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몬치키. limonchiki.
이번 명절에 건진(?) 음악. 실은 그렇게 말하기도 민망한 것이, 내가 '얄라 클럽(Jalla Club)2' CD를 가지고 있은지는 너무 오래됐기 때문이다. 어떤 연유에서인가 교보문고 핫트랙스에서 그 CD를 샀고, 앞부분 Bella Ciao만 늘 들으면서 뒷부분 다른 노래들은 통 듣지를 않았다.
'얄라클럽'은 유럽의 월드뮤직 DJ 페스티벌. 음반이 이것 말고도 여럿(1, 3은 확실히 있다!) 더 나와 있다. 어쩌다 보니 이른바 '월드뮤직' 취향이 되어서, 집에 그런 CD들이 좀 있다. 그 가운데 아프로쿠반과 켈틱은 근 20년을 들어온 것들이고(특히 추초 발데스와 치프턴스!!!) 몇해 전 대만 여행에서 사온 대만 원주민 고산족 음반 하나, 카에타누 벨로주의 음반도 꽤 자주 듣는다. (실은 오늘 플라스틱 상자들 사다가 CD들 정리함 ㅋㅋ)
얄라클럽2 음반에 들어 있는 것들 중 하나인 리몬치키는 Amsterdam Klezmer Band의 연주다. 이건 리믹스이고, 검색을 해보니 원곡은 1930년대 소련의 유대계 재즈가수 Leonid Utyosov의 노래였다고.
Leonid Utyosov의 리몬치키.
'흑해 연안 오데사 Odessa 항구 일대에서 유행했던 유대계 갱스터 노래'라니. 그렇다면 이거슨 반항심 가득한 아슈케나지(동유럽 유대인들) 젊은이들의 노래에서 연유해 러시아 범죄자들;;을 거쳐 네덜란드 밴드로 넘어간?!
내 CD에 있는 것은 암스테르담 클레즈머 밴드의 곡이지만, 독일 클레즈머튠즈의 곡도 있다고.
아슈케나지 노래라고 했는데, Klezmer 자체가 동유럽 유대인들의 언어인 이디시어에서 나온 말. 중부, 동부 유럽 아슈케나지들의 instrumental musical tradition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오스만 제국 시절 그리스계와 루마니아계 음악, 바로크 음악, 독일과 슬라브 포크댄스, 유대 종교음악 등등이 혼합해서 이뤄진 장르. 나중에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는 종교의식적인 요소는 지워졌다고. 1910~1920년대에 미국서도 좀 유행.
[딸기네 책방] 유대인과 이디시에 대해 엿보고 싶다면- 슐로모 산드, '유대인, 불쾌한 진실'
암튼 클레즈머는 홀로코스트로 동유럽 유대인 사회가 무너지고 미국에서의 한철 유행도 지나가버린 뒤 한동안 관심을 못 받다가 1970년대 후반에 다시 유행(Klezmer Revival). 1980년대부터는 재즈, 펑크 등 여러 장르의 음악과 뒤섞인 실험적인 장르로 발전....
그 중의 하나인 리몬치키. 구글링을 해보니 가장 유명한 것은 불가그라드(VulgarGrad)의 리몬치키.
불가그라드 버전의 리몬치키.
Infamous Band of Russian Criminals(오옷 어쩐지 무섭다!!!) 라는 불가그라드. 설명을 읽어볼수록 무섭게도 흥미진진. 2012년 1~2월 유럽 투어를 하면서 새 싱글 '리몬치키'를 선보였다고.
폴란드 출신의 야첵 코만 Jacek Koman이 메인보컬인 듯. '활주로를 달리는 제트기를 닮은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고. 폴란드에서는 배우로도 활동해서 유명하며, 호주 감독 Baz Luhrmann의 <Australia>와 <물랭루즈> 같은 영화에 출연해 호주에서도 제법 알려져 있다고. <물랭루즈>에서 'Roxanne'의 unforgettable 탱고버전을 불렀다고 한다.
(야첵의 록산느, 무려 feat. Ewan McGregor, Nicole Kidman)
그런데 불가그라드에 대해 이어지는 설명은 어째 좀... VulgarGrad play music by, for, and about Russian thieves: raucous drunken songs, inebriated waltzes, manic stomps and hot swing from the Cold War. Be prepared for a night of gun-slinging, vodka-swilling, foul-mouthed disorder, and watch out for the biggest, most triangular instrument you will ever see, the contrabass balalaika. (이게 소개입니까 욕입니까 ㅋㅋ)
앞에 언급해놓은 Russian Criminals는 '러시아 범죄자들'은 당연히 아니고(...) 아마도 'Blatnaya pesnya (Blatnyak)라는 러시아 단어를 영어로 직역해놓은 것 같음. 범죄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러시아 음악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암튼 불가그라드는 호주에서도 공연을 했고 '러시아 범죄음악가들;; 중에서 드물게 해외 공연을 한 밴드'라고 함.
불가그라드에 대해 더 궁금한 분들을 위해 마련된 pdf 파일이 있슴돠.
자, 그럼 원래의 주제인 리몬치키로 돌아가서.
리몬치키는 '쪼꼬만 레몬'을 가리키는 러시아어에서 나왔다고. 레몬새끼...가 아니고 러시아에 백만장자를 가리키는 milionchiki 라는 단어가 있는데 거기서 라임을 따온 거라고 한다. 아래 가사에 그 부분이 나와 있다.
아래는 암스테르담 클레즈머 밴드의 리몬치키.
암스테르담 클레즈머 밴드의 '리몬치키' 가사는
ja umeju malatit', omeju vimolatchivat'
umeju shariki krutit', karmani vivoratjivat'
ref.
oi limonchiki, vi moi limonchiki
gde rastjoti vi n mojom sadov
oi limonchiki, vi moi limonchiki
vi rastjote v soni na balkonchike
na bazare sjum i gam, slishno razgovorchiki
kto-to sjopnul chemodan i unjos limonchiki
ref.
na kostetskoi benja zjil,
benja maij svayu ljubil
jesli jest'u beni matj
znachit, jest kouda poslatg
ref.
ja u tjoti nocheval, u tjoti bili gosti
ja u tjoti paprasil, ona skazala "posle"
ingilizce çevirisi ise şöyle
i'm so smart and i have a good pair of hands
i can empty your pockets out
before you bat an eye
ref.
oi, limonchiki (millions of bucks)
where do you grow, in which orchard
oi limonchiki, you grow on sonya's balcony
there's riot at the market
and there are rumours:
someone has picked the whole suitcase
filled with "limonchiki"
ref.
benny was born in the heart
of moldavanka, and with the
name like this, he's always taken
for a "shmuck" (idiot)
ref.
my auntie had a party, with
many guests. when i asked if
she would take me to bed she answered
when the guests are all gone
러시아어/영어 가사는 여기에.
요건 독일 Klezmer Tunes의 리몬치키.
위 영상은 Pushkin Klezmer Band의 리몬치키.
요건 또 다른 버전의 리몬치키.
Létající rabín - Limonchiki 고풍스런 느낌의 리몬치키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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