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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투표율 82%... 사우디 역사 새로 쓴 지방선거 당선 ‘여성 20인’

딸기21 2015. 12. 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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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 여성들 90%는 신분증이 없고, 투표도 못했다. 신분증이 있는 여성들 중에서도 남편이나 아버지의 반대로 투표를 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곳에서) 이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생애 처음으로 뭔가를 얻어낸 사람이 느끼는 행복감과 기쁨에 울음을 터뜨렸다.”


살마 빈트 하잡 알오테이비는 두 아들을 둔 여교사다. 보수적인 종교법이 삶의 모든 것을 규정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특히 보수적인 곳, 이슬람 신앙의 중심지인 메카의 마드라카 지역에서 살고 있다. 이곳에서 그는 ‘역사’를 만들었다. 지난 12일 치러진 지방의회 선거에서 사우디 최초의 여성의원이 된 것이다. 지방의회인 데다 행정 자문기구 성격이 짙지만 이 나라 여성들이 처음으로 투표권을 갖고 처음으로 후보로 나선 선거에서 그는 첫 당선자의 영예를 안았다.

제다에서 출마한 라샤 헤프지는 제법 유명한 38세의 여성 사업가다. 홍수 때 구호작업을 하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대도시인 제다는 상대적으로 ‘리버럴’한 지역이었음에도 “어떤 지방의원들은 여성을 만나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직접 의회에 진출하겠다고 뛰어든 그의 캠페인 슬로건은 “이제 시작했고, 앞으로도 계속된다”였다. 천막을 쳐놓고 여성 유권자들에게 솜사탕과 팝콘을 대접하며 선거운동을 한 그는 당선 뒤 소셜미디어에 감사의 글을 올리고 ‘싸움은 이제부터’임을 알렸다.



이번에 당선된 지방의원 2106명 중 여성은 20명으로 집계됐다. 1%에도 못 미치는 수이지만 선거 결과에 놀랍다는 안팎의 반응들이 터져나왔다. 현지 영어신문 아랍뉴스는 14일 “예상을 뛰어넘는 여성들의 승리에 왕국(사우디) 전체가 놀랐다”고 전했다. 리야드와 제다 등 대도시에서도 당선자가 나왔지만, 이슬람 성지 중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에서도 한 명씩 당선됐다. 제다에서 여성후보 캠페인에 참여했던 사하르 하산 나시에프는 “단 한 명만 당선됐어도 정말 자랑스러웠을 것”이라며 스무 명 당선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여성운동가 하툰 알파시는 트위터에 “오늘은 새로운 날, 사우디 여성들의 날”이라는 글을 올렸다.

힘겨웠기에 더욱 값진 승리였다. 사회·종교 문제를 토론해보자고 했다는 이유로 남성 블로거조차 채찍질을 당하고 옥에 갇히는 나라에서 900여명의 여성 후보들은 고군분투를 했다. 등록된 여성 유권자 수는 남성의 10분의 1이었는데, 여성 후보들은 남성 유권자들과 얼굴을 맞댈 수조차 없어 소셜미디어로 캠페인을 했다. 남녀 후보 모두 얼굴 사진을 공개하는 것조차 금지됐다. 압둘라 전 국왕의 약속에 따라 여성 투표권이 보장됐음에도 그랜드무프티(최고위 성직자)는 선거 전 여성들이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악마의 문으로 들어가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아무도 민주주의나 인권이나 샤리아(이슬람 성법) 문제를 직접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여성들이 뜻밖의 선전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개혁 요구가 강하다는 증거다. 전체 투표율은 47%였으나 여성 투표율은 82%였다. 영국 유학파 출신 생화학자인 라마 알술라이만은 승리 뒤 “누구나 삶의 기준을 높이길 원한다”고 했고, 카티프에서 당선된 카드라 알무바라크는 “사회와, 특히 여성들과 연결돼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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