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Q&A] 유럽 난민사태

딸기21 2015. 9. 1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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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세 살배기 아이 아일란 쿠르디가 터키 해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뒤, 유럽 난민 문제가 세계의 핵심 이슈가 됐습니다. 동유럽 난민 문제, 어떻게 진행돼왔나요.


지난 7월에 유엔난민기구는 시리아 난민이 4백만명을 넘어 단일 분쟁 최고 난민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이때까지 주로 이슈가 됐던 난민 루트는 지중해 루트였습니다.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낡은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들이 전복돼 수백명씩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유럽이 공동대응에 나섰고, 해안 경비를 강화했습니다. 그 뒤에 난민 주요 이동로로 이른바 발칸 루트가 부상했습니다. 터키에서 배를 타고 가까운 그리스 섬으로 가서, 그리스를 거쳐 동유럽을 지나 독일로 가는 것입니다. 그러자 에게해에서 배들이 전복됐고, 가뜩이나 재정난인 그리스가 난민들로 아우성을 치게 됐습니다



난민들이 북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그 다음엔 동유럽국들이 난민 대량유입을 겪게 됐습니다. 마케도니아는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헝가리는 국경에 장벽을 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와중에 아일란 사건이 일어난 것이죠.

 

-아일란 사건 뒤 난민 문제에 유럽이 공동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쿼터제 논의가 나왔는데, 어떻게 됐나요.


지난 824일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더 이상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니다라며 유럽이 공동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고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입국을 신청하는 시리아 난민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가 주검으로 발견됐던 터키 동부 보드룸 부근 알리호자 해변에 13일 ‘사람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라’고 쓰인 검은 현수막이 붙어 있다. /경향신문 김유진 기자


아일란 사건이 난 뒤 유럽 각국에서 난민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습니다.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 7일 난민 12만명을 유럽국들이 나눠 수용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이미 전에 4만명 정도를 분담 수용하자는 데에 합의가 이뤄졌고, 거기 더해 12만명을 받게 되면 총 16만명을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나눠서 받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14일 열린 유럽연합 내무장관 긴급회의에서 이 안이 결국 결렬됐습니다. 동유럽 국가들이 반대하면서, 이미 서유럽국들이 받기로 한 4만명은 받되 추가 12만명에 대해서는 추후에 논의한다는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지금 난민들은 주로 어느 나라에 있나요.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시리아에서 국외로 탈출한 난민이 현재 409만명이다. 하지만 사실 유럽이 받아들인 난민 수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90% 이상은 여전히 터키, 레바논, 요르단 등 주변국들에 있습니다. 터키에 214만명, 레바논에 120만명, 요르단에 63만명이 있다. 유럽에 들어간 난민은 이달 초 집계로는 35만명 정도였다. 그 중 3분의1은 독일에 있고, 스웨덴에 65000명 정도가 들어갔다.


 

-그런데 유럽에서 왜 그렇게 난민 문제로 동-서 갈등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역사적으로 따져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동유럽 국가들 대부분이 과거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이슬람에 대한 역사적 반감이 있습니다. 헝가리나 체코에서는 노골적으로 무슬림들을 받으면 기독교 국가에 위해가 된다는 차별적인 발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요인이 큰 것 같다. 냉전이 끝나고 유럽연합이 동쪽으로 확장하면서 동-서 유럽이 통합된 지 20여년이 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동-서 유럽 간에 경제적인 차이는 크지요. 동유럽 국가들 상당수는 사실상 독일의 하청기지처럼 돼 있습니다. 난민들이 들어오면 저임금 노동력 간에 경쟁이 벌어집니다. 그런 것들이 다 난민에 대한 반발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월 테러공격을 받았던 프랑스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는 아일란의 죽음을 조롱하는 만평을 실어 논란이 벌어졌다는데.


샤를리 에브도가 최신호에서 아일란 쿠르디를 비하하는 듯한 만평을 실었다고 합니다. 이 만평은 모래에 얼굴을 묻고 숨져 있는 꼬마 옆에 목표에 거의 다 왔는데라는 글과 하나 가격으로 어린이 햄버거 두 개라는 맥도널드 광고를 함께 그렸습니다. 난민들이 목숨 걸고 유럽으로 가는 걸 햄버거를 먹으려고 가는 것처럼 묘사한 것이죠. 난민들이 위험을 피하려고 죽음을 무릅쓰는 사람들이 아니라 서구식으로 살고 싶어하는 이주자들뿐이라는 시선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만평에서는 예수로 보이는 남성이 물 위에서 기독교인은 물 위를 걷는다고 말하고, 바로 옆에는 물에 거꾸로 처박힌 아이가 무슬림 아이들은 가라앉는다고 말하는 장면이 묘사됐습니다. 이 만평의 제목은 유럽인이 기독교인이라는 증거’랍니. 난민들을 바라보는 거친 시선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먼저 터키와 아랍권 언론에서 이 만평들에 대해 보도했고, 이어 유럽 언론들도 보도하면서 샤를리 에브도에 거센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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