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젠드라 오자의 개인 웹사이트에는 머리를 길게 기른 젊은이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사진이 올라와 있다. 얼핏 보면 록밴드의 기타리스트처럼 보이는 그는 25살의 청년 과학도다.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태어난 오자는 10대 때 부모와 함께 미국에 간 이민 1.5세대다. 공상과학소설에 빠졌던 어릴 적의 꿈은 타임머신을 만드는 것이었고, 지금도 시간여행에 관심이 많다. 헤비메탈에 심취해 밴드 활동도 했다.
조지아공과대학 대학원생인 호기심 많은 청년은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28일 미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에 소금 시냇물이 흐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수십년에 걸친 탐사를 통해 과학자들은 화성에 생명체의 근원인 물이 존재할 가능성에 한 걸음씩 다가갔다. 과거에 물이 있었던 흔적, 얼음이 있다는 증거, 미생물에게서 뿜어져나오는 메탄 화합물의 존재 등을 발견했다. ‘흐르는 소금물’은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이 시냇물의 존재를 발견한 사람이 오자(사진)였다.
루젠드라 오자. 사진 GeorgiaTech
화성 탐사의 역사를 바꿀 만한 발견을 해 발표한 것은 4년 전이었다. 애리조나대학에 다니던 그는 지도교수인 앨프리드 매큐언과 함께 화성의 사진들을 분석하면서 계절에 따라 분화구의 경사면에 어두운 부분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그늘진 부분을 지우고 합성하며 지형을 판독한 끝에 이런 현상이 소금물 때문에 생겼다는 가설을 세웠다. 물이 흘러 땅이 젖었다가 마르면서 호로위츠·헤일 등 여러 분화구의 경사면에 긴 줄 모양의 짙은 부분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화성궤도정찰위성(MRO)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이 지형에는 염화나트륨과 염화마그네슘 등이 포함돼 있다. 화성은 기온이 낮아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염류가 포함돼 있으면 어는점이 낮아진다. 바닷물이 쉽게 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연구 결과 영하 23도보다 높은 기온에서 소금물이 흐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이 지형에 ‘반복경사선(RS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논문은 2011년 사이언스에 실렸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28일 공개한 화성의 사진. 경사면에 100m 길이의 줄들이 나 있는 것이 보인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와 애리조나대학 연구팀은 화성의 여름철에 소금기 있는 물이 흘러내리면서 이런 선 모양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 NASA
NASA는 이 연구를 분석한 뒤 마침내 워싱턴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화성에 소금물이 흐른다”고 발표했다. NASA 우주탐사국의 존 그런스펠드 부국장은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것이 과학으로 입증됐다”며 중대한 발견이라고 평했다. 오자는 28일 과학저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실린 새 논문에서 경사면 아래에 얼음이 있을 가능성, 혹은 지표면이나 대기 중의 물기를 빨아들여 생기는 현상일 가능성 등을 거론했다. 프랑스에서 학회에 참석 중인 오자는 NASA의 발표에 함께하지 못한 대신 화상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NASA는 5년 뒤 ‘마스2020’이라는 이름으로 화성탐사선을 다시 보낼 계획이다.
■화성 탐사의 역사
- 1965년 미 화성탐사선 마리너4호, 근접 사진촬영
- 1971~72년 소련 탐사위성 마스 2·3호, 사진 60여장 전송
- 1976~79년 미 탐사선 바이킹 1·2호, 화성 착륙
First "clear" image ever transmitted from the surface of Mars - shows rocks near the Viking 1 Lander (July 20, 1976).
- 1997년 미 NASA 로버(이동식 탐사장비) 소저너 화성 탐사
- 2001년 궤도탐사선 마스오딧세이, 얼음 존재가능성 확인
- 2003년 유럽 탐사선 ‘마스익스프레스’, 얼음·이산화탄소 존재 확인
- 2004년 NASA 쌍둥이 로버 스피릿·오퍼튜니티 착륙
- 2006년 NASA 화성궤도정찰위성(MRO) 가동 시작
- 2012년 NASA 로버 큐리오시티 착륙
■미래의 화성 탐사 계획들
- NASA, 2016년 지질 탐사장비 ‘인사이트’ 발사
- NASA, 2020년 ‘마스 2020’ 로버 발사
- 유럽우주국(ESA)·러 연방우주국, 2016~18년 ‘엑소마스’ 궤도탐사선·착륙선 발사
-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2018~20년 망갈라얀2 화성궤도탐사선 발사
-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우주기구, 2020년 화성 궤도탐사선 발사
세계의 이목을 끈 오자는 온라인미디어 CNET 인터뷰에서 “지금은 화성의 지진(Marsquakes)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팔에서는 지난 4월 강진이 일어나 9000명 가까이 희생됐다. 그는 어릴 적 높은 산들을 보고 자란 것이 화성의 지형 연구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화성의 지진과 함께 히말라야 지진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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