3차 평가보고서에는 해양산성화와 관련된 생물학적 문제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셋째, 해양산성화 가설의 핵심 예측들은 세계 주요 바다의 측정을 통해 확인되었다. 대기와 해양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해양의 pH 하락(산도의 증가) 사이에는 확실한 연관성이 있다. 이제까지 연구한 많은 유기체(특히 산호초와 연체동물)에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석회화와 재생산 속도가 늦춰지는데, 이는 특히 고위도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석회화에 의존하는 종은 감소하고 석회화와 무관한 종이 증가하는 등, 종의 대대적인 재분포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해양산성화는 이산화탄소 축적과 관련된 가장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다. 이는 관리할 수 없는 시스템의 극단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168-169쪽)

 

기후변화정책에서 주요한 교환관계는 내일의 소비와 오늘의 소비 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있다. 오늘의 소비 100단위를 희생하여 기후에 투자할 경우, 미래의 소비를 200단위 늘릴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것이 좋은 투자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으려면 현재의 소비와 미래의 소비를 어떻게 비교해야 할까? 이는 할인을 통해 가능하다.
할인 논란의 중심에는 할인율을 규범적인 관점에서 도출할 것인가, 아니면 기술적(기회비용) 근거에서 도출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다.
먼저 규범적 관점부터 살펴보자. 저명한 영국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과 다른 저자들은 스턴보고서에서 미래세대의 행복을 할인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처사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미래에 있을 기후위해의 현재 가치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낮은 할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규범적인 관점의 지지자들은 상품에 대한 할인율을 연간 약 1%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예일대학교의 정치학자 존 뢰머John Roemer 는 지속가능성을 근거로 대안적인 접근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는 호소력 있는 주장이긴 하지만, 주택이나 에너지소비 같은 것에 적용되는 상품에 대한 할인율과 다른 시기 또는 다른 세대의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할인율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사람들이 지금의 사람들보다 더 부유하다면, 우리는 그들의 소비가 현 세대의 소비보다 가치가 낮다고 평가할 수 있다(즉, 할인하게 된다). 
그러면 할인 문제를 바라보는 두 번째 관점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철학자와 경제학자는 부유한 세대의 자원에 대한 윤리적 권리는 가난한 세대의 그것보다 낮다는 데 동의한다. 이는 오늘날의 소비에 비해 미래 소비의 가치를 할인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미래세대가 현 세대보다 더 부유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학파는 이런 철학적 고려가 기후변화 투자를 둘러싼 결정과는 전체적으로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할인율이 주로 사회가 대안적인 투자에서 얻을 수 있는 실제 수익에 좌우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국은 주택, 교육, 예방의학, 탄소감축, 해외투자 등 다양한 투자를 할 수 있다. 어떤 나라가 국제금융시장에서 5%나 10%에 돈을 빌려 그 부족한 재정을 풍력발전에 투자했는데, 수익이 1%밖에 되지 않는다면 결과에 실망할 수밖에 없다. 기술적인 관점에 따르면, 할인율은 주로 자본의 기회비용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자본의 기회비용은 대안적인 투자의 수익률이 결정한다. (272-274쪽)

