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다시 중국을 상대로 경제자유화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미 정부는 14일 중국이 국제무역법을 준수하는지를 감시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조치는 중국의 시장 개방을 촉구하기 위한 것인 동시에, 미 의회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보호주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국내적인 메시지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 감시 태스크포스
롭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6개월간 미-중 무역관계 현황을 보고하면서 중국 국제무역법 준수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특별팀인 `중국 집행 태스크포스'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트먼 대표는 "양국간 관계에 균형이 결여됐다는 우려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면서 ▲태스크포스 설치 ▲USTR 베이징(北京) 사무소 직원 증원 ▲대중 무역정책 자문위원회 구성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트먼 대표는 중국에 미국산 자동차 부품에 대한 수입 장벽 축소,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를 촉구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모든 선택 가능한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동차 부품 시장 개발을 `중국이 즉각 풀어야 할 사안'라고 규정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 전에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USTR 보고서는 "중국이 국내 산업발전과 수출 신장에 주력하면서 시장 개방과 지적재산권 보호 약속은 지키지 않고 있으며 국제 노동기준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례적인 `강공'
USTR는 베이징 사무소에 증파되는 직원들이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 산업보호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들을 입수하는 역할을 할 것이며 통신·금융·의료서비스 부문에서 공정한 시장접근을 허용하는지와 규제의 투명성이 보장되는지 등을 집중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특정국가의 국제법 준수를 감시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1980년대 일본과 극심한 무역 마찰을 빚었을 때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미국의 이례적인 조치에 주목했다. 전날 미국은 중국이 지난해의 위안화 평가절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하고 있다며 중국의 페그제를 재차 공격했었다.
국내정치용 포석?
미-중 무역불균형과 중국의 환율 통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이 내세운 자동차 부품 수출 문제 등도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중국보다는 오히려 미 의회에 보내는 메시지 성격이 더 강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내 중소업체들과 노조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때문에 막심한 손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16억달러(약 195조원)로, 단일 국가와의 무역적자폭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 의회의 일부 의원들은 미국도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올려야 한다며 보호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야당인 민주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중 무역적자를 집중 제기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항구적정상무역관계(PNTR) 지위를 박탈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0년 중국의 WTO 가입을 한해 앞두고 중국에 항구적으로 최혜국 지위를 적용하는 PNTR를 허용했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대중 무역압박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의회를 달래려 하는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또 오는 4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둔 내부 정지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트먼 대표는 중국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도 "중국과의 무역관계를 제한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는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고 강조,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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