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에서 일본 선박의 기름이 유출됐다. 휴양지로 이름 높던 이 나라의 푸른 해안이 검은 기름으로 오염되자 일본은 전문가팀을 긴급 파견해 방제를 돕기로 했다.
일본 해운회사 쇼센미쓰이(商船三井)의 화물선 ‘와카시오’ 호는 중국에서 브라질로 향하던 중 지난달 25일 밤 모리셔스 남동부 그랑포트 부근 바닷가에 좌초했다. 2007년 건조된 300m 길이의 대형 화물선인 이 배는 파나마 선적으로, 중유 3800t이 실려 있었다. 연료탱크 중 하나가 부서지면서 이달 6일부터 배에 실려 있던 기름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파손된 탱크에 들어있던 기름 양은 약 1200t이다.
모리셔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일본도 해상보안청 방제 전문가 등 6명으로 구성된 전문가팀을 10일 모리셔스로 파견할 계획이라고 외무성이 9일 발표했다. 주변 해역에 있던 또 다른 일본 상선 미쓰이OSK도 방제를 돕기로 했다. 프랑스는 모리셔스 부근 프랑스령 레위니옹에 있는 군용기와 전문가 그룹을 파견하기로 했다.
관광산업에 의존해온 모리셔스는 올들어 코로나19로 세계 항공교통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는데, 기름 유출까지 일어나 장기적으로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프라빈드 주그노트 총리는 9일 “배의 파손이 심해지고 있고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배가 두 동강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사고를 수습하기엔 늦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기름이 유출된 해안의 망그로브 숲을 비롯해 해양 생태계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해양 전문가 바센 카우파이무투는 AFP통신에 “이미 너무 늦었다고 본다”며 “배가 둘로 갈라지게 되면 (오염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름 유출이 시작된 뒤 주민 수천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서서 지푸라기와 보트를 동원해 기름을 빨아들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환경단체들은 전문적 기술이 없는 주민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기름 제거에 나서면서 해양 오염을 더 키울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사고 2주가 지나도록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대규모 환경피해가 일어나자 정부를 향한 비난도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 남동부 해안에서 2000km 떨어져 인도양 바다 가운데에 위치한 모리셔스는 과거 아랍 상인들이 오가던 기착지였으며 18세기 초반 프랑스 식민지가 됐다. 19세기부터는 영국 점령통치를 받다가 1968년 독립했다. 미군기지가 들어선 인도양 섬 차고스 제도를 놓고 영국과 영토갈등을 벌이기도 했으며, 지난해 2월 국제사법재판소(ICJ)로부터 승소 판정을 받아냈다.
면적 2000㎢, 인구 130만명인 모리셔스는 관광산업에 경제를 의존한다. 이 나라의 자연은 카리브나 아시아 섬들에 비해 보존이 잘 돼 에코투어리즘(생태관광) 명소로 각광을 받아왔다.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5000달러로 높은 편이다. 아프리카 대륙에 속해 있지만 오래 전부터 인도양 문화권이어서 주민 절반이 힌두교도다. 나머지 절반은 기독교도와 무슬림이며 언어는 프랑스어가 토착화된 크레올을 주로 쓴다. 화폐는 인도와 같은 ‘루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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