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가 2만7000명에 육박한다. 뉴욕 시에서만 8000명 넘는 환자가 나왔다. 곳곳에 이동제한령이 내려졌고, 캐나다에 이어 멕시코 쪽 국경도 닫혔다. 코로나19 대응에 “완벽하게 준비돼 있다”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미국 내 확산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감염 2만7000명, 사망 300여명
보건당국 집계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까지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약 2만7000명이고 숨진 사람은 350명에 이른다. 하루 새 감염자가 6500여명이 늘고 60명이 목숨을 잃었다. 1월 21일 첫 환자가 나온 지 두 달 만의 일이다. 트럼프 정부는 코로나19를 독감 정도로 치부하며 국내 방역 대신 중국·한국·이탈리아에 빗장을 닫아거는 것으로 대응했으나, 어느 새 미국은 중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감염자가 3번째로 많은 나라가 됐다.
처음에는 시애틀이 있는 서부 해안 워싱턴주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으나 이제는 진앙이 뉴욕으로 변했다. 21일까지 뉴욕주에서는 4만5000여명이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고 1만30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뉴욕데일리 등에 따르면 그 중 8000명 이상이 뉴욕 시에서 나왔다.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 사태가 몇 주 안에 끝날 것 같지 않다며 “몇 달 동안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을 인용해 “미국 내 실제 감염자는 확진자의 11배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확산을 시뮬레이션한 연구팀은 전파 속도가 지금보다 절반으로 떨어진다 해도 두 달 뒤에는 감염자가 65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주민 이동제한령은 여러 주로 확대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뉴욕, 일리노이, 코네티컷에 이어 뉴저지도 주민들에게 불필요한 이동을 하지 말라며 ‘자택 대피령’을 내렸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동제한이 적용되는 미국인은 8400만명이 넘는다. 미국인 4명 중 1명은 집에 머물러야 하는 것이다.
멕시코 국경도 막는다…미국 ‘사실상 봉쇄’
미 정부는 2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 국경을 막기 시작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날 “필수적이지 않은 국경 이동을 제한하기로 멕시코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캐나다 쪽 국경 통제를 발표했는데 멕시코 국경도 폐쇄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양쪽 국경에서 물자 수송은 계속된다.
그동안 외부로부터의 입국을 막는 데에 주력했던 미국은 19일에는 자국민들에게 내리는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여행금지’로 올리고 적용 대상지역을 ‘전 세계’로 확대했다. 여행경보는 강제력이 없지만 미국 밖으로 나갔다가 귀국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미국민들에게 여행금지령이 내려진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은 이미 중국, 한국과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28개 국가를 거쳐온 이들의 입국을 금지시켰고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규 비자발급 업무를 중단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봉쇄’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국경통제까지 시작되면서 하늘과 땅이 모두 막힌 셈이 됐다.
“트럼프 정부가 경고 무시”
정보당국이 1월부터 코로나19 확산을 경고했는데 백악관이 무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국가정보국장(DNI)과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백악관 일일보고 등을 통해 경고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시했다고 보도했다. 정보기관과 보좌진의 경고를 들은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과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 부보좌관, 앨릭스 에이자 보건장관 등이 잇달아 얘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대규모로 퍼지는 일은 없다는 입장을 고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사이에 코로나19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백악관에서도 감염자가 나왔다. 부통령실 보좌진이 확진을 받자 코로나19 대응 총책임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고 21일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보수 정치단체 행사와 유대인단체 총회 등 확진자가 나온 정치행사에 잇달아 참여한 뒤 바이러스 검사를 했고 14일 음성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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