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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스와 샤론, 적에서 동지로

딸기21 2005. 12. 3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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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계의 매파와 비둘기파를 대변해온 두 정치인, 아리엘 샤론(77) 총리와 시몬 페레스(82) 전총리가 힘을 합쳤다. 노동당 당권경쟁에서 밀린 페레스 부총리가 우익 리쿠드당에서 탈당한 샤론 총리의 신당에 참여할 것임을 선언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정치적 격변이 본격화되고 있다.

AP통신 등은 30일(현지시간) 페레스가 노동당을 탈당해 내년 3월28일 실시될 조기 총선에서 샤론 총리를 지원할 것임을 공식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페레스는 이날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당에서 나의 역할은 이제 끝났다"며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추진할 가장 적합한 인물은 샤론 총리"라고 말했다. 페레스는 조만간 샤론 총리의 카디마(전진) 신당에 입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두 차례 총리, 한 차례 부총리, 외무장관을 역임한 페레스는 이스라엘 정치의 주류였던 노동당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현대 이스라엘 역사의 산 증인이다.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주도하면서 1994년 이츠하크 라빈 전총리,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었다.



왼쪽은 페레스, 오른쪽은 샤론.


협상의 동지와 파트너였던 라빈과 아라파트가 모두 고인이 된 지금, 연로한 페레스가 `샤론과의 결합'을 택한 것은 이스라엘에서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전쟁 영웅'으로 꼽히는 샤론 총리는 1960~70년대 우익 리쿠드당의 창당과 성장을 주도해왔으며 국방장관과 주택건설부장관을 거치면서 레바논 내전에 개입하고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한 대표적인 강경파다. 페레스와 샤론은 오랫동안 이스라엘 정계를 이끌어왔지만 동지라기보다는 적(敵)이었던 기간이 압도적이었다.

두 사람이 협력관계로 돌아선 것은 올초 샤론총리의 리쿠드당 연립정권에 페레스가 노동당을 이끌고 참여하면서부터. 샤론 총리는 과거 강경보수 일변도였던 정책을 버리고 지난 2월 팔레스타인 마무드 압바스 수반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점령지 정착촌 철수계획을 발표했으며, 9월에는 가자지구 철수를 강행했다.


그러나 샤론 총리는 우익 리쿠드당 내 강경파들의 반발에 부딪쳤고, 페레스는 노동당 내에서 좌파 색채의 신진층에게 밀려 지난달 당권 경쟁에서 패배했다. 샤론 총리는 최근 리쿠드당을 나와 신당 창당을 선언, `중도파 대결집'을 주창했으며 이에 페레스가 화답함으로써 정계개편이 본격 궤도에 오르게 됐다.

페레스의 가세로 샤론 총리의 신당 세력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내년 총선에서 샤론 총리가 재집권할 경우 리쿠드당은 세력이 급속 약화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페레스가 새 정권에서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맡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