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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9.11 이후 최악 테러... 나이트클럽 총기난사로 50명 사망

딸기21 2016. 6. 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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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9.11 이래 최악의 테러공격이 일어난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펄스 나이트클럽 앞에 경찰들이 서 있다. Getty Images·이매진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총격을 가해 최소 50명이 숨지고 53명이 다쳤다. 2001년 9·11 테러 이래 미국에서 일어난 최악의 테러공격이다. 범인이 아프가니스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젊은이로 드러나면서 미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공포에 빠졌다.

범인은 아프간 이민자 가정 출신 29세 남성

범인은 12일 오전 2시쯤(현지시간) 게이 전용 클럽인 ‘펄스올랜도’에 들어가 총기를 난사했다. 클럽에는 320명 가량이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진압경찰이 들이닥치자 범인은 인질을 붙잡고 3시간 가까이 경찰과 대치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격용 라이플과 소총 등으로 무장한 범인이 비무장 민간인들을 공격한 탓에 희생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특수기동대(SWAT)는 두 차례 소규모 폭발음을 일으켜 범인의 시선을 분산시킨 뒤 현장에 들어가 범인을 사살하고 인질 30여명을 구출했다. 범인은 몸에 자폭용 폭탄 장치를 두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경찰은 이 장비가 진짜 폭탄인지 조사하고 있다.



범인의 신원은 미국 국적의 29세 남성 오마르 사디키 마틴이라는 것 외에는 아직 알려진 게 없다. CBS방송은 마틴의 부모가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전과는 없고, 테러용의자 명단에 오른 인물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이번 공격이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 올 3월의 벨기에 브뤼셀 공격과 비슷하게 ‘소프트타깃(민간인 시설 등 연성 목표물)’을 노렸다는 점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이민자 가정 출신 젊은이의 테러공격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15년 전 시작돼 아직도 끝나지 않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반발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

조직적 공격 가능성

현장에서 숨진 마틴 외에 체포된 사람은 아직 없다. 그러나 총기는 물론이고 자폭용 장치까지 가지고 들어간 것이라면 오랜 시간 치밀하게 준비한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범인은 조직적이었고(organized) 잘 준비돼 있었다”면서 이 사건을 ‘국내 테러행위’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연방수사국(FBI) 관계자의 말을 인용, ‘미국 내와 외국 양쪽에서’ 다양한 각도로 테러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마틴이 테러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올랜도 사건을 보고받았으며 이번 사건 수사에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3년 전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공격처럼 내부의 극단주의자들, 이른바 외로운 늑대에 의한 공격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러시아 체첸 이민자 가정 출신인 타멜란·조하르 차르나예프 형제는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져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대회 때 폭탄공격을 저질렀다.

지난해 12월에는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의 요양시설에서 파키스탄계인 사이드 파룩과 부인 타쉬핀 말리크가 총기를 난사해 14명을 숨지게 했다. 이들은 극단조직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 당국이 가장 우려하던 ‘자생적 테러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음을 보여줬다. 당국의 테러용의자 리스트에 올라와 있지 않았던 이들은 보스턴 공격의 범인들과 마찬가지로 극단조직과 느슨한 연계만을 가진 채 범행을 저질렀다.



늘어가는 ‘자생적 테러’ 공포

보스턴 사건 당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공격’으로 다루기를 꺼렸던 미 당국과 언론들은 지난해 샌버나디노 사건에 대해서는 ‘외로운 늑대의 테러’, 미국 사회 내부자들의 ‘DIY 테러’라고 했다. 경찰이 이번 올랜도 사건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테러행위로 규정한 것은 미 당국과 사회의 경각심이 극에 달해 있음을 보여준다. 사건이 일어난 곳이 게이 클럽이었다는 점에서, 동성애에 불만을 품은 공격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국은 추가 공격 가능성은 아직까지는 없다고 밝혔다.

클럽 주변과 인근 병원에는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현장 주변 소식과 함께 희생자 애도 글들이 올라왔다. 버디 다이어 올랜도 시장은 “우리 공동체는 강하다. 우리는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서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펄스 클럽과 불과 4㎞ 떨어진 곳에서는 이틀 전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를 끈 가수 크리스티나 그리미(22)가 팬 사인회 중 케빈 제임스 로이블이라는 26세 남성의 총에 숨졌다. 이 남성은 현장에서 자살했다. 경찰은 “그리미 사건과 나이트클럽 총격이 연관돼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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