우리는 시장현실이라는 맥락을 벗어난 추상적인 자기자본의 정의가 아니라, 사회가 직면한 실제 시장기회를 반영하는 할인율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할인의 논리는 단순히 미래의 일은 미래에 알아서 해야 한다는 이기적인 관점이 아니 다. 우리가 우리의 소득 전부를 소비하고 세상이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아무런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몇십 년 뒤 미래의 영향은 무시해도 된다는 입장도 아니다. 그보다는 미래세대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고수익 투자도 많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 바로 이 할인이다. 할인율은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을 가장 생산성이 높은 용도에 집중시킬 수 있도록 설정되어야 한다. 효율적인 투자의 포트폴리오에는 분명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투자도 들어가 있겠지만, 보건시스템, 열대질병 치료, 전 세계 교육, 모든 종류의 신기술에 대한 기초 연구 등 다른 중요한 분야들에 대한 투자도 들어가 있다.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투자는 결국 다른 투자들과 경쟁해야 하며, 할인율은 경쟁관계에 있는 투자들을 비교하기 위한 척도다. 
경제적 분석과 공학적 분석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안전한 한계 안에서 유지하는 것은 실현가능하다. 경제학 연구들은 정책이 합리적으로 효율적이기만 하면 기후변화를 2.5~3도로 제한하는 비용은 할인된 세계총소득의 1% 미만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282-283쪽)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연비가 좋은 차를 사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 비행기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는 대신 집 근처에서 휴가를 즐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기업들이 이윤을 극대화하여 주주들의 비위를 맞추는 동시에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운영을 재설계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과 엔지니어, 벤처자본가들에게 이들의 재능을 쏟아부을 유망한 영역은 바로 새로운 저탄소공정과 제품에 투자하는 일이라고 설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도 간단한 답이 있다. 에너지 부문 등에 대한 경제적 개입의 역사는 시장메커니즘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시장메커니즘 중에서 오늘날 누락된 가장 중요한 방식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높은 가격을 매기는 것, 즉 ‘탄소가격’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 발상의 배후에는 경제학 이론과 역사가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주된 통찰은 사람들이 이산화탄소와 다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는 방향으로 행동을 바꾸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바로 이산화탄소 배출에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이는 탄소집약도가 높은 상품의 상대적인 가격을 상승시키고 탄소가 들어 있지 않은 상품의 상대적인 가격을 낮춰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상승곡선을 아래로 끌어내릴 수 있다.
탄소배출은 경제적 외부효과, 즉 사람들이 물건을 소비하면서 완전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는 행위다. 어떻게 이 누락을 수정할 수 있을까? 이는 아주 간단한 경제적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것 중 하나다. 정부는 사람들이 자신의 배출에서 파생되는 모든 비용을 확실히 지불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탄소에 가격을 매긴다는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감축을 우위에 두겠다는 결정을 사회적으로 내렸음을 의미한다. (320-321쪽)

 

탄소가격의 아름다운 점 중 하나는 복잡한 탄소 관련 결정들을 단순화시킨다는 데 있다. 이는 여러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의 양을 줄이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일단 탄소가격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면 탄소를 이용하는 모든 활동의 시장가격은 사용된 연료의 탄소함량에 탄소가격을 곱한 값만큼 증가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치르는 가격 중 탄소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 얼마인지 알 수는 없을 테지만 굳이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탄소가격은 배출감축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정한 방식을 취하며, 생산에서 혁신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이 효율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최소화시켜준다.
경제학자들은 적절한 탄소가격을 추정할 때 두 가지 접근법을 사용해왔다. 첫째는 ‘탄소의 사회적 비용’이라고 하는 개념을 가지고 기후변화에서 발생되는 위해를 추정하는 것이다. 둘째는 통합평가 모델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환경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탄소가격을 추정하는 것이다. (327-329쪽)

 

