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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고사리

딸기21 2019. 8. 4. 23:14

보스턴고사리. 12년 전 이사할 적에 여동생이 선물해준 초록둥이. 그 후로 집을 여러 번 옮겼지만 이 녀석들은 끈질기게 우리 집에서 살고 있다. 여러 화분이 모두 고르게 살아남은 것은 아니고, 처음에 들어온 화분 3개 중 하나만 살았다. 그런데 거기서 계속 번식을 시켜 늘 고사리 화분이 서너개는 초록 뿜뿜을 하고 있다.

 

학명은 Nephrolepis exaltata라고 한다. 딱 보면 고사리같이 생겼다. 원산지는 아메리카 대륙인데 따뜻하고 습한 곳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그런데 왜 하필 '보스턴' 고사리일까. 

 

위키피디아의 설명으로는, 보스턴 가는 길에 생긴 변종 때문이라고 한다. 이 종은 원래 이파리더미(한 줄기에서 작은 잎사귀들이 갈라져나가는 '엽상체')가 곧게 서 있는데, 1894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보스턴으로 실어나른 것들 중에 이파리가 아치처럼 늘어진 변종이 발견됐단다. 그래서 Nephrolepis exaltata 'Bostoniensis'가 됐다는 설. 또다른 설은, 플로리다에 사는 어느 미국인이 보스턴에 있는 친구한테 이 식물을 보냈는데 그걸 데이비드 페어차일드라는 사람이 인용하면서 '보스턴고사리'라는 용어를 처음 썼다고.

 

사진 amazon.com

 

믿거나 말거나. 무엇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이 식물은 보스턴고사리로 불린다. 번식을 아주 잘 하는데 길이가 대략 50~250cm로 자란다고! 허거걱. 집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못 길러봤다. 꽃을 피우지는 않는데 뿌리 언저리에서 나온 줄기인지 뿌리인지 애매한 실(?)처럼 생긴 것이 옆으로 자꾸자꾸 퍼져나간다. 

 

색깔이 파릇파릇 이뻐서, 아파트 발코니에 이 녀석 몇 마리만 있으면 온실 기분이 절로 난다. 여름엔 발코니에 두고, 겨울엔 집 안에 들여서 물 듬뿍 주며 가습기 대용으로 쓴다.

 

안타깝게도 먹지는 못한다(다만 개와 냥이들이 먹어도 탈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공기정화식물'로 인기가 많다. 솔직히 이 '공기정화식물'이라는 것들의 정체는 뭘까 궁금했다. 위키에 이 문제에 대한 약간의 해답도 나와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가 우주의 밀폐된 공간에 사는 우주인들의 건강을 생각해 'NASA Clean Air Study'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나보다. 그 연구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뿜어내주는 기능이 탁월한 식물 몇 종의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거기 보스턴고사리도 들어있었다고.

 

내겐 이쁜 초록이들이지만 어디에선가는 구박받는 외계종. 위키 자료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보스턴고사리를 외래 침입종으로 보고 박멸 대상으로 정했다"는 구절이 들어 있다. 박멸 대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아공에서 '외래종'으로 분류된 것은 사실. 여러 지역에서 토착종들이 살던 곳을 비집고 들어가 번식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남아공 언론에 '보스턴고사리 잘 키우는 법' 같은 게 있는 걸 보면 거기서도 인기인 듯.

 

공기를 맑게 해주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모양이 이쁘고(고사리는 다 이쁜 듯) 색깔도 이쁘고 키우기도 너무너무 쉽다. 적당히 목이 말라 보이면 물 주면 되는데, 얼마나 주는지 잘 모르겠으면 그냥 많이 듬뿍 주면 된다. 

 

요새 유튜브에서 전기톱으로 나무 가지치기하는 영상을 엄청 많이 봤다. 그런 걸 보다 보니 나도 뭔가 트리밍을 해보고 싶은데 우리 집엔 마당도 없고 나무도 없고 잔디밭도 없고. 그래서 보스턴고사리의 트리밍을 해주었다. 화분 밑바닥까지 질질 끌리던 이파리들을 정리하니 아주 이뻐졌다. 

 

얼마 전 오랜만에 차를 타고 한강대교를 지나는데 뭔가 못 보던 구조물이 보였다. 기사를 찾아보니 보행자 다리를 만든다고.

 

한강대교 보행교 '백년다리' 설계 당선작 [서울시 제공]

 

저기에다 보스턴고사리를 심는다고 하니, 집의 화분에서 보던 녀석들을 아주 스케일 크게 보겠구나. 그런데 거기 사는 녀석들은 매연 때문에 좀 힘들긴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