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한국 사회, 안과 밖

시리아와 북한, 오바마와 트럼프

딸기21 2018. 6. 12. 19:40

국제관계에서 솔직함 혹은 정직함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상과 현실은 어떤 기능을 할까? '기능'이라고 하니 너무 추상적이다. 좀 더 쉽게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나쁜 나라, 나쁜 지도자를 나쁘다고 손가락질하고 때려주는 게 좋을까, 일단 싸움은 막고 사람들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게 좋을까. 이렇게 물으니 또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굉장히 복잡한데. 


버락 오바마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이었고, 솔직하지 못했고, 무능했다. 최소한 시리아 문제에서라면. 바샤르 알아사드라는 독재자를 몰아낼 뜻이 없으면서 나쁘다고 지탄했고, 쫓겨나야 한다고 얘기했다. '(미국이) 쫓아내야 한다' '쫓아내겠다'라고는 하지 않았다. 


이란이 물밑에서 협상을 해주고, 그래서 러시아가 아사드의 안전보장을 해주면서 시리아가 저 지경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사후적인 해석이다. 저 모양이 되리라고 내다보면서도 방치하기야 했겠냐마는. 협상장에 이란과 러시아를 끌어들이네 마네 입씨름 하다가 나중에 불러앉혔지만 신뢰 없는 대화는 불가능했다. 


오바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직하지 못했다. 오바마가 공화당 설득하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한국당 설득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었을 건 뻔하다. 지형과 도시 구조 등등으로 해서 인도적 차원의 군사개입조차 어려운 시리아라는 나라의 전선을 공습만으로 단순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미군 지상군을 투입할 의지도 용기도 돈도 없었던 게 문제였다. 아사드가 화학무기로 아이들을 대량학살했을 때 여세를 몰아 쫓아냈다면 모르지만 하필 영국이 공습 참여를 포기해버리니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꼴로 미국도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우회를 해서라도 시리아를 공격해(!) 아사드 정권을 몰아내지 못할 거였다면 러시아와 이란을 힘겹게라도 끌어들여 아사드를 살려놓고 수백만 명이 난민 되고 수십만 명이 죽는 상황을 막으려 애썼어야 했다. 그런데 아사드는 일단 나쁜 놈이고, 독재자이고 손가락질받아야 할 인간이라는 말만 하면서 결국 아무 것도 못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여러 사정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오바마는 '도덕성'이라는 잣대를 많이 내세웠다. 그래서 결국 난장판을 만들어버렸다. 


US President Donald J. Trump speaks to reporters during a press conference after his meeting with North Korean leader Kim Jong-un at the Capella Hotel on Sentosa Island, Singapore, 12 June 2018._ EPA



도널드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난 뒤 기자회견을 하는 걸 얼핏 들었다. 집권 1년차 때와는 확실히 다른 정제되고 차분한 설명. 공부도 꽤나 한 것 같다(물론 뒤에 어느 눈치코치 없는 기자가 캐나다~ G7~ 어쩌구 물었을 때에는 billions millions 또 나오며 말이 빨라지더라마는).


주로 미국 기자들이 집중적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트럼프의 도덕적 잣대, 정치적 올바름을 추궁했다. 트럼프 스스로 올초 국정연설 때 네오콘스러운 도덕주의자 연설을 하면서 북한 독재를 비난했으니 부메랑이긴 하다. 남의 나라 전쟁을 이제야 좀 끝내자는데 줄기차게 북한 인권 꺼내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시리아를 다시 떠올렸다.


김정은이 약속한 걸 지킬 거라고 어떻게 믿느냐, 어느 기자가 물으니 트럼프는 "내가 장사(가 아니고 협상 ㅎㅎ) 좀 해봐서 아는데, 본능으로 안다"고 했다. 장사꾼의 본능으로 김정은이 제대로 한번 협상을 해보려 나왔다는 걸 알겠다는 뜻이다. 아직 말하기 이르기는 하지만, 오바마 류의 도덕성이 아닌 트럼프의 거래 본능이 역사를 바꾸는 듯하다.


여담이지만 중국 기자는 중국 역할을, 일본 기자는 일본패싱 걱정을, 한국 기자는 문재인 정부 역할을 묻더라. 한반도가 평화로 가느냐 마느냐 역사적 기로에 섰다는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