탄소세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이상적인 세금에 가장 가까운 형태다. (이산화탄소 배출이라고 하는) 달갑지 않은 활동의 결과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이는 고려 중인 세금 중에서 유일하게 경제적 효율성을 증대시켜줄 수 있는 세금형태다. 또한 해로운 배출, 특히 석탄연소와 관련된 배출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공중보건상의 혜택을 가져올 것이다. 탄소세는 많은 비효율적인 규제안에 힘을 실어주거나 이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효율성을 훨씬 개선시킬 것이다. (335쪽)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탄소세를 선호하고, 협상가와 환경전문가들은 총량제한거래제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주요 고려사항 중에서 몇 가지만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탄소세 지지자들은 조세시스템이 성숙하고 보편적인 정책제도임을 지적한다. 조세제도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총량제한거래제와 관련된 경험은 제한적이고, 국제적인 경험은 사실상 전무하다.
또한 배출량을 겨냥한 접근법에서 양적인 제한은 시장 탄소가격의 심각한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다. 변동성이 높을 경우 경제적 비용이 커지고, 이는 민간부문의 결정권자들에게 일관되지 못한 신호를 보내게 된다. 반면 탄소세는 분명하게 일관된 가격신호를 보낼 수 있고, 해가 바뀐다고 해서 또는 날이 바뀐다고 해서 크게 변하지도 않는다.
표준적인 총량제한거래제와 탄소세 간의 중요한 차이는 누가 돈을 지불하고 누구에게 수입이 발생하는지와 관련된다. 역사적으로 총량제한거래방식의 허가중 또는 허용량은 규제대상인 기업들에게 공짜로 할당되었다. 가령 1990년의 미국 이산화황 프로그램에서는 사실상 모든 배출허가증이 역사적으로 많은 양을 배출했던 전력회사와 기업들에게 무상으로 할당되었다. 유럽의 이산화탄소 거래계획 초기단계에서도 허가증이 기업들에게 무상으로 할당되었다. 
탄소세를 시행할 경우 정부에게 귀중한 세수가 발생하여 소비자들을 위해 재사용되거나 중요한 집합재를 구매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345-346쪽)

규제의 역사는 환경과 관련된 규정들은 지속성이 더 크고 일반적으로 역전이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1990년 미국 의회는 이산화황 배출과 관련된 엄격한 규정들을 도입했다. 그 이후로 미국에는 커다란 정치적 변화가 몇 차례 있었지만, 배출기준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많은 분석가들은 총량제한거래정책의 규제방법이 지속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느 쪽을 지지해야 할까? 내 첫 번째 선택은 둘 중 아무거나 괜찮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산화탄소와 다른 온실가스 배출의 가격을 형성하는 것이다.
만일 내가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탄소세와 관련된 경제적 주장들, 그중에서도 특히 세수와 변동성, 투명성, 예측가능성과 관련된 주장들이 상당히 솔깃하다는 점을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처럼 새로운 세금에 강한 반감이 있지만 총랑제한거래제, 특히 경매방식의 거래제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라라면 총량제한거래제를 택하는 것이 분명 더 바람직하다. 
총량제한거래제에 탄소세의 장점을 섞어 혼합형 제도를 만들어내는 타협을 해보면 어떨까? 아마 가장 유망한 접근법은 가격 상한선과 하한선으로 양적인 제한을 설정한 혼합형 메커니즘일 것이다. 가령 탄소세 하한선을 최저 이산화탄소 가격에 대한 양적인 목표로 설정하는 시스템이 있을 수 있다. 유럽처럼 일부 국가들이 총량제한거래제 모델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정책을 조직할 경우, 각국이 세금 하한선의 몇 배로, 가령 최저수준에 50%의 할증료를 더한 수준에서 탄소배출권을 판매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 시스템에 상한선 안전밸브를 설정하여 변동성을 줄이면서 프로그램의 경제적 비용을 억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348-349쪽)

 

국가 간 정책을 서로 조화롭게 조정하는 데는 두 가지 접근법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유럽연합이 운영했던 또는 교토의정서가 제안했던, 국제적인 총량제한거래제 정책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계획을 시행할 경우 국가별 배출량에 한도를 설정하고, 국가 간 배출허용량의 매매가 이루어질 수 있다. 두번째 접근법은 각국이 서로 조화된 최소탄소가격에 합의하는 체제가 될 수 있다. 최소탄소가격에 합의하고 난 뒤 각국은 탄소배출에 대해 이 최소가격을 부과한다.
기후변화협상을 꾸준히 주목했던 사람들에게 총량제한거래제의 구조는 상대적으로 익숙한 반면, 탄소가격제도는 새로운 발상이다. 기본적인 개념은 각국이 배출한도보다는 탄소가격에 합의하는 데서 출발한다. 각국이 근거로 삼을 만한 탄소가격에 대한 문헌은 상당히 많다.
최소한 모든 국가가 탄소와 다른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합의된 최저가격을 부과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 각국은 원할 경우 최저가격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가격을 정할 수도 있다. 
국제 표준가격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골조가 되는 협약이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최소가격에 대한 협상은 개별국가의 배출한도에 대한 완성된 형태의 협상에 비해 훨씬 간단하리라는 점이다. (360-361쪽)

