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조직원들이 11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 내륙국가인 니제르의 군사기지를 공격해 군인 최소 71명이 사망했다. 이집트를 방문하고 있던 마하마두 이수푸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참사를 알리며, 조기 귀국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이 일어난 곳은 니제르 서쪽 변방, 말리와 접경한 이나테스 지역이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극단주의 무장조직들이 판치는 곳이고, 2년 전에도 인근 지역에서 미군과 니제르군 8명이 매복공격에 숨진 적 있다. 이번 공격을 저지른 것이 IS 연계세력인지, 알카에다와 관련된 조직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하라 남쪽의 반건조지대인 사헬 국가들은 근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들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말리에서는 2012년 쿠데타가 일어났고 정정불안을 틈타 극단조직들이 세력을 키웠다. 이들은 말리 북부를 점령해 샤리아(이슬람법) 통치를 선언했고, 과거 이 지역을 식민통치했던 프랑스가 군대를 파견해 이들을 몰아냈다. 하지만 정국을 안정시키는 데에 실패했으며 극단조직들은 북쪽 알제리에서부터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등지로 거점을 넓혔다. IS 잔당들이 침투한데다 사헬 주민들의 부족 갈등, 광범위한 지역에 퍼져 있는 원주민 투아레그족의 분리주의 등이 겹쳐 유혈사태가 늘었다. 남쪽의 나이지리아까지 극단조직들의 공격이 번져 올 5월과 7월 두 차례 공격으로 50여명이 숨졌다.
무장조직들에게 고통받는 것은 사헬 국가들이고, 체면을 구긴 것은 프랑스다.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이 줄어든 프랑스는 아프리카의 옛 식민통치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늘리는 것으로 상쇄하려 하고 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다. 중부·서부 아프리카에 4500명의 병력을 파병해두고 있으나 오히려 이 일대의 반프랑스 감정만 키웠다. 지난달 말리 주둔 프랑스군 13명이 헬리콥터 공중충돌로 숨지는 사건까지 벌어져 사기가 떨어진 상황이다. 이 사고로 7년에 걸친 프랑스의 독자적인 사헬지대 대테러전 사망자 수는 41명으로 늘었다.
프랑스 내에서는 자칫 미국의 대테러전처럼 될 수 있다며 군사작전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병력을 계속 주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다음주 파리에서 5개국 정상들을 다시 만나 이 나라들이 ‘프랑스군 주둔을 원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향후 역할과 대응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니제르 공격 때문에 이 회의도 내년 초로 연기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말리·부르키나파소·차드·모리타니·니제르 정상들을 만나 ‘사헬 5개국 연합군’을 만들게 했으나 연합군의 대테러 능력은 미흡하다. 사헬 국가들도 프랑스가 주도하는 움직임에 시큰둥한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24 등의 보도에 따르면 말리는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군 주둔을 원하면 우리에게 협력하라’며 최후통첩 식으로 정상회의를 열려 하는 것에 불만을 드러내며 참석하겠다는 확약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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