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 판 붙고 뛰쳐나온 존 볼턴. 그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때문에 미국은 물론 세계가 시끄럽다. 트럼프 측은 책이 출간돼선 안 된다고 했고 소송까지 벌어졌지만, 그 사이에 이미 책의 내용은 온라인에 유출됐고 오프라인 매장에도 결국 깔렸다.
트럼프라는 인물은 정치뿐 아니라 출판계에서도 매우 논쟁적인 주제다. 트럼프는 1987년 <거래의 기술>이라는 자서전을 냈지만 내용에 오류와 왜곡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퓰리처상 수상작가로 도널드 트럼프의 평전을 쓴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은 대선을 앞둔 2016년 8월 미국 언론들과 인터뷰하면서 “트럼프는 진실과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며 “자신이 한 말조차 금세 부정해버린다”고 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대테러전을 부추긴 네오콘의 일파인 볼턴은 격론을 부른 이번 책에서 트럼프의 거짓말을 비판하기보다는 자신과 생각이 달랐던 부분을 비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친트럼프 진영에서는 볼턴에 맞선 ‘맞불 회고록’을 준비하고 있다. 백악관 전 대변인 세라 허커비 샌더스는 트위터에 오는 9월 회고록을 낼 계획이라고 알리면서 책 내용 중 볼턴에 대한 부분을 소개했다. “권력에 취해” 있고, “자기 맘대로 되지 않으니 미국을 배신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지난해 영국을 방문했을 때 볼턴이 백악관의 다른 참모들을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해 믹 멀베이니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과 싸움이 붙었던 일화를 전했다.
트럼프를 주제로 삼은 책들 중에는 어떤 게 많이 팔릴까. 편든 책보다 비판한 책이 더 많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온라인서점 아마존의 평점을 기준으로 트럼프를 옹호한 책과 비판한 책을 10권씩 뽑아 판매량을 비교했다. 하드커버판 판매량을 보니 1위는 2018년 초 출간된 마이클 울프의 <화염과 분노>로, 100만권 넘게 팔렸다. 트럼프는 이 책이 나올 때에도 출간을 막으려고 소송을 냈으나 실패했다.
2위는 트럼프 정부의 행정 난맥을 담은 원로 저널리스트 밥 우드워드의 <공포>, 3위는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수사하다가 쫓겨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더 높은 충성심: 진실, 거짓말 그리고 리더십>이었다. 4위는 트럼프보다 더 많은 표를 얻고도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선 회고록 <무슨 일이 일어났나>였다. 볼턴의 책과 함께 트럼프의 조카가 쓴 책도 곧 출간돼 트럼프 비판서 목록에 덧붙여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친형 프레드의 딸인 메리 트럼프가 <아무리 많아도 충분치 않다>를 출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 책 내용을 미리 소개한 인터넷매체 데일리비스트는 트럼프의 “끔찍하고 음탕한” 실체가 구체적으로 담겼다고 전했다.
‘친트럼프’ 책들 중에도 베스트셀러가 적지 않다. 우파 언론인 마크 레빈의 <언론의 부자유>, 지난해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펴낸 <분노 폭발: 좌파는 어떻게 증오를 즐기며 미국을 침묵시키려 하는가> 등이 많이 팔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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