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구정은의 세계]유럽에 난민이 많다?

딸기21 2015. 9. 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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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난민 아이, 세살배기 쿠르디 사진을 보면서 눈시울이 시큰해지지 않을 사람이 있었을까요. 영국 인디펜던트의 표현대로 "이 사진이 유럽을 바꾸지 못한다면" 무엇이 세상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습니다. 유럽이 ‘난민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지요. 하지만 그건 절반은 진실이지만 절반은 아닙니다. 어느 때보다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 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세계의 난민 숫자 자체가 워낙 늘어났기 때문이지, 난민들이 유독 유럽에 많이 있다는 뜻은 아니거든요.

'부자나라에 난민이 많다'는 것은 거짓입니다

쿠르디의 사진이 '유럽의 양심'을 건드렸다고들 합니다. 세계가 들썩입니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시리아 난민들이 올 경우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통큰 결단'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부국의 주민들 상당수는 난민들이 몰려와서 자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유럽 우파들은 난민들이 좋은 나라를 골라 들어가는 'asylum shopping'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난민들을 껴안고 있는 것은 부자 나라들이 아닙니다. ‘부자 나라들이 난민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는 것은 허구이자 신화일 뿐입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세계의 난민들은 대부분 발생국 ‘옆나라’에 머물고 있습니다. 


소말리아 난민들은 케냐에, 이라크 난민들은 시리아와 터키에, 시리아 난민들은 터키·레바논에, 네팔 난민들은 태국에, 미얀마 난민들은 말레이시아에, 라이베리아 난민은 시에라리온에, 시에라리온 난민은 라이베리아에, 르완다 난민은 콩고에, 콩고 난민은 부룬디에, 부르키나파소의 난민은 코트디부아르에, 수단 난민은 차드에 있습니다. 


소련과 미국으로부터 연달아 침공을 당했던 아프가니스탄을 볼까요. 강대국들이 저지른 전쟁의 대가는 난민들이 고스란히 치러야 했습니다. 그들이 갔던 나라는 파키스탄과 이란입니다.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뒤인 2002년, 유엔난민기구를 통해 밖으로 나갔던 난민들이 대거 아프간에 귀국했습니다. 350만명이 파키스탄에서, 150만명이 이란에서 머물다가 아프간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파키스탄에 170만명, 이란에 93만명이 있습니다. 미국에는 얼마나 있냐고요? 난민이든 아니든 다 포함해서, 미국에 있는 아프간인은 30만명 정도입니다.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에 많이 들어갔다고들 합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것은 스웨덴이었습니다. 그러나 스웨덴은 시리아에서 멀리 있습니다. 스웨덴에 간 시리아 난민은 4만명 정도입니다. 독일엔 지난 3월까지 10만5000명 정도가 갔습니다. 이제 독일 정부가 시리아 난민을 받겠다고 했으니 당분간 독일로 많이들 가겠지요. 


그러나 유럽 전체를 합쳐도 시리아 난민은 35만명입니다. 스웨덴과 독일, 그리고 최근 독일행 난민들이 들어간 발칸 반도 몇몇 나라들을 빼면, 나머지 유럽 전체가 받아들인 사람은 모두 합해 7만명 수준입니다.



오늘날 이슬람국가(IS) 사태를 일으킨 계기는 이라크전이었지요. 그 시절 미국의 푸들 노릇을 했던 영국이 지금까지 받은 시리아 난민은 겨우 500명입니다. 인디펜던트는 ‘abysmal record’라고 표현했습니다. 캐나다가 1만1000명, 난민 박대하기로 악명 높은 호주가 5600명을 받아들인 것과 비교해봐도 영국은 야박합니다.


지금까지 시리아 국경을 넘어 탈출한 난민은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408만 명에 이릅니다. 유럽으로 35만명이 갔다고 했지요. 그럼 나머지 90% 이상은 어디에 있을까요?


거의 다 주변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터키에 가장 많습니다. 214만명(UNHCR 난민 등록자 수로는 194만명)이 터키에 있습니다.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등이 뒤를 잇습니다.




요르단 북쪽, 시리아와 접경한 자타리에 시리아 난민들 몰려들어 ‘세계최대 난민캠프’가 들어섰습니다. 요르단 정부가 재정난과 혼란에 아우성쳤을 때 유럽은 적극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요르단은 외부 지원이 없으면 버틸 수 없다며 난민 통제에 들어갔습니다. 터키도 수용가능 인원을 넘어서자 유럽행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해변의 쿠르디였던 겁니다.


앞서도 언급했듯, 시리아 난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위의 지도와 아래의 표는 지난해 유엔난민기구가 내놓은 보고서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시리아 난민이 늘면서 세계전체의 난민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유럽과 미국에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잘못된 겁니다.


[자료] World at War /UNHCR




돈 없는 나라들이야말로 세계의 난민들을 가장 많이 껴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난민들의 삶은 더더욱 힘들고, 그들을 받아들인 나라의 혼란도 큰 겁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국가의 1인당 GDP와 비교한 난민 수, 그리고 인구 1000명당 난민 수를 계산해본 겁니다. 2014년 현재, 에티오피아에서는 구매력기준 GDP 1달러당 440명의 난민이 있습니다. 이 기준으로 본 난민 수 상위 30개국 중 18개 나라는 최저개발국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이 적은 돈으로 난민을 먹여살려야 하는 겁니다. 세계 난민의 42%인 590만명이 1인당 GDP 5000달러 미만의 나라에 있습니다. 인구 비율로 따져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세계 난민의 40% 이상이 아이들인 것으로 유엔은 추정합니다. 다시 시리아 난민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취약한 아이들의 피해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위에 있는 표는 유니세프의 2015년 7월 시리아 위기 보고서에서 가져온 겁니다. 시리아 아이들 560만명이 전쟁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시리아 밖에서 207만명의 아이들이 난민 등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제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가 준비한 난민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한국엔 몇 명의 난민들이 거주하고 있을까요?



이렇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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