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2월 28일 스웨덴 스톡홀롬. 도심의 극장에서 부인, 아들과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남성에게 등 뒤에서 누군가가 총격을 가했다. 남성은 총을 맞고 쓰러져 사망했다. 숱한 용의자가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골목길로 도주한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이 사건은 스웨덴 뿐 아니라 세계를 뒤흔들었다. 숨진 사람이 당시 스웨덴 총리였던 올로프 팔메였기 때문이다. 총리가 경호원도 없이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며 도심을 돌아다닐 수 있을만큼 평화로운 나라였던 스웨덴의 이미지는 뿌리 째 흔들렸다.
그 후 34년이 지나도록 ‘누가 팔메를 살해했나’는 스웨덴의 미스터리였다. 사회민주당 소속의 팔메 총리는 정치인생 내내 ‘평등’을 외쳤고, 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개입에 적극적이었고, 소외계층 보호와 여성 지원 제도들을 만들었고, 낙태를 합법화했다. 그러나 베트남전에 적극 반대했던 경력과 미국과의 마찰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정권을 대놓고 비판한 발언들, 좌파 성향을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태도 등으로 국제 무대에서는 적잖은 적을 만들었다. 그가 살해되자 암살범의 정체를 놓고 온갖 음모론이 쏟아져나왔다. 외국 정보기관원, 스웨덴의 극우파, 혹은 팔메의 정책에 불만을 품은 단독범 등이 거론됐다.
지난 2월 스웨덴 정부는 이 사건을 ‘최종적으로’ 종결짓기 위한 수사를 한다고 발표했다. 10일 당국이 마침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오랜 관심에 비해 결론은 없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던 인물이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한다는 것이었다.
사건을 맡았던 크리스터 페테르손 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력 용의자인 스티그 엥스트룀이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더 이상 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자신이 살해범이라 주장한 사람만 134명이고, 34년 간 조사를 받은 사람이 1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유력 용의자였던 엥스트룀은 군인 출신으로 사건 당시 52세였다. 주변 보험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팔메의 정책에도 강력한 반감을 갖고 있었고, 현장 주변에서 목격돼 용의자로 분류됐다. 그러나 기소되지 않은 채 2000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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