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오바마가 못한 핵무기 감축, 트럼프가 한다?  

딸기21 2017. 1. 1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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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집권 첫 해에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선언했고, 그 해에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그러나 핵무기 양대 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의 군축은 크림반도 문제를 둘러싼 이른바 신냉전 분위기에 휘말려버렸다. 2013년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할 때 핵무기 대응까지 검토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으며, 오바마의 비전은 말뿐인 선언으로 끝나고 말았다.


오바마가 실패한 ‘핵 없는 세상 만들기’를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실현할 수 있을까. 트럼프가 15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의 사무실에서 영국 더타임스, 독일 빌트와 공동인터뷰를 하면서 러시아와 핵무기 감축 협상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풀어주는 대신, 러시아를 핵무기 감축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오겠다는 것이다. 


ⓒ ITAR-TASS


트럼프는 이 인터뷰에서 “그들(오바마 정부)은 러시아를 제재했다. 우리가 러시아와 더 좋은 협상을 할 수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며 핵 군축을 거론했다. 트럼프는 “예를 들어 핵무기는 줄어들어야 하며, 매우 많이 줄어야 한다”고 했다. 


핵 전력 강화하겠다더니


미국과 러시아는 2010년 4월 프라하에서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양국 비준을 거쳐 이듬해 2월 발효됐다. 이 협정에 따라 양국은 실전배치된 핵 미사일과 폭격기는 700개로, 탄두 수는 1550개로 줄여야 한다. 미 국무부의 최근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전략미사일과 폭격기에 배치된 핵탄두 1367기를, 러시아는 1796기를 갖고 있다.


현재로선 트럼프가 얼마나 진지하게 핵무기 감축 협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지난해 말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핵 전투력을 강화하겠다고 하자 트럼프는 트위터에 미국의 핵 능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두 나라가 냉전의 유산인 핵 경쟁을 다시 시작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랬던 트럼프가 갑자기 군축 협상을 들고 나오자, 해석이 분분하다. NBC뉴스는 트럼프가 러시아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핵무기 감축과 교환하겠다는 새로운 조건을 추가했다”고 분석했다. 친러 성향인 트럼프에게 핵 군축은 러시아 제재를 풀어주기 위한 협상 카드 정도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매우 많이’ 줄여야 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미국이 러시아에 가한 제재는 푸틴의 손발을 묶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은 2014년 3월 1차로 러시아 주요 인사들의 미국 내 자산 동결과 미국 입국 금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어 그 해 4월에 발표한 제재 리스트가 핵심이었다. 이 제재대상자 명단에는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경영자 이고르 세친을 비롯해 푸틴의 핵심 측근들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푸틴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겐나디 팀첸코가 운영하는 볼가그룹과 트란스오일 등 에너지 관련 기업들도 제재 명단에 올랐다. 


석달 뒤에는 로스네프트와 함께 또다른 에너지회사 노바테크를 명단에 집어넣었다.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계열사인 가스프롬방크와 브네셰코놈방크 등 금융기관들도 포함됐다. 제재 리스트의 특징은 러시아의 에너지·금융산업을 직접 타깃으로 삼았다기보다는 푸틴의 돈줄을 차단하는 데에 주력했다는 것이었다.


크렘린 "핵 감축 논의하고 있지 않다"


트럼프는 이미 수차례 러시아와의 관계를 풀 것임을 공언했고, 제재를 해제할 것임을 시사했다. 푸틴의 수족들을 제재에서 풀어준다면 크렘린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제재 해제와 핵 군축을 ‘바터(교환)’하는 데에 푸틴이 응할 지는 미지수다. 제재와 함께 유가까지 하락하면서 러시아 경제가 휘청거린 것은 사실이지만 푸틴 권력을 뒤흔들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장은 16일 트럼프의 발언과 관련해, 러시아의 핵무기 감축을 다른 나라들의 핵 잠재력이나 다른 종류의 무기개발과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코사체프 위원장은 미국의 제재를 “역사 속으로 흘려보내야 하는, 임기가 끝나가는 현 백악관의 어리석은 유산”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다른 나라들의 핵 잠재력과 다른 종류의 무기개발을 포함한 여러 조건들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재 철회가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는 아니다”라고도 했다. 트럼프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여 제재 해제와 핵무기를 맞바꾸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트럼프의 제안에 대해 “러시아는 현재 미국과 핵 감축에 대해 어떤 협상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오는 20일 트럼프가 공식 취임할 때까지는 어떤 제안에 대해서도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스코프는 푸틴이 “모스크바는 제재 해제 문제를 국가간 접촉에서 거론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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