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기술 결함 아닌 도덕 결함이 치명타... 리콜의 역사

딸기21 2015. 9. 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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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충격이 자동차 업계를 강타했다. 폭스바겐의 ‘1100만대 리콜’로, 일본 도요타에 이어 세계 1·2위 자동차 회사들이 나란히 대량 리콜이라는 사태를 겪게 됐다.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상품의 특성상 작은 결함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탓에 자동차 리콜은 끊이지 않았다. 이것이 기업에 치명타가 되느냐는 역설적이지만 기술이 아닌 ‘도덕성’에 달려 있다.

 

자동차 리콜은 1959~60년 미국 캐딜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에는 영국 트라이엄프 톨레도가 자동차 10만3000대를 리콜했다. 그러나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것은 1978년 포드의 핀토 리콜사태였다. 1970년대 내내 포드의 핀토 자동차 뒷부분 연료탱크에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포드는 즉시 대응하지 않았고, 추돌당한 핀토가 폭발하는 사고가 잇따랐다. 최소한 27명이 이 결함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포드는 결국 차량 150만대를 회수했다. 

 

이번 폭스바겐 사건 이전까지 최대 규모의 리콜을 한 것은 도요타자동차였다. 2009년부터 도요타 자동차 모델들의 브레이크 결함, 가스페달 결함 등이 보고되면서 ‘오류 없는 생산라인’으로 유명했던 도요타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1000만대 넘는 차량을 리콜했고, 이와 별도로 ‘결함에 대한 정보를 숨긴 죄’로 소송이 진행됐다. 지난해 도요타 측은 미국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12억달러의 보상금을 내놓기로 합의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차들은 점화장치 불량이 문제가 됐다. 엔진이 갑자기 멈추거나 핸들과 브레이크,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중요한 결함이었지만 GM은 소비자들의 숱한 문제제기에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지난해 2월에야 리콜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미 세계 전역에서 ‘문제를 알면서도’ 결함 있는 자동차 260만대를 판매한 뒤였다. 2009년 금융위기의 유탄을 맞아 미 정부로부터 대규모 지원금을 받았던 GM의 부도덕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취임한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는 GM의 조직문화가 가진 고질적인 관료주의와 무책임에 메스를 대겠다고 선언했다. GM은 지난 17일 이 문제에 대한 형사재판을 종료하기 위해 9억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AP통신이 24일 보도한 자동차업계의 주요 리콜 사례들 중에는 부품 결함으로 인한 것들도 적지 않다. 2000년 파이어스톤은 타이어 650만개를 리콜했다. 주로 미국서 팔린 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픽업트럭들에 쓰인 타이어들이었다. 미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은 2001년 이 결함 때문에 271명이 숨졌고 8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에어백 제조회사인 일본 다카타도 제품 리콜 절차를 밟고 있다. 작동시 금속 파편이 튀어 운전자가 다칠 수 있는 결함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혼다는 다카타 에어백이 달린 차량 1960만대, 도요타는 500만대, 닛산은 156만대를 리콜하게 됐다. 다카타 에어백이 문제가 된 것은 처음이 아니며, 2008년부터 지금까지 리콜 대수가 3300만대를 넘어서게 됐다. 다카타의 다카다 시게히사 회장은 지난 6월 공개 사과했다.

 

리콜은 드물지 않지만 이번 폭스바겐 사건은 기술적 결함이 아닌 ‘속임수’ 때문이라는 점에서 더 큰 논란을 불렀다. 의도적으로 차량검사에서 환경기준을 피해가기 위해 ‘조작’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고의적 기만인 탓에 벌금 액수가 천문학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미 환경보호청(EPA)이 18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에서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내놓게 될 수 있다.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점유율을 높이려 했던 미국 시장을 오히려 잃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벌금·보상금 액수에 따라 폭스바겐이 받을 타격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시장분석가들은 이번 사건의 경우 부품업계들로까지 파장이 크게 퍼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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