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IS와의 전쟁' 시나리오

딸기21 2015. 11. 1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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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매파들과 보수 이데올로그들은 연일 버락 오바마 정부를 향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 적극 나서라”고 주문한다.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미트 롬니는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IS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IS와 전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같은 날 지크마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전쟁을 얘기하는 건 IS를 도와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쟁을 거론함으로써 오히려 사회적 불안을 키우고, 그들의 테러를 돕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IS와의 싸움이 국제전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응책을 놓고 각국은 여전히 고민 중이다. 미국은 아랍·유럽 동맹국들과 IS 거점을 공습하면서 시리아 반정부군과 쿠르드 민병대 같은 지상 전투병력을 지원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한 체제 이행 협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IS는 시리아·이라크 내 영토 확장이 한계에 부딪히자 지하디스트(이슬람 전투원)들을 움직여 해외 테러를 저지르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프랑스인들이 17일 밤 남부 툴루즈에 있는 카피톨 광장에서 휴대전화 조명을 밝혀 파리 동시다발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툴루즈 _ AFP연합뉴스

현재로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IS의 해외 추가테러를 막으면서 소규모 특수부대 정도만 동원해 묶어두는 것이다. 오바마는 파리 테러에도 불구하고 이런 봉쇄전략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시리아에 소규모 특수부대를 보내기로 한 미국은 프랑스에도 특수부대 파병을 요청했다. 반군에게 무기를 더 쥐여주고, IS 거점 공습을 늘리려 한다. 

오바마 정부는 전면전을 생각지 않으며, 시리아 체제 이행 협상에 더 주력하고 있다.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러시아와 이란을 설득, 알아사드를 밀어내고 과도 민주정부를 세우는 게 목표다. 성사되면 시리아 상황이 정리되고 ‘반 IS 공동전선’으로 각국이 결집할 수 있다. 알아사드의 거취만 빼면, IS를 없애야 한다는 데에는 이란·러시아도 의견이 일치한다. CNN은 꼬여 있는 시리아 정세를 감안할 때 “오바마의 전략이 지겹게 들리겠지만 그럼에도 최선”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상황이 쉽지는 않다. 시리아 반군은 지리멸렬하다. 오바마 정부는 반군에게 무기를 내줄지 말지 고민하느라 승기를 잡을 기회를 놓쳤다. 공습도 IS에 별반 타격을 주지 못했다. 극단세력이 계속 발흥한다면 시리아에 새 정부를 세운들 ‘이라크의 재판(再版)’이 되기 쉽다. 체제 이행 협상은 2013년부터 시작됐지만 번번이 깨졌다. 파리 테러 뒤 러시아가 서방과 협력하려 하는 것은 좋은 신호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를 협상 와중에 시리아 난민 위기와 인도적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IS에 결정타를 날리지 못하면 이집트·예멘 등 주변의 무장세력도 막을 수 없다. 러시아 여객기를 떨어뜨린 것은 IS 밑으로 들어간 이집트의 자생 무장조직이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IS가 세계 대도시에서 추가 테러를 저지르는 것이다. IS는 워싱턴을 다음 타깃으로 지목했다. 만약 추가 테러가 일어나 미국이 등 떠밀려 파병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시리아 민주정부 이행에 진척이 없고, 난민 사태와 학살이 계속되면 미국 등 서방의 공격 속에 반미감정이 높아져 오히려 지하디스트들이 결집할 수 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벌어졌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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