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기타뉴스]소젖으로 난방을 한다고?

딸기21 2017. 12. 3. 16:06
728x90



발단은 이 기사였습니다. 네덜란드의 도시재생에 대해 둘러보고 돌아온 김보미 기자가 이런 기사를 썼습니다.

[김보미의 도시&이슈]‘두 바퀴 천국’ 네덜란드의 실험…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재생에너지 만든다 

기사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네덜란드의 자전거 도로에 관한 겁니다. 네덜란드는 튤립의 나라, 풍차의 나라이면서 친환경 자전거 교통이 발달한 나라이고, 또한 낙농대국이기도 하지요. 기사에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소비자들도 ‘착한 에너지’를 원하고 있다. 전력을 선택해서 구입할 수 있는 네덜란드에서 풍력·태양광 소비는 지난해 전년 대비 20%가 늘었다. 신차 중 전기차 비중도 2015년 기준 9.74%로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 2위다. 이 추세에 맞추기 위해 낙농업이 발달한 네덜란드는 자전거와 함께 젖소도 재생에너지원으로 개발 중이다. 갓 짜낸 따뜻한 원유가 식을 때 나오는 열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에너지원으로 규정도 되어 있지 않고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0.3%(네덜란드 통계청)로 미미하지만 세계 어디에도 없는 에너지 원료로 쓰는 것이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대체 우유의 열을 어떻게 에너지로 바꾸는 것일까.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우유를 식히는 냉장시스템을 ‘친환경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이 발달해 있습니다. 냉각시스템을 화석연료가 아닌 친환경에너지로 가동시키는 겁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연구하는 ‘우유 에너지’는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우유의 열 자체를 친환경에너지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친환경 냉각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이죠.

자료들을 찾아보니,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소에게서 갓 짜낸 우유의 온도는 약 37도. 소의 에너지가 우유의 열이라는 형태로 저장된 것이죠. 그걸 시판하려면 우리가 ‘냉장우유’라고 부르는 온도, 즉 4도로 낮춰야 합니다. 거대한 우유통 안에 파이프를 설치해서 차가운 물을 흘려보냅니다. 물은 파이프 속을 돌며 우유를 식혀주는 사이에 따끈하게 데워집니다. 우유 덕에 덥혀진 물을 난방용으로 쓰는 겁니다. 낙농가 입장에선 일석이조가 되겠군요. ▶그린에코넷이라는 유럽 웹사이트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우유 1ℓ를 식히는 과정에서 따뜻한 물 0.7ℓ가 나온다고 합니다. 하루 1000ℓ의 우유를 생산한다고 하면, 열을 전기로 바꾸는 설비를 이용해서 시간 당 1만3100k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군요. 덥힌 물을 난방용으로 쓰는 걸 넘어서 전력 생산까지 할 수 있고, 실용성이 있다는 겁니다.

'네덜란드의 재생가능 에너지(Renewable energy in the Netherlands 2010)'라는 자료에 인용된 네덜란드 통계청 수치를 보니 이미 네덜란드에선 이런 작업이 1995년 이전부터 시작됐고 꽤 많이 퍼져 있는 모양입니다. 2010년에 네덜란드 전역에 살고 있는 젖소는 147만9000마리인데 그 중 74만마리가 ‘우유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네요.


자료 Renewable energy in the Netherlands 2010

자료 Renewable energy in the Netherlands 2010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나 소 사육에 들어가는 에너지의 양, 화석연료의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소는 우유와 고기를 사람들에게 내주지만,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무시 못 할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소 사육 과정에서 에너지를 줄이거나 재생가능 에너지로 바꾸기 위한 연구도 많습니다.

지난해 유럽의 기술잡지인 ‘호라이즌’은 그런 사례들을 소개했습니다. 우유와 치즈를 생산하는 스페인의 한 농장은 태양광과 바이오매스(생물유기체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해 농장을 운영하는 시도를 했고, 또 다른 스페인의 농장은 버려지는 열을 회수해서 우유를 냉각하는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답니다. 독일의 어떤 농장은 가스와 고온 펌프를 이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고, 서스밀크라는 단체는 낙농 제품의 운송과 배달에 드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애쓴답니다.

유럽의 낙농업계는 농가에서 나오는 폐수를 활용하는 법, 아예 물 사용량을 줄이는 법 등 여러가지를 연구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에너지가 순환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4%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렇게 다방면으로 모색을 하다 보니, ‘우유 에너지’라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었던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