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드는 이어서 어린 세 딸 바노(8), 수마이라(7), 후마이라(4)가 잠들어 있는 방으로 갔다. 비비가 제발 딸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남편은 피묻은 칼을 휘두르며 "소리를 지르거나 방해하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아메드는 비비의 눈앞에서 세 딸을 살해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다음날 아침 아메드는 아무 저항도 않고 순순히 경찰에 체포됐다.
숨진 큰딸 무카다스는 아메드의 형과 비비 사이에서 태어난 딸. 비비는 원래 아메드의 형수였지만 남편이 14년전 젊은 나이로 숨지자 이슬람 전통에 따라 시동생인 아메드와 재혼했다. 아메드는 무카다스의 전남편 말만 듣고 의붓딸이 부정을 저질렀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론 무카다스는 남편의 학대를 못 이겨 친정으로 도망쳐 나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무카다스는 있지도 않은 애인 때문에 세 여동생과 함께 살해된 셈이다.
AP통신이 28일 보도한 이 엽기적인 살인사건은 파키스탄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며 세계를 경악케 만들고 있다. 그러나 아내가 보는 앞에서 네 딸을 살해한 아메드 사건은 이슬람 극단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파키스탄에서는 `명예 살인'이라는 이름으로 드물지 않게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 중 하나일 뿐이다. 파키스탄에서는 어린 소녀들을 포함해 해마다 수백명의 여성들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등의 이유로 아버지나 남자 형제에게 살해된다.
인근 물탄 시내 감옥에 갇혀있는 아메드는 AP 인터뷰에서 "어린 딸들도 자라나면 무카다스처럼 부정을 저질러 집안의 명예를 더럽힐 터이니 일찍 없애버리는 편이 낫다"며 "모스크에서 금요 예배를 드린 뒤 칼을 사왔다"고 너무나 담담한 표정으로 털어놨다.
끔찍했던 그날 밤 무참히 숨진 딸들의 시신 옆에 밤새 서있었다던 부인 비비는 "너무 두려웠고 어떻게 해야 딸들을 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아메드는 "가난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명예 밖에 없다"면서 "의붓딸의 애인을 마저 죽이지 못한 것이 한스러울 뿐 내 행동에 후회는 없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여성탄압 국가. 3년전 오빠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부족 남성들에게 집단 성폭행이라는 `징벌'을 당한 무크타르 마이라는 여성은 올해 대법원에까지 가서 법정 투쟁을 벌이며 전 세계에 파키스탄 여성 인권 실태를 알렸다. 그러나 이렇게 이슈화된 것은 `예외적인 사건들'일 뿐이고, 아직도 지방 부족집단에서는 명예살인과 집단성폭행 등이 횡행하고 있다. 인권단체인 파키스탄인권협의회(HRCP)에 따르면 올해 현지 언론에 보도된 것만 해도 260건의 명예살인이 일어났다.
파키스탄 정부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자 지난해 법을 개정해 명예살인 가해자에게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최고 교수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친척들이 피해자의 어머니나 다른 가족에게 돈을 쥐어주는 형식으로 끝나버린다고 HRCP는 전했다. 이 단체에서 일하는 카믈라 히야트는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난다"며 "정부의 형식적인 조치로는 치유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나나 | 기가 찹니다 ,ㅠㅠ ....... 지옥이 따로 없네요.아..할말을 잃는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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