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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중 핵탄두 10년 뒤 2배 된다" 군축 압박 나선 미국

딸기21 2020. 9. 2. 15:38

미국 국방부가 1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2020 중국 군사력 보고서’. 미 국방부

 

중국이 이미 200기가 넘는 핵탄두를 갖고 있으며, 10년 내 보유량을 2배로 늘리려 하고 있다고 미국 국방부가 발표했다. 미국이 중국의 핵탄두 보유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군축 협상에 중국도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미 국방부는 1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하는 ‘2020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핵전력 확대와 현대화에 전력하고 있으며 앞으로 10년 안에 현재 200기가 조금 넘는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최소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위협적으로 보고 있는 지상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GLBM) 장착용 핵탄두가 현재 100기 정도인데 5년 안에 200기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은 그동안 육·해·공 핵전력 가운데 육상과 해상 전력만 갖고 있었는데 몇 년 안에 3대 핵전력을 모두 완성시킬 것이라고 미 국방부는 내다봤다. 이미 몇몇 영역에서는 미국과 같은 수준이거나 심지어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우위를 보이는 영역으로는 군함 건조, 지상발사 재래식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통합 방공망 등을 꼽았다.

 

2019년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41’.  글로벌타임스

 

중국은 지난해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DF)-41을 비롯해 DF-21D 대함 탄도미사일과 둥펑-17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 발사형 탄도미사일(SLBM) 쥐랑(JL)-2 등 신무기들을 공개했다. 둥펑-41은 사거리가 1만2000~1만5000km에 이르며 핵탄두 10개를 탑재할 수 있다. 또 중국이 갖고 있는 중거리 지상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은 1250기가 넘는다. 중국은 이미 중거리 미사일 개발 분야에서는 미국보다 앞서나가고 있다고 미 국방부는 평가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미 2018년부터 국방백서 등을 통해 이전의 ‘도광양회(韜光養晦·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를 벗어나서 덩치에 맞는 위상을 추구할 것임을 대외적으로 선언해왔다고 분석한다.

 

미 국방부가 연례 보고서에서 공개한 중국의 주요 군사 시설. 미 국방부

 

미 국방부가 연례 보고서에서 공개한 중국의 해군력 현황. 미 국방부

 

미 국방부가 연례 보고서에서 공개한 중국의 주요 공군기지 현황. 미 국방부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해군력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다. 중국은 수상 전투함 130척을 비롯해 군함과 잠수함 총 350척을 보유, 미군의 393척을 넘어섰다. 중국이 독자적으로 건조한 첫 항공모함인 산둥(山東)함은 지난 1일 출항해 보하이해에서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또 지난해 중국은 탄도미사일 시험과 훈련을 세계의 나머지 모든 나라들이 합친 것보다도 많이 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지난해 1740억달러였으나 연구개발과 외국무기 조달에 들어간 비용 등을 합치면 실제로는 2000억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미국의 연간 국방예산 6850억달러에 아직은 훨씬 못 미치지만, 아시아의 주변국들에 비하면 압도적이다. 지난해 일본의 국방예산은 540억달러, 한국은 400억달러, 대만은 109억달러였다. 다만 중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현대화가 진행중이고 특히 보병 전력은 마오쩌둥 시대에 정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매우 뒤쳐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해마다 의회에 내놓는 연례적인 것이지만, 중국의 핵탄두 수를 비롯한 전력규모와 미국과의 비교·평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CNN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의 갈등을 부각시키고 있는 시점에 보고서가 공개된 것에 주목했다.

 

미 국방부가 연례 보고서에서 공개한 중국의 군사지휘체계. 미 국방부

 

무역 분쟁과 홍콩 문제, 남중국해 긴장을 비롯해 곳곳에서 마찰을 빚어온 미국과 중국은 최근 들어 대만을 놓고도 갈등이 격화됐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10일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을 만났다.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수교한 이래 대만을 방문한 미국 최고위직 관료였다. 에이자 장관은 차이 총통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와 우정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했다. 중국은 이 방문에 맞서 대만해협에 전투기를 띄워 무력시위를 했다. 체코 상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고 중국이 체코에 보복을 경고한 지난달 30일, 미국은 구축함 핼시를 대만해협에 통과시키면서 중국을 겨냥했다.

 

트럼프 정부는 대만에 잇달아 무기를 내주며 중국을 자극해왔다. 집권 첫 해인 2017년 6월 AGM-154C JSOW 공대지미사일 시스템 판매 등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7건을 승인했고, 2018년 9월에는 F-16과 F-5 전투기, C-130 헬기 등을 팔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과 8월에는 한달 간격으로 에이브럼스 탱크 100여대와 허큘리스 장갑차, 스팅어 미사일, F-16V 전투기 66대 등 100억달러 규모의 무기판매를 승인했다.

 

미 국방부가 연례 보고서에서 지적한 중국과 주변국들의 영토 갈등. 미 국방부

 

이번 보고서에서 미 국방부가 지적했듯이, 중국 역시 아시아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이 미얀마,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스리랑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케냐, 세이셸, 탄자니아, 앙골라, 타지키스탄 등에 군사 거점을 만든 것으로 추정했다.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으나 캄보디아와는 이미 해군기지 사용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러시아와의 주요 군축협정인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탈퇴하면서, 군축 대상에 중국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트럼프 정부는 내년에 만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을 연장하기 위해 러시아와 협상 중이다. 이 조약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에 장착할 수 있는 핵탄두 수를 1550기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여기에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중국은 핵탄두 수에서 미국이나 러시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미국 과학자연맹에 따르면 러시아는 4300기, 미국은 3800기가량의 핵탄두를 갖고 있다. 중국의 핵탄두 숫자를 공개하면서 중국의 ‘미래 전력’에 대한 경계심을 높인 이번 보고서는 군축 체제에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용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