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쿠바 전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와 만났다고요.
교황이 20일 쿠바 아바나에서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났습니다. 아바나 혁명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한 뒤 피델의 사저를 방문해 30분 정도 대화를 했다고 합니다. 바티칸에 따르면 비공식적인 편안한 대화였고, 환경 문제와 현대사회의 이슈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합니다.
2012년 베네딕토16세도 쿠바를 방문해 피델을 만난 적 있는데 그 때는 피델이 교황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하네요. 그러나 이번에는 친밀하고 격식 없는 대화에 가까웠습니다. 교황은 피델에게 신학책들과 기도가 담긴 CD 등을 선물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교황이 선물한 스페인 예수회 신부 아만도 요렌테의 책입니다. 요렌테는 피델이 어릴 적 다녔던 성당의 신학교사였다고 합니다. 정작 이 사람은 1959년 쿠바 공산혁명 뒤 추방됐고 2010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사망했습니다. 피델은 자신과 브라질 해방신학자 프레이 베투의 대화가 담긴 대담집을 교황에게 답례로 줬습니다.
-교황의 쿠바의 공산체제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는데.
이데올로기가 아닌 인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게 아바나에 간 교황의 메시지입니다. 바티칸 라디오가 교황의 아바나 강론 내용을 영문으로 번역해 올렸는데, “인민을 위한 봉사는 이념적인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교황과 피델. 피델의 아들 알렉스 카스트로가 찍어서 공개했습니다.
지금 쿠바는 미국과 국교가 정상화되면서 또 한 차례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상황이죠. 교황은 쿠바인들에게 상호 부조를 강조하고 약한 사람들, 이웃을 위한 봉사와 도움을 설파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교황이 아주 미묘한 방식으로 쿠바에 정치적 개혁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실제로 쿠바 당국은 교황 방문을 앞두고 정치범 3000여명을 석방하기도 했습니다.
-교황이 쿠바 민주화에 힘써온 반체제 인사들을 초청하지 않았다는 논란도.
바티칸은 앞서 교황이 반체제 인사들을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는데, 반체제 인사들의 신변을 걱정했던 것 같습니다. 쿠바 보안경찰이 여성 반체제인사 2명을 교황 방문에 앞서 구금했습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20일 이들을 초청한 게 사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쿠바 당국에서 미리 파악을 한 것인지 이들은 일시 구금됐고, 결국 교황과 만나지 못했습니다. 일부 반체제 인사들이 혁명광장에 미사를 집전하러 나온 교황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자유를 외치기도 했고, 또 일부는 현장 밖에서 체포되기도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쿠바 방문 뒤에는 미국으로 간다는데. 교황의 향후 일정은.
20일 피델과 만난 데 이어 아바나 ‘혁명 궁전’에서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회담했습니다. 쿠바 동쪽 끝 올긴과 산티아고데쿠바 같은 도시들을 방문해 가톨릭 행사들을 하고, 22일 미국으로 이동합니다.
23일에는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갖습니다. 24일 미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뉴욕으로 이동합니다. 25일에는 유엔 총회에 참석해 연설합니다. 그리고 노숙인, 미혼모, 난민들과도 만날 예정입니다.
26일과 27일에는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가톨릭 세계가정대회 행사에 참석합니다. 오늘 미국 언론들 보도를 보니 필라델피아에서는 난데없이 ‘아일 비 데어’(내가 거기 가겠습니다)라는 말이 유행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교황이 비디오 메시지에서 신자들의 참석을 독려하면서 “아일 비 데어”라고 말했는데, 그러면서 이 말이 행사의 슬로건처럼 돼버렸다는 겁니다. 교황은 숨가쁜 일정을 마치고 28일 이탈리아로 돌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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