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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파괴' 기업들로 향하는 압력...‘브라질 보이콧’ 가능할까

딸기21 2019. 9. 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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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와 독일이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의 아마존 파괴에 항의해 숲 보호기금을 끊은 데 이어, 유럽 연기금들과 투자회사들도 브라질 투자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산 불매운동 조짐도 일고 있다. ‘브라질 보이콧’으로 열대우림을 지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지만, 개발만을 외쳐온 보우소나루 정부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적지 않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7일 시위대가 “아마존을 구하라”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의 삼림파괴 정책에 항의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AP연합뉴스

 

보우소나루 “주권침해 말라”

 

아프리카를 순방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7일(현지시간) 인도양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를 찾았다. 이날 교황의 핵심 메시지는 “마지막 남은 숲들이 화재와 벌목으로 위협받고 있다. 산림 파괴는 지구의 미래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었다. 화재와 개발로 파괴되는 아마존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아마존을 공유하는 중남미 7개국은 6일 콜롬비아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아마존 보호 공동협약에 서명했다. 정보교환 등 협력을 늘리고 재해대응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콜롬비아를 비롯해 브라질, 볼리비아, 에콰도루, 페루, 수리남, 프랑스령 기아나가 참석했다.

 

하지만 가장 앞장섰어야 할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탈장 수술 때문에 각료를 대신 보냈다. 아마존 개발규제를 대폭 완화해 질타를 받아온 보우소나루의 억지는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리우타임스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정상들과의 영상 대화에서 각국이 아마존 산불에 분노하는 것은 “브라질 주권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마존 산불에도 아랑곳 없이 보우소나루 정부는 화재감시 예산을 늘리기를 거부했고 원주민 보호구역마저 줄이려 하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7일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퍼레이드에 나와 환호하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아마존 삼림 화재에 대해 국제사회가 브라질을 비난하는 것은 “주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브라질 대통령궁·AP연합뉴스

 

보우소나루의 이런 행태에 브라질 보이콧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팀버랜드, 노스페이스, 잔스포트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미국 유명 패션업체 VF코포레이션은 소 방목지가 숲 파괴를 늘린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브라질 소가죽을 더이상 구매하지 않는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세계 2위 의류 소매업체인 스웨덴의 H&M도 5일 성명을 내고 브라질 소가죽 구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지난해 14억달러 어치의 가죽을 수출했는데 대부분 미국과 중국, 이탈리아로 갔다.

 

북유럽발 경고음

 

아마존기금을 내온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독일 정부가 최근 돈줄을 끊은데다, 유럽의 투자회사들과 연기금들도 브라질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핀란드·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 금융회사들이 합병해 탄생한 노르데아자산운용은 브라질 정부채권 투자를 재검토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가디언 등은 노르데아가 채권 매입을 중단하고, 기존 보유분도 매각하겠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노르데아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규모 인프라 건설과 농업비즈니스 확장으로 환경보호를 약화시키려 한다”면서, 비준을 앞두고 있는 유럽연합(EU)과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의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노르웨이 최대 투자회사 스토어브랜드ASA와 연금기금 KLP는 자신들이 투자한 브라질 기업들에게 ‘환경파괴와 관련 없음’을 입증하라고 요청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들이 투자한 브라질 내 자산규모는 1700억달러에 이른다.

 

아마존 숲을 갉아먹는 최대 요소는 ‘소’다. 미국 예일대 삼림환경연구소는 1980년대부터 브라질에서 축산기업들과 정부의 ‘햄버거 커넥션’이 형성되면서 삼림파괴가 가속화됐고, 사라진 숲의 80%는 소 방목장이 됐다고 지적한다. 현재 브라질 육우의 40%가 아마존 지역에서 키워진다. 환경보호단체들이 주시하는 것은 브라질 육가공업체에 돈을 댄 투자회사들이다.

 

콜롬비아 레티시아에서 6일 아마존 7개국 긴급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동안, 현지 원주민 티쿠나족 남성이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깃발을 들고 회의장 앞에 서 있다.  레티시아 AFP연합뉴스

 

미국 환경단체 아마존와치는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럽의 금융회사들이 브라질 농업비즈니스를 떠받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캐피탈그룹, 블랙록, 뱅가드 같은 투자사들은 브라질 축산시장의 35%를 장악하고 있는 최대 육가공업체 JBS에 수십억달러씩을 투자했다.

 

쇠고기 보이콧 가능할까

 

아마존와치와 환경단체들은 이들에게 투자를 재검토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환경 관련 싱크탱크 마이티어스는 JBS와 미국 거대 농업회사 카길, 벨기에 유통체인 델헤이즈와 코스트코 등을 상대로 아마존 숲 파괴와 관련 있는 식품 거래를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영국 투자회사 LGIM은 이미 환경단체들 요구로 환경파괴 산업 등 ‘비윤리적인’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다.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자 지금껏 삼림파괴의 혜택을 받아온 브라질 육가공업체와 농업기업들도 아마존 훼손을 줄이기 위한 행동에 나서라고 정부에 요구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쇠고기의 80%는 자국 안에서 소비되지만, 2010년 이후로 수출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이란, 이집트, 러시아가 브라질 쇠고기를 많이 사간다. 이 나라들이 수입을 줄이도록 강제하기는 힘들지만, 소비자들과 시민단체들이 투자회사들을 움직일 수는 있다. 브라질 곳곳에서 사료용 콩 농장이 늘어 숲이 파괴되자 그린피스는 유럽 맥도널드 등과 모라토리엄(유예) 협약을 맺어 2년 동안 브라질 북부 마투그로스주에서 생산된 콩을 쓰지 않게 한 전례가 있다. 신용평가회사 피치 산하 연구소는 지난달 말 발간한 보고서에서 아마존 화재로 농업비즈니스에 대한 압력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브라질의 ‘경제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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