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딸기의 하루하루

신문기자 일을 그만뒀습니다

딸기21 2020. 12. 26. 00:36

"니 몇년 됐노."

"26년이요."

"오래 했네. 고생했다."

 

오랜만의 통화에서 아버지는 이렇게만 말씀하셨습니다. 기자 아들, 기자 딸을 늘 자랑스러워하셨던 기자 출신 아버지. 이제는 기자 사위 하나만 남았네요.

 

몇달 전 제가 빌려준 난민촌에 관한 책을 읽고 난 후배가 그러더군요. 제가 밑줄 그어놓은 부분을 보니까 "당장이라도 출장을 떠날 사람처럼" 줄을 쳐놨더라고. 그 말 듣고 웃었는데 뒤에 혼자 곰곰 생각해보니 그 후배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언제 어디를 가든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준비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자료를 뒤지고.

하지만 기자로서 치열하게 살아왔느냐고 스스로 묻는다면 선뜻 '그랬다'고 답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항상 어딘가 딜레탕트하게, 재미있는 일만 해왔던 듯 하고요. 글을 쓰는 걸 업으로 삼아왔지만 '내가 썼지만 이 글은 참 잘 썼네' 생각이 드는 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참 재미는 있었습니다.

 

26년 동안 해온 신문기자 일을 그만뒀습니다. 이제부터는 더 재미있게 놀 생각입니다. 응원해주세요 ^^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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