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해외문화 산책

중국 공산당의 무기, TF보이즈

딸기21 2019. 10. 23. 09:19

TF보이즈는 2013년 8월 첫 싱글앨범 ‘꿈의 출발(夢想起航)’을 내면서 데뷔한 중국의 3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이다. 왕쥔카이(20), 왕위안(18), 이양첸시(18) 세 명으로 구성돼 있다. 데뷔 첫 해에 TF보이즈는 ‘청춘수련수첩’이라는 노래로 중국을 넘어 아시아권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얻으며 ‘수퍼 아이돌’로 부상했다. 지난해 말 중국 언론들은 이 그룹의 브랜드 가치가 30억위안(약 500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중국 아이돌 그룹 TF보이즈는 공산주의청년당 등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이 때문에 서방 언론에서는 이들을 ‘팝 프로퍼간다’라 부르기도 한다.

 

중국 대중가요를 가리키는 ‘만도팝’ 시장에서 TF보이즈는 근래 단연 두각을 나타낸 그룹이다. 수입에서나, 주류 미디어에 노출되는 빈도에서나, 팬들에 대한 영향력 면에서나 이들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중국판 트위터 격인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세 명의 팔로어를 합하면 2억명이 넘는다. 
 

충칭 태생으로 배우 활동도 겸하고 있는 왕쥔카이는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지우링허우(90후)’ 가운데 최고 부자로 꼽힌다. 왕위안은 가수뿐 아니라 작곡가로도 활동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7년 그를 ‘세계의 영향력 있는 10대 30명’ 중 한 명으로 꼽았다. 지난해부터 유니세프 친선대사를 맡고 있으며, 아직 10대이지만 자기 이름을 딴 자선재단인 ‘위안 재단’도 만들었다. ‘장안12시진’ 등 유명 드라마에 출연해 배우로도 인기를 얻은 이양첸시의 활약도 만만찮다. 세계보건기구(WHO) 금연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고, 에이즈 감염자 차별을 근절시킬 캠페인에도 뛰어들었다. 2017년 11월 17세 생일을 맞아 이양첸시도 자기 이름을 딴 자선재단을 출범시켰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세계의 이슈가 됐다. 중국 본토 네티즌들은 그에 맞서 반홍콩 선전활동을 하는 것을 넘어, ‘중국에 반하는’ 것으로 비치는 기업과 브랜드들과 스타들을 공격하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도 공격대상이 됐다. 중화권 스타들은 어느 때보다 과열된 ‘사상검증’을 받는다. 홍콩 시위대가 오성홍기를 물에 빠뜨리자 웨이보에 줄줄이 “나는 오성홍기를 사랑합니다”라는 ‘인증글’을 올려야 했다.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무력진압해 실명하게 만드는 일이 일어났을 때에는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는 스타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배겨날 수 없기 때문이다. 

 

8월 10일 중국 선전에서 공연하는 TF보이즈. 비주얼차이나그룹·게티이미지


 

중국 네티즌들은 홍콩 시위에 우호적이거나 ‘하나의 중국’을 부인하는 제스처를 취한 외국 브랜드들에도 불매운동 등으로 보복한다. 심지어 그 브랜드들과 함께 일한 연예인들도 공격 대상이 된다. 중화권 유명 배우 양미는 중국과 대만을 별도로 표기한 베르사체 모델 활동을 중단했고, 슈퍼모델 류원은 미국 브랜드 코치와 결별했다.
 

TF보이즈는 아예 ‘공산당 그룹’으로 통한다. 2016년부터 올초까지 TF보이즈는 CCTV의 신년 축하쇼에 연속으로 등장했다. 2015년 ‘세계 어린이의 날’에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은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이 그룹의 ‘우리는 공산주의의 상속자’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TF보이즈는 여러 차례 공청 행사에 등장했고, 공청은 수시로 웨이보에 이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세 스타는 정부가 밀고 있는 ‘2020 화성 탐사 미션’의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앤가바나 모델로 패션쇼에 섰던 왕쥔카이는 이 업체가 중국 폄하 논란에 휘말리자 곧바로 관계를 끊었다. 이양첸시는 오성홍기 지지 글을 웨이보에 올리더니, 대만·홍콩을 제품에 표기한 지방시와 절연했다.
 

지난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셜미디어에서 중국 민족주의에 불을 지피는 ‘셀럽 문화’의 첨병으로 TF보이즈를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팬들은 흔히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에 가고 ‘굿즈’를 사지만 TF보이즈의 팬들에겐 다른 활동이 더 있다는 것이다. “호주에 유학 중인 19살 린다 리는 좋아하는 아이돌 TF보이즈를 위해 소셜미디어에 정기적으로 친중국 글을 올린다.”
 

인터넷을 통해 외국 사상과 문화가 들어오는 걸 막는 공산당의 검열·통제를 서방에선 만리장성(Great Wall)에 빗대 ‘방화벽장성(Great Firewall)’이라 부르곤 한다. 대륙의 키보드 전사들은 역설적으로 당국의 방화벽 때문에 서방 소셜미디어들을 이용할 수가 없다. 반면 대륙 밖의 친중파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에서 얼마든지 친중 홍보를 할 수 있다.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은 지난 1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젊은 세대들에게 “깊고 오래가는, 생생한 애국적 열정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산당은 젊은 세대에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했고, 아이돌 파워라는 신무기를 찾아냈다. 그 최첨병이 TF보이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