 

국제적인 기후변화조약이 어떻게 이행 메커니즘을 도입할 수 있을까? 참여와 준수를 국제무역과 연계시키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가령 협약에 참여하지 않거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에 무역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불이행국가가 수출한 모든 상품에 일률적인 관세(약 5%)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는 관세가 수출품의 탄소 함량과는 무관하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단순하고 투명하다는 장점이 있다. (367쪽)

 

국제무역시스템을 기후협약에 활용하는 것이 다른 국가들의 노력에 무임승차하려는 경향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방법일 수 있긴 하지만, 대단히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자유롭게 열려 있는 지금의 무역시스템은 보호주의를 물리치려는 눈물겨운 투쟁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결과 전 세계 생활수준이 크게 향상되었다. 기후체제가 누릴 수 있는 편익이 분명하고, 그 편익이 무역시스템에 미칠 수 있는 위험만큼의 가치가 있을 때만 기후변화협약과 연계되어야 한다.
지구온난화를 늦출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첫째, 시장에서 이산화탄소와 다른 온실가스 배출의 가격을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둘째, 자유시장은 이 일을 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각국은 총량제한거래제나 탄소세시스템을 이용하여 이산화탄소 가격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를 위해서는 대부분의 국가가 첫 두 단계에 동의하고 전 세계 수준에서 자신들의 정책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제적인 기후변화협약에는 무임승차를 억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메커니즘이 들어 있어야 한다.
현실을 감안했을 때, 가장 유익한 접근법은 각 나라들이 다른 나라의 투자에 무임승차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역제재를 활용하는, 국가별로 어느 정도 조정된 탄소가격제도가 될 것이다. (370-371쪽)

 

미심쩍은 범주에 속하는 대안들도 있다. 교토의정서와 유럽 배출권거래제도 안에 들어 있었던 ‘청정개발체제’가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가난한 나라들이 자신들의 배출감축분을 부유한 나라에 팔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또다른 의문스런 제안으로는 녹색에너지’나 ‘녹색일자리’에 보조금을 제공하자는 안이 있다. 이런 보조금은 저탄소활동들이 좀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서 탄소집약적인 활동들을 억제하려는 시도에서 시행된다. 하지만 어떤 것이 저탄소활동인지를 규명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째서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보조금을 주면서 자전거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는가? 모든 저탄소활동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 해답일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국립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보조금 1달러당 감축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라는 측면에서 효율적인 보조금은 하나도 없었고, 어떤 것은 지독하게 비효율적이었으며, 에탄올 보조금 같은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켜 사실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증가시켰다. 결국 저탄소활동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탄소 배출에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훨씬 더 실효성이 있다. (382-383쪽)

 

