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구정은의 ‘수상한 GPS’]과학자들 소집한 WHO...신종 코로나 백신은 언제?

딸기21 2020. 2. 11. 21:5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미지로 만든 것. 이 바이러스는 주변에 돌기들이 나와 있어 왕관(코로나)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사망자가 결국 1000명이 넘었다. 확산세와 인명피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2003년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을 넘어서고 있다. 여러 바이러스들에 기인해 백신을 만들 수 없는 감기와 달리, 단일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은 완벽한 방어는 아니더라도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문제는 변이된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이번 감염증 백신이 언제 나오냐는 것이다.

 

“개발에 몇 년 걸린다”

 

로이터통신은 호주 연구진이 최근 실험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고, 중국 과학자들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짧게는 몇 달에서부터 길게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마요클리닉의 백신연구 담당자 그레고리 폴란드 박사는 지난 5일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몇 달 안에 백신이 나온다는 건 잘못된 얘기”라면서 “몇 년은 걸릴 것이고 돈도 10억달러 이상 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사용승인을 받을 때까지는”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안전성이 확인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은 분명하다.

 

1950년대부터 백신을 연구해온 펜실베이니아대학 스탠리 플로트킨 석좌교수는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고, 스위스 거대 제약업체 노바티스의 바스 나라심한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최소 1년”이라고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4월이면 기온이 올라가 바이러스가 약해질 것”이라고 했는데, 세계보건기구(WHO)와 전문가들이 바라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도 4월쯤 신종 코로나 확산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백신은 이번 사태가 다 끝나고 난 뒤에야 나올 것으로 보는 수밖에 없다.

 

11일 홍콩의 청홍 아파트 입구에 방역복을 입은 이들이 서 있다. 홍콩 당국은 이 아파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하자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방역에 나섰다.  홍콩 AP연합뉴스

 

임상시험 기간을 줄이기 위해 제약업계가 눈여겨보는 것은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바이러스(HIV) 치료제와 간염 치료제다. 기존 치료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막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면 백신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그래서 제약회사들과 연구소들은 과거 에볼라나 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백신을 만들 때 동원했던 매뉴얼과 자료들을 다시 꺼내들고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에 뛰어든 회사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미국에서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남용 소송에 걸려 파산 위기에 직면한 존슨&존슨이다. 이 회사 연구책임자 폴 스토펠스는 지난달 말 CNBC 인터뷰에서 “우리가 백신을 만들고 대량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HIV 치료용 프레즈코빅스를 중국에 기부하기도 했다. 사스를 비롯한 호흡기 감염증에도 이 약이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약품을 신종 코로나에 적용하는 문제가 간단하지는 않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전문가 리란주안은 “체외 세포실험에서 두 종류의 항바이러스제가 효과를 보였다”면서 “HIV 치료제 중 일부는 효과가 좋지 않고 부작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 바 있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는 동안 별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베이징의 디탄병원을 방문, 마스크를 쓴 채로 화상회의를 하며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르제네론은 에볼라 확산 때 약 6개월만에 항체를 만들어낸 경험을 바탕으로, 미 정부와 협력해 연구 중이다. 르제네론 대변인은 “에볼라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항체를 만들고 동물 시험을 하는 데에 약 6개월, 이후 인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6개월 정도 예상한다”고 했다. 이미 갖고 있는 각종 바이러스 항체들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상대로 시험해보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면서, 특히 메르스 항체를 활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결탁, 미국 정부에 신종플루 치료제를 거액에 팔아 거센 비판을 받았던 길리드사이언스도 신종 코로나에 손 대고 있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는 스위스의 로슈가 생산했지만 그 라이센스는 길리드가 공동소유하고 있었다. 길리드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폐렴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렘데시비르라는 약 성분의 무작위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렘데시비르의 효과를 언급한 논문이 실렸다.

 

‘세계 기금’ 효과 거둘까

 

백신 개발이 뒷북이거나 유야무야되는 것은, 개발에 성공할 때쯤에는 이미 전염병이 사그라든 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들불처럼 질병이 번지는 시기가 끝나면 연구개발 예산이 말라붙는 경우가 많다. 시장 논리를 넘어서려면 정부들과 비영리기관들이 지원해야 하는데, 이 또한 여론이 잦아들면 관심이 끊기기 쉽다.

 

 

하지만 에볼라 같은 예외도 있다. 20여년 전 ‘치사율 90%의 전염병’에 반짝 관심이 치솟았다가 이내 꺼졌지만 2014년 대규모로 확산되면서 세계에 경고음이 울렸다. 2018년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에서 에볼라가 다시 번지자 WHO가 국제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머크사가 임상시험을 거쳐 지난해 12월 마침내 첫 백신을 승인받았다.

 

연구자들에게는 임상시험을 할 돈이 없고, 기업들은 비용에 비해 성과를 확신할 수 없어 연구를 꺼리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2015년 몇몇 과학자들은 세계가 백신 개발 공동기금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공익에 기여하고, 투자 위험도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호소에 따라 2017년 ‘전염병 대응 혁신을 위한 연합(CEPI)’이 출범했다. 미국 등 몇몇 나라 정부들, 빌&멜린다게이츠재단, 웰컴트러스트, 세계경제포럼(WEF) 등이 참여했다. CEPI는 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웹사이트를 통해 최근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오른쪽)과 마이클 라이언 긴급보건프로그램 담당국장이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신종 코로나 확산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WHO는 11~12일 이틀 동안 과학자들과 정부 대표단들이 참여하는 백신·치료제 개발 회의를 연다.  제네바 EPA연합뉴스

 

특히 이번엔 영국 제약업체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미국 생명공학회사 모데르나 등이 CEPI와 협력해 글로벌 공동대응에 기여하겠다고 나섰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자체개발 연구보다는 주로 비영리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데에 주력하겠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전염병이 돌 때마다 제약업계의 ‘목숨 장사’에 대한 지탄이 커졌던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모데르나는 유전자를 이용한 백신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이노비오, 큐어백 등 다른 생명공학회사들과 함께 공동 플랫폼을 이용해 백신 개발 과정 자체를 혁신하겠다고 했다.

 

유럽연합(EU) 산하 기구인 유럽의약품청(EMA)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WHO는 11~12일 스위스 제네바에 과학자들과 각국 보건당국, 자선재단들을 모아 회의를 한다. 백신과 치료제·진단법 개발을 혁신하고 속도를 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