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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미·유럽 퍼진 ‘어린이 괴질’…"코로나19와 연관성 높다"

딸기21 2020. 5. 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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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사는 9살 소년 보비 딘이 지난 2월 학교에서 받은 상장을 들고 찍은 사진. 보비의 엄마는 지난달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가벼운 증상만 겪은 뒤 퇴원했지만 보비는 이후 ‘어린이 괴질’로 불리는 염증증후군 증상을 보여 병원에 입원해 집중치료를 받았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에서 아이들 수백명이 ‘소아청소년 다기관 염증증후군(MIS)’으로 불리는 신종 질병에 걸렸다. 미국에선 뉴욕 등 15개 주에서 아이들 100여명이 이 증상을 보였고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영국도 환자가 100명에 육박하며 사망자가 보고됐다. 가와사키병과 유사한 증상이라는 것만 알려졌을 뿐 질병의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가 퍼진 뒤에 ‘어린이 괴질’이 급증했다는 점에서 코로나19의 관련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의학전문지 랜싯에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연구팀이 이 증상을 보인 어린이 환자들에 대한 조사결과를 실었다. 결론은 “가와사키병과 비슷하지만 증세가 훨씬 심하고 발병률도 훨씬 높았다”는 것, 그리고 “코로나19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가와사키병보다 증세 심각

 

이탈리아 베르가모의 교황요한23세 아동병원에 소속된 루치오 베로니 박사 등이 이끄는 연구팀은 이 병원에서 치료받은 어린이 염증증후군 환자 10명의 사례를 이전의 가와사키병 환자들과 비교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5년 1월부터 올 2월 중순까지 5년 동안 이 병원에 입원한 가와사키병 환자는 총 19명이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 코로나19가 퍼진 뒤 두 달 동안에만 염증증후군 환자 10명이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가와사키병 발병률의 30배다.

 

가와사키병은 주로 5세 이하 영유아에게 나타나며 아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발병하면 고열과 피부 발진이 나타나고 혀와 목 림프절이 부어오른다. 손발이 붓기도 한다. 발병 1~2주 사이의 급성기에는 구토와 설사, 복통을 겪을 수도 있다. 혈소판 수치가 치솟고 관상동맥 합병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어린이 염증증후군 환자 10명 중 사망자는 없었으나 증상은 가와사키병보다 훨씬 심각했다. 심장 합병증 가능성이 높았고 5명은 쇼크 증상까지 나타났다. 가와사키병에선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혈소판 수는 가와사키병 환자들보다 적었으며, 코로나19 감염자들에게 나타나는 백혈구와 같은 유형의 백혈구가 형성됐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13일(현지시간) 군 방역요원들이 코로나19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주 전국에 내려졌던 봉쇄령을 일부 완화했다.  로마 AP연합뉴스

 

염증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은 가와사키병 환아들보다 연령이 높았다. 가와사키병은 생후 6개월~2년 영유아들에게서 특히 많이 나타나며 교황요한23세병원 케이스들로만 보면 평균 연령이 3세였다. 반면 염증증후군 환자 10명 중 9명이 5살 이상이었고 평균 연령은 7.5세였다. 미국에서도 염증증후군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가와사키병 환자들보다 높았다. 사망자 3명 중 1명은 10대였다. 영국에서 사망한 환자도 기저질환이 없던 14세 청소년이었으며 16세 환자도 보고됐다.

 

코로나19와 관련있나

 

아직 코로나19와 연관돼 있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신중론이 있는가 하면, 염증증후군이 퍼진 시기와 지역으로 보아 코로나19와 연결돼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가 급확산되고 3주 정도 지난 시점에 어린이 염증증후군이 집중적으로 보고됐다. 지난달 말 영국 보건당국 조사에서 염증증후군 환자 중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사람은 절반 정도였다. 런던 임페리얼칼리지의 마이클 레빈 박사는 BBC에 “염증증후군 감염자 상당수가 코로나19에 음성반응을 보인 반면, 항체검사에서는 양성 반응을 보였다”며 이 질병이 코로나19에 대한 이상 면역반응의 영향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 연구팀의 조사에서는 10명의 환아들 중 8명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체에 양성반응을 보였다. 나머지 2명 중 1명은 면역글로불린 치료를 받은 상태여서 항체가 검출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항체가 있다는 것은 몇 주 전에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뜻이며, 이 질병이 코로나19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코로나19는 폐를 1차적으로 공격하는데, 이 어린이들의 경우 면역체계가 작동하면서 뒤늦게 염증증후군이 나타났을 수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 전역을 휩쓴 코로나19를 감안할 때 염증증후군 발병건수가 적은 것은 아이들의 코로나19 감염률 자체가 낮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봤다.

 

염증증후군에 걸린 보비 딘이 뉴욕 로체스터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보비는 입원하고 엿새 뒤인 10일(현지시간) 퇴원했다.  AP연합뉴스

 

환자 대부분 빠르게 회복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보스턴아동병원에서 치료받은 염증증후군 환자들 중에는 성인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나타난 ‘사이토카인 폭풍 증후군’을 보인 사례도 있었다. 체내에 병원균이 들어오면 인체에서는 열과 통증, 붓기 같은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사이토카인은 면역 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로, 면역반응을 제어하고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사이토카인이 과다생성되면 자가면역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 의료진들은 환자들의 염증반응이 심하기 때문에 가와사키병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정맥 면역글로불린 치료 외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병행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투약 당일 곧바로 열이 가라앉고 심장 기능은 며칠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왔다.

 

유럽에서는 스페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등에서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영국의 경우 환자들 일부는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나머지는 회복세가 빨랐다. 심각한 폐 질환이나 호흡곤란이 나타난 환자는 적었고 고열, 발진 등의 염증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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