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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기금 계기로 본, ‘역사적 잘못을 돈으로 갚은’ 사례들  

딸기21 2015. 12. 2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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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10억엔(약 97억원) 규모의 기금을 출연하기로 했다. 일본은 반성과 사죄를 표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고, 돈을 내놓겠다면서도 배상이 아닌 피해자 지원금으로 규정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아니더라도, 반인도적인 범죄나 역사의 과오에 대해 뒤늦게라도 사과하고 돈으로 물어준 사례들은 많지만 그 성격과 범위와 액수를 놓고 늘 논란이 분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합의가 전해진 28일 독일의 나치 전범 배상 등을 분석하면서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되고 고문을 당하고 노예가 된 이들에게 돈을 주는 것만으로는 보상이 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법원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인도 범죄의 대가를 치르는 데에는 국제적 기준이 없으며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한·일 ‘위안부 문제’ 타결] 1990년 표면화 후 25년, 피해자 ‘증언’·일 ‘반쪽 사죄’ 반복


피해자를 한정하는 것과 명확한 피해 범위를 정하는 것 모두 다툼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절차 또한 길고 복잡하다. 2차 세계대전 뒤 독일은 수십 년에 걸쳐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에게 900억달러 규모의 배상을 해줬으며 이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나치의 경제적 수탈까지 합치면 갚아야 할 돈은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다. 올초 디폴트 위기를 맞은 그리스는 독일에 “나치 범죄 배상금부터 내놓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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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와게데에서 학살당한 사람들의 묘지.



과거 식민통치를 했거나 백인들이 원주민을 몰아내고 세운 나라들은 모두 역사적인 부채를 안고 있는 가해자들이지만 피해자들의 끈질긴 투쟁 뒤에야 사과와 배상을 한다. 네덜란드는 1946~47년 인도네시아 라와게데에서 독립운동을 진압하려 수천 명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는데, 2008년에야 이를 인정했다. 피해자 유족들이 1인당 2만유로(약 2600만원)씩의 배상 결정을 받아낸 것은 2013년이었다. 네덜란드는 근 70년만에 사과를 하면서도 ‘학살’이 아닌 ‘처형’에 대해서만 잘못을 인정했다. 


[관련 기사]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학살 ‘68년 만의 사과’


영국은 1950년대 케냐 ‘마우마우 봉기’ 때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2년 전에야 사과하고 2000만파운드(약 341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고문 피해자들이 영국 내에서 소송할 자격이 있음을 인정받는 데에만 12년이 걸렸다. 9만명 이상이 숨지거나 고문을 당해 불구가 됐고 16만명이 강제수용소에 보내진 사건에 대해 영국은 “독립에 차질을 준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한 아이가 쓰레기로 막힌 하수구를 맨발로 건너가고 있다. 아이티를 비롯한 카리브해 섬나라들은 식민지배 시절부터 비롯된 경제적·사회적 모순에 지금까지도 시달리고 있다. _ 경향신문 자료사진


 

미국은 2차 대전 때 수용소에 억류된 일본계 이민자들과 그 후손 약 10만명에게 1인당 2만달러씩 배상했으나 정작 가장 잔혹하게 학살한 원주민들의 피해를 물어주는 데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배상이냐 보상이냐 위로금이냐, 아니면 빼앗은 자산을 ‘반환’하는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에게 줄 것인가도 문제가 되곤 한다. 미국 노예의 후손들인 흑인들은 직접적인 배상을 받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학자들의 분석을 인용, 노예제 200년 동안 흑인들의 손실을 10억달러로만 쳐도 지금 시세로 17조3000억달러(약 2경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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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는 원주민인 마오리족에게 지금까지 수억 달러를 물어줬다. 카리브해 국가들로 구성된 카리브해공동체(카리콤) 14개국은 17~19세기 노예제와 원주민 대량 학살의 과거를 묻기 위해 영국·프랑스·네덜란드 3개국 정부를 상대로 배상 싸움을 벌이고 있으나 언제 타결될 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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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잔혹성과 돈의 액수가 정비례하지도 않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 피해자들에게 가구당 3900달러씩 줘서 비난을 받았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살해한 민간인들에게 위로금으로 200~2500달러씩 줬다. 르완다에서는 1994년 제노사이드(종족말살) 피해자 배상이 여전히 논란거리다. 분쟁이 많았던 빈국들은 대개 배상 능력이 없기 때문에, 반인도 범죄를 처벌하는 국제법정인 국제형사재판소(ICC) 산하에 배상기구를 만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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