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kistani earthquake survivors. Thousands of Pakistan's quake survivors are
caught in a desperate struggle for survival in the Himalayan cold
and need urgent help, an international aid group said.(AFP/File/Arif Ali)
무너져내린 바위에 막혀 길이 사라진 파키스탄 산악지대의 마키아라 계곡, 배낭을 둘러맨 원정대가 히말라야의 험준한 바위산들 사이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산골 마을들을 찾아다닌다.
프랑스인 장 필립 부르주아와 캐나다에서 온 클로드 앙드레 나동은 메고 온 배낭을 끌러 담요를 꺼낸다. 에베레스트와 K2, 킬리만자로 등 세계적인 험산을 넘나들었던 두 등반가는 히말라야에서 색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21일(현지시간) 국제이주기구(IOM) 요원으로서 산골 마을들을 다니며 구호헬기가 착륙할만한 곳들을 찾고 있는 이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지진 피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무자파라바드 산악지대 주민들의 실상을 전했다.
헬기가 도착하지 못하면 고산지대 주민들은 이 겨울을 넘기기 힘들다. IOM은 산악인 12명으로 구성된 탐사대를 운용, 산악지대에 구호물품을 보낼 방법을 찾고 있다. 산악지대 주민들은 지진으로 집을 잃었고, 평지로 이어지는 길까지 끊겼다. 영국인 구호요원 매기 투키는 "고산지대 주민들은 이 추위에서 별빛 아래 잠을 자야 한다"며 "가장 큰 과제는 그곳 마을들에 어떻게든 접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시아 일대를 뒤흔든 대지진이 일어난 것은 지난 10월 8일. 지진은 8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350만명을 이재민으로 만들었다. `세계의 지붕'이 흔들린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히말라야 주민들의 삶은 복구되지 않고 있다. 구호기구들과 파키스탄 정부는 6000여개의 임시 보호시설을 만들어 이재민들을 수용하고 있으나 59만5000명이 여전히 노천에서 떨고 있다. 유엔 구호조정관 얀 반데어모어텔은 "올겨울 최악의 피해를 막기 위해 200만명에게 눈발을 피할 정도의 지붕이라도 마련해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구호기구들은 겨울철 동사자가 속출하고 폐렴이 기승을 부릴까 우려하고 있다.
남아시아 지진은 지난해말 발생한 쓰나미 대참사에 이어, 지구의 힘 앞에서 인간은 무력할 수 밖에 없음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 지난해 12월26일 일어난 쓰나미 대참사의 악몽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쓰나미 사망자와 실종자가 23만1127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재민 150만이 생겼고, 107억3000만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남아시아 쓰나미와 파키스탄 대지진은 자연의 위력을 보여준 동시에, 대재앙에 맞서기 위해서는 진정한 `글로벌 공조체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각인시켜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두 사건을 계기로 대재앙에 대처할 수 있는 응급 지원조직이나 국제 공조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유엔은 지난 15일 총회에서 대규모 자연재해에 긴급히 투입할 수 있도록 비상기금 5억 달러를 조성키로 의결했으며 재해 발생 가능성을 신속히 파악하기 위한 국제적 조기경보체제를 만들기로 했다. 쓰나미는 또한 구호기금 모금에서도 최대 기록을 세움으로서 역설적이지만 인류애를 확인시켜줬다. 미국 8억5700만 달러 호주 7억3890만 달러를 비롯해 각국의 지원이 답지했으며 유엔은 "가장 단시간에 가장 많은 기부금이 모였다"고 평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영국 런던 시내 사이언스 미디어센터에서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제럴드 섀튼 미 피츠버그대 교수와 함께 사이언스에 게재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논문에 대해 설명하며 활짝 웃고 있다. / AP
그러나 황교수는 논문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국 국민들과 세계 앞에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처지가 됐다. / 로이터
"난치병 환자 줄기세포 추출은 인류 복지를 향한 과학적 쾌거다."(5월19일 영국의 복제전문가 이언 윌머트박사)
"2005년 최고의 발명품은 복제 개 스너피."(11월12일자 시사주간 타임)
"과학 연구가 많아지면 사기도 많아진다."(12월20일 뉴욕타임스)
올 한해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전체를 둘러봐도, 황우석 서울대 교수만큼 극과 극의 찬사와 비난 사이를 오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올 한해, `줄기세포'라는 말처럼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용어도 없을 것이다.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계 언론의 화려한 스폿라이트를 받았다. 환자 맞춤형 배아복제를 다룬 사이언스의 논문에 세계 과학계가 열광했고, 스너피 탄생 소식은 타임의 올해 최고 발명품으로 선정되는 등 각광을 받았다.
불과 몇달 지나지 않아 황교수의 줄기세포 관련 논문은 `고의적 조작'으로 드러났고, 황교수는 `사기꾼 과학자'의 전형으로 외신들의 비아냥을 받는 처지가 됐다. AP통신은 27일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줄기세포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DNA 검사 결과가 발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타전했고, 로이터는 "한국의 대형서점들이 황교수 위인전들을 진열대에서 치우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황교수 사건은 일회적인 과학계의 해프닝이라 보기엔 너무나 큰 파장을 불러왔다. 황교수의 업적이 찬사를 받자 그동안 윤리 논란에 밀려 줄기세포연구를 지원하는데 소극적이었던 각국은 앞다퉈 생명공학 연구 지원을 늘렸다. 영국 정부는 이달초 줄기세포 연구 예산을 내년부터 1억 파운드(약 1800억원)로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는 윤리 문제를 들어 줄기세포 연구에 예산을 지원하지 않고 있으나 지난해부터 캘리포니아가 10년간 3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하는 등 주정부 차원의 지원이 계속 늘고 있다. 일본과 독일에서도 연구 규제완화 움직임이 일었다.
`수퍼맨'으로 알려진 미국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2004년10월 사망)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 부인 낸시 여사 등이 그간 줄기세포 연구 활성화를 줄기차게 주장해오긴 했으나 줄기세포 연구가 전세계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황교수의 `조작된' 논문들이었다.
황교수 사건은 `윤리 논쟁을 누른 과학기술의 승리'로 받아들여졌으나, 조작 파문이 터지면서 생명과학 윤리 문제와 더불어 과학자들의 연구 윤리에 대한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유명 과학자의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판명돼 철회된 사례들은 여러번 있었지만 줄기세포 연구는 각국에서 첨예한 윤리논란에 부딪쳐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생명과학은 물론이고 과학 연구 전반의 윤리의식을 제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세계 과학계의 관심은 황교수 파문이 줄기세포 연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첨단 국가' 한국의 이미지가 훼손되기는 하겠지만 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가톨릭 등 윤리를 중시하는 진영에서는 성체줄기세포 연구 등 배아줄기세포 복제를 대신할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딸기가 보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초 (0) | 2005.12.27 |
---|---|
사이언스 선정 올해 10대 과학뉴스 (0) | 2005.12.23 |
과학이 많으면 사기도 많다 (0) | 2005.12.21 |
기름값도 금값도 모두모두 오르네 (0) | 2005.12.02 |
어느 것이 더 '윤리적'일까. (0) | 2005.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