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석권은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10일(현지시간) 영화 ‘기생충’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 영화를 제작한 주역들이 한국의 이전 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음을 지적하는 기고가 실렸다. 블랙리스트가 계속됐더라면 ‘기생충’은 지금처럼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에 기고한 변호사 네이선 박은 박근혜 정부가 만든 블랙리스트 목록이 1만명에 달했다면서 봉 감독의 영화에 대한 당시 정부의 시각을 소개했다. 봉 감독의 전작인 ‘살인의 추억’은 경찰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평가됐고, ‘괴물’은 반미 영화로 규정됐으며, ‘설국열차’는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사회적 저항을 부추기는 영화로 봤다는 것이다.
봉 감독과 송강호뿐 아니라 이미경(미국명 미키 리) CJ그룹 부회장까지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면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그린 영화 ‘기생충’은 자유로운 사회가 예술에는 너무나 중요하다는 교훈을 일깨워준다”고 평가했다. 송강호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변호인’에 출연한 뒤 정권의 압박을 받았으며 이미경 부회장은 사임 압력을 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도 같은 날 기사에서 봉 감독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있었다고 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300여명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의 비극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예술가들과 작가 9473명에 대해 국가 지원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독일 잡지 슈피겔도 ‘기생충’의 아카데미 석권을 전하며 블랙리스트를 언급했고, 호주 ABC방송은 이미경 부회장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실을 소개했다.
2017년 9월 국정원 개혁위원회(개혁위)가 발표한 ‘MB(이명박)정부 시기의 문화·예술계 내 정부비판 세력 퇴출 건’ 보고서에는 봉 감독을 비롯한 영화감독 52명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다는 사실이 적시됐다. 개혁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13년 3월 국정원은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라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렸다. 2014년 3월에는 ‘문예계 내 左(좌)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이라는 이름으로 ‘문제 인물’ 249명의 목록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했다. 여기 포함된 영화인 104명 중에는 봉 감독도 들어 있었다.
그 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송강호, 김혜수, 박해일 등 유명 배우들을 비롯한 594명이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성명’에 서명했다가 역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갔다. 지난해 2월 지난해 2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이런 내용들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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