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들을 사살하는 사건이 일어난 지 열흘 만에, 다시 경찰들이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루이지애나 주의 주도 배턴루지에서였다. 댈러스 사건의 원인이 된 백인 경찰의 흑인 사살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17일(현지시간) 오전 9시쯤 배턴루지 도심의 해먼드에어플라자 쇼핑센터 부근에서 경찰관 3명이 총격을 당해 숨졌고, 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킵 홀든 배턴루지 시장은 경찰 본부 인근에서 총격이 발생했다며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숨진 사람은 배턴루지 경찰관 2명과 지역 보안관이라고 지역언론인 WBRZ-TV는 전했다. 총격을 가한 남성 1명은 경찰에 사살됐다. 한 목격자는 이 방송에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남성들이 총기를 난사했다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주도 배턴루지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경찰 3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 뒤 경찰들이 순찰을 하며 지나가는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배턴루지 _ AP연합뉴스
경찰은 배턴루지와 외부를 잇는 에어라인 고속도로를 차단했으며, 방탄조끼를 착용한 무장경찰들을 배치하고 헬기를 띄워 현장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CNN방송은 용의자 한 명이 경찰의 총격에 쓰러졌으며, 공범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경찰이 도주한 용의자 2명을 추적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외출을 삼가고 집에 머물어달라고 요청했다. 존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형언할 수 없는 부당한 공격”이라고 범행을 규탄했다.
지난 5일 배턴루지에서는 길에서 CD를 팔던 37세 흑인 남성 앨턴 스털링이 경찰 2명에게 제압당한 뒤 사살됐다. 경찰은 스털링이 총기로 누군가를 위협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체포하려다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튿날 행인이 촬영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경찰의 과잉 행동과 흑인 사살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경찰들이 스털링을 덮쳐 밀어 넘어뜨린 뒤 사실상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스털링의 가슴과 허리에 여러 발의 총탄을 쏘는 장면이 그대로 잡혔던 것이다.
이 사건에 이어 6일 미네소타주에서 32세 흑인 남성 필랜도 캐스틸이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검문 중이던 경찰의 총에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당시 캐스틸의 차에는 약혼녀와 4살 딸이 함께 타고 있었다. 두 사건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불이 붙었다. 미국 주요 도시들에서 경찰의 권한 남용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난 와중에, 댈러스에서 초유의 백인 경찰 공격사건이 벌어졌고 경찰관 5명이 사살됐다.
▶ “백인 경찰을 죽이고 싶다”…결국 당겨진 ‘분노의 방아쇠’
인종 간 갈등이 극도로 격화된 상황에서 또 다시 경찰 사살사건이 일어나자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배턴루지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 백인 경찰들을 의도적으로 겨냥한 것인지,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현장 주변 에어라인 도로에서도 흑인 사살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도 백인 경찰을 노린 흑인의 ‘보복 공격’이라면, 인종 갈등은 더욱 극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댈러스를 방문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인종 간 화합을 호소했으며 백악관에 흑인 운동가들과 백인 경찰 등을 불러 양측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배턴루지 사건이 도널드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지명하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개막하기 바로 전날에 일어났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대를 앞두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총기를 들고 가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오하이오에서는 주법에 따라 전당대회장 내부만 아니라면 주변에서는 총기를 들고 다닐 수 있다. 자칫 백인 극우파들이 연루된 총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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