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해외문화 산책

조지 플로이드 추모와 발리웃 스타들의 ‘위선’ 논란

딸기21 2020. 6. 1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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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물결을 일으킨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이 인도 영화계로 번졌다. 미국 할리웃에 빗대 ‘발리웃’이라 불리는 인도 영화계의 스타들이 ‘위선’ 논란에 휘말렸다고 알자지라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미스월드 출신의 발리웃 스타 프리얀카 초프라는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플로이드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올렸다. “미국과 세계의 인종 전쟁이 끝나기를. 어디에 살든 당신의 환경이 어떻든, 피부색 때문에 타인의 손에 목숨을 잃어야 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그가 과거에 출연했던 광고와 영화였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초프라가 피부를 하얗게 만들어준다는 ‘집중 미백영양제’ 광고를 했던 점, 2008년 ‘패션’이라는 영화에서 흑인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걸 수치스러워하는 캐릭터로 등장했던 점을 꼬집었다. 소남 카푸르 아후자, 디피카 파두코네, 디샤 파타니 등 여러 배우들이 플로이드 애도 글을 올렸다가 초프라처럼 미백화장품 광고를 찍은 것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 
 

인도 영화배우 프리얀카 초프라.

 

인도의 ‘미백 산업’은 수십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과거엔 어두운 피부색을 밝게 바꿔준다면서 흰 피부를 ‘더 나은 피부색’이라 쓰곤 했으나 그에 대한 비판이 일면서 ‘밝은 색’ ‘화이트닝(whitening)’ ‘라이트닝(lightening)’ 같은 표현들로 최근엔 바뀌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하지만 근본 문제는 화장품 광고에 어떤 문구를 쓰느냐가 아니라, 백인 같은 피부로 보이는 것에 높은 가치를 두면서 인도인들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가들은 지적한다. 대표적인 곳이 영화계이고, 발리웃의 주류 작품들에는 어두운 피부의 주인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리웃에서는 부미 페드네카르라는 여성 배우가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배역에서 퇴출당하는 일이 생겨 비판이 일었다. 


피부색 논란은 단순한 외모 차별을 넘어 인도의 지역 문제와 연결돼 있는 복잡한 정치적 이슈다. 인도 남부에 많이 사는 드라비다족은 북부 사람들보다 대체로 피부가 검다. 이들은 무굴제국 시절 이래로 차별을 받았고 지금도 경제적·사회적 차별이 남아 있다. 2017년 집권 바라티야자나타당(BJP)의 한 정치인은 남부 사람들을 가리켜 ‘흑인’이라 불렀다가 비판을 받았다. 발리웃 배우들의 ‘플로이드 추모글’에 적잖은 비판이 따라붙는 것은, 내부의 차별에 눈감은 채 흰 피부에 대한 판타지를 재생산하는 데에 일조해왔기 때문이다.
 

초프라의 미백크림 광고 사진과 함께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을 애도하며 올린 글을 비판한 트위터 글.


인도에서는 남부 주민들에 대한 차별만이 아니라 무슬림 차별도 심각하다. BJP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00년대 구자라트 주총리 시절 무슬림 학살을 조장·방조한 인물이고, 집권 뒤에도 힌두민족주의를 내세우며 노골적인 무슬림 억압·배제 정책을 시행해왔다. 지난해에는 자무-카슈미르 지역의 자치권을 빼앗으면서 군대를 보내 주민들의 시위를 진압했다. 자무-카슈미르주 장관을 지낸 오마르 압둘라는 트위터에 “숱한 유명인들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해시태그를 달아 글을 올리고 있는데, 미국인들의 생명에 대해 쓰면서 인도인들의 생명에 대해선 쓰지 않는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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