각국이 총량제한거래제나 세금을 이용하여 탄소가격을 형성하는 정책을 이행한다 하더라도, 언제나 정치적 불확실성은 남아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바뀌어서 규제나 세금이 언제 줄어들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규제적인 배출한도는 기업들이 변화하는 정치적 기후 속에서도 저탄소경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갈 수 있도록 보장해줄 것이다.
하지만 규제를 통해 대부분의 배출감축을 시행하려면 말 그대로 수천 가지 기술과 수백만 가지 결정에 개입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정부에게는 경제 전반을 대상으로 규제를 실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가 없다.
이는 두 번째 문제로 연결된다. 규제정책만으로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모든 부문과 모든 에너지상품 그리고 모든 서비스에 대해 규제를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셋째, 규제는 조심스럽게 설계하지 않을 경우 비용이 대단히 많이 들고 심지어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각국 정부가 규제를 선호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규제의 비용이 소비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휘발유의 경우 연비 기준은 정부가 개입했다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자동차 가격을 상승시킨다. 하지만 반대로 휘발유세를 올리면 대체로 큰 논란이 일었고, 어떤 나라에서는 심지어 연료가격 상승이 폭동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규제를 선호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규제를 조작하고 심지어 규제기관을 ‘포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세금은 규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작이 어렵다는 데 있다. 기존의 오염자들에게 값나가는 오염허용량을 무료로 넘겨주었던 총량제한거래제는 기업들이 규제를 선호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392-393쪽)

 

현실에서 적극적인 정책이 실패하고 난 뒤 남아 있는 해피엔딩을 위한 유일한 희망은 에너지기술의 혁명적인 변화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재생에너지 연료(풍력, 태양, 지열)의 비용이 급락하거나 아직 폭넓게 응용되지 못하고 있는 신기술들이 발견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기후카지노 내에서 이렇게 우호적인 기술적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기술의 역사에는 의외의 사건들이 가득하다. 특히 우리가 안정화된 기후에 도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에 대해 비관적이라면 (저탄소의 관점에서) 긍정적인 기술적 사건들이 가능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397쪽)

 

합동세계변화연구소 Joint Global Change Research Institute와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ies는 기온안정화목표에 부합하려면 미국의 전력부문에 어떤 기술적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지를 검토했다. 두 모델은 설계와 초점, 경제적 구조, 과학팀이 완전히 달랐지만 상당히 유사한 결과를 도출했다.
두 모델은 전력공급자들이 자본구조를 개혁하여 배출량을 크게 감축하려면 이산화탄소 가격을 대단히 높게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2050년의 탄소가격은 이산화탄소 톤당 150달러에서 500달러 사이다. 
가장 중요한 강조점은 목표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기술전환의 규모다. 현재 전력생산의 70%를 차지하는 기술(석탄과 천연가스)은 다른 기술로 완전히 대체해야 한다. 그리고 절반에 달하는 전력이 아직은 필요한 수준의 근처에도 이르지 못한 기술들로 생산되어야 한다. 또한 4분의 1에 이르는 전력은 미국 대중이 싫어하는 기술(핵발전)을 통해 제공된다. 그리고 동일한 비중의 전력이 지금으로서는 현재의 주류 기술들보다 훨씬 비싼 전원(풍력)이나 공학자들이 보기에는 아직 가능성만 보이고 있는 전원(대규모 태양광발전과 지열발전)으로 채워져야 한다. (404-405쪽)

 

과학적 발견이 강한 반대에 부딪힌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우리는 앞서 담배산업이 어떻게 의심을 팔아먹는 자들이 되어 대중을 혼란에 빠뜨리고 공공정책에 훼방을 놓았는지 살펴보았다.
그러면 담배문제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의사와 과학자들은 끈기 있는 노력을 통해 흡연의 암 유발 여부와 관련된 문제에서 대중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흡연을 억제하기 위한 방편의 일환인 담배세는 오늘날 정부의 주요 재원이다. 그런데 높은 탄소세에는 인간의 건강, 지구, 정부예산과 관련하여 담배세보다 더 거역하기 어려운 경제 논리가 있다.
과학자들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분명하다. 반대 측이 아무리 공격해봤자 과학의 분명하고 끈질긴 설명을 대체하지 못한다. 반대 측의 공격에 대한 반박 역시 마찬가지다. 흡연이 그랬듯이 기후과학의 증거는 매년 분명해질 것이다. 방해꾼들은 녹고 있는 유빙에 올라탄 신세가 될 것이며, 정치의 풍향은 결국 바뀔 것이다. (463-464쪽)

 

의혹을 팝니다- 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