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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원 피랍]저유가에 '인질 납치'로 방향 바꾼 기니만 해적들

딸기21 2020. 6. 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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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사국(IMB)의 2019년 기니만 해적 사건 발생 지도

 

서부 아프리카 베냉 앞바다에서 24일(현지시간) 어선 파노피 프론티어호가 괴한들의 공격을 받아 한국 선원 5명을 포함해 6명이 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괴한들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서아프리카 해안에서 기승을 부리는 해적의 짓일 가능성이 높다.

 

한때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동아프리카 아덴만 일대의 소말리아 해적 사건은 한국을 포함한 국제 공동작전으로 많이 줄었으나 대륙 건너편 서아프리카의 기니만에서 몇년 새 해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남쪽 앙골라에서 북쪽 세네갈까지 6000km에 걸친 해안선을 따라 20개국이 위치하고 있는데 해적 공격이 잦은 곳은 그중 가나, 토고, 베냉, 나이지리아, 카메룬 일대다. 국제해사국(IMB)에 따르면 지난해 기니만에서는 선원 121명이 납치돼, 세계 선원 납치의 90%를 차지했다.

 

올들어서도 해적 공격이 빈발하고 있다. 지난 2월 나이지리아 라고스 앞바다에서 유조선이 습격당해 선원 10명이 납치됐다. 3월에는 리비아 유조선이 해적들에 나포됐다가 보름 뒤 풀려났다. 4월 말에는 파나마 선적의 유조선이 나이지리아 근해에서 해적 공격을 받아 조지아 선원 9명이 납치됐다. 비슷한 시기 베냉 근해에서 화물선이 습격을 당해 러시아, 불가리아 선원들이 끌려갔다. 지난달에는 적도기니 앞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선원들이 납치됐다. 가봉의 리브르빌, 가나의 타코라디 등 기니만의 주요 무역항 주변에서 비슷한 사건이 이어졌다.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에 따르면 한 국가의 영해에서 선박을 습격하는 것은 무장강도 사건이며 공해상에서 선박을 공격하는 것만 해적 행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통칭 바다 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모두 해적 피해로 분류한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 말라카 해협,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카리브해와 베네수엘라 앞바다가 해적 공격으로 악명 높다.

 

나이지리아 해군 특수부대가 지난해 10월 프랑스군과 함께 기니만에서 해적 소탕 훈련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프리카 해적 범죄의 중심이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해간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동부 소말리아 근해는 지중해에서 홍해를 지나 아덴만과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세계 물류의 요충이다. 해적이 기승을 부리자 세계의 관심이 쏠렸고 국제적인 소탕작전이 벌어졌다. 반면 기니만은 나이지리아의 니제르델타 유전지대를 빼면 세계 경제나 물류 흐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국제사회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적다. 연안국들의 해상안보 능력도 떨어진다.

 

또 다른 요인은 저유가다. 화물이나 선원들의 몸값을 노리는 아시아와 중남미의 해적들과 달리 서아프리카에는 중무장을 하고 오일탱커를 습격하는 ‘석유 해적(petro-piracy)’이 많았다. 특히 나이지리아 정부의 핍박을 받던 니제르델타 소수민족 무장조직들과 가난에 내몰린 빈민들이 해적질에 나서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2015년 이후 기름값이 떨어지자 이 지역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을 본뜬 인질 납치와 몸값 뜯어내기가 늘었다. 주요 선적국 중 하나인 키프러스의 선박회의소(CSC)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기니만에서 해적 공격이 이어지는데도 국제사회의 대응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과거 유조선의 석유를 노리던 해적들이 최근 몇 년 새 인질 납치로 방향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스피드보트를 탄 해적들이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대형 유조선을 급습한 뒤 바닷가로 이동시켜 선원을 끌고가는 게 전형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알카에다 계열 극단주의자들까지 가세한 소말리아 해적 상황과 다소 차이는 있다. 민간단체 ‘해적없는바다(OBP)’에 따르면 소말리아 해상에서 납치된 선원들이 풀려나는 데에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걸렸지만, 기니만에서는 대체로 3~10일 안에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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