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IAU)이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명왕성을 행성 지위에서 탈락시켰을 때 과학계에선 ‘과학적 진실을 규명하는 대신 다수결로 결정짓느냐’는 반발이 쏟아졌고, <은하철도 999>에서 ‘얼음별의 묘지’로 명왕성을 묘사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겸 작가 마쓰모토 레이지는 “어릴적부터의 꿈이 산산조각났다”며 아쉬워했다. 그 후 9년 가까이 흘렀으나 아직도 명왕성은 지구의 인류에겐 머나먼 미지의 존재다.
15歳のメーテル。1000年女王の血を引くメーテルは数万年の寿命を持つと言われている /nikkeibp.co.jp
행성 자리에서 쫓겨나 ‘난쟁이행성’, ‘왜(倭)행성’으로 격하된 명왕성이 곧 베일을 벗는다. 미 항공우주국(NASA) 명왕선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9년반의 항해 끝에 오는 14일 오후 8시 50분(한국 시간) 명왕성에 접근하게 된다. NASA는 웹사이트에서 명왕성 접근 카운트다운을 하며 우주탐사의 또 다른 장을 열 뉴호라이즌스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명왕성은 무게가 지구의 0.24%에 불과하고 지름은 약 2300km로 달의 3분의2 가량인 작은 천체다. 1930년 미국의 농부 클라이드 콤보가 집 근처 로웰천문대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이 천체를 찾아냈다. 온도가 절대온도 0도(영하 273℃)에 가까워 분자 운동이 거의 없는 것으로 추측되며 고체가 아닌 얼어붙은 기체덩어리라는 추측도 있다.
공전궤도는 크게 일그러져 있어 때로는 해왕성보다도 태양에 가까워지며, 멀리 있을 때에는 태양에서부터 73억km 거리로까지 달아난다. 다른 행성들이 모두 나란히 공전면(面)을 그리며 태양 주위를 도는 것과 달리 혼자서만 17도나 기울어져 돈다. 명왕성 크기 절반에 이르는 카론이 2만km의 근접거리에서 명왕성과 함께 돈다. 카론을 명왕성의 위성으로 보는 과학자들도 있고, 둘을 합쳐 이중소행성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태양계 대부분 행성들이 탐사 대상이 돼왔으나 명왕성은 워낙 멀고 크기도 작아 접근하기 힘들었다. 1977년 발사된 미국 목성·토성 탐사선 보이저1호가 임무를 마치고 명왕성을 지나쳐 날아갔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1호에 조금 앞서 발사된 보이저2호가 토성과 천왕성, 해왕성을 지나가며 사진을 찍어 보냈으나 명왕성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본격적인 명왕성 탐사선은 뉴호라이즌스가 처음이지만 이 계획이 실행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엇보다 7억달러(약 7900억원) 넘는 예산이 문제였다. NASA가 오랜 세월 추진해온 탐사계획은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예산 전액삭감 조치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할 뻔했다. 정치적 논란 끝에 뉴호라이즌스는 2006년 1월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에서 아틀라스5 로켓에 실려 발사됐으며 이듬해 2월 목성을 지나쳤다.
뉴호라이즌스 계획에 참여한 NASA 과학자들은 발사 후 9년 반 동안을 기다림 속에 보냈다. 워낙 먼 거리를 날아가야 하는 탓에 무게 478kg의 뉴호라이즌스는 에너지절약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이 때문에 사실상 항해 기간 대부분을 동면 상태로 있었으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깨어나서 지구로 ‘정상 모드’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고지를 눈앞에 둔 지난 4일(미국시간) 잠시 작동에 이상이 생겨 ‘안전 모드’가 됐지만 다행히 최소한의 데이터 손실 뒤 복구될 것으로 보인다고 NASA는 웹사이트에서 밝혔다.
발견자 콤보의 유해를 실은 뉴호라이즌스는 명왕성과 카론에 1만2500~2만8800km까지 다가가 정보를 모으게 된다. 2020년까지 태양계와 바깥 우주의 경계지대인 ‘카이퍼 벨트’를 관측하고 2026년 공식 임무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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