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잡’이라 불리는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매장 노동은 저임금 시간제 노동의 대명사다. 이들 맥잡 노동자들은 최저시급이 최소 15달러는 돼야 한다면서 ‘15달러를 위한 싸움(Fight For $15)’ 벌여왔고, 2013년 이후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결국 맥도날드가 최저시급을 인상하기로 했다. 스티브 이스터브룩 최고경영자(CEO)는 1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오는 7월 1일부터 미국 내 1500여개 직영매장 직원 시급을 각 주·시정부들이 정한 최저임금보다 최소 1달러 높게 책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소매체인 월마트는 올하반기 최저임금을 시간당 9달러로 올리고, 내년말까지 10달러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타깃과 이케아 등 다른 유통업체들도 뒤를 따랐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온 최저임금 인상에 기업들이 ‘화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해서 노동자들이 받는 혜택은 결국 ‘쥐꼬리’ 수준이다. 이스터브룩 CEO의 발표대로라면 맥도날드 직원들의 평균 시급은 9.9달러가 되며 내년 말까지는 최저 10달러를 넘게 된다. 딱 월마트 기준에 맞춘 것이다. 유통업체 최저임금이 줄줄이 오르는 상황에서 직원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풀이가 나온다.
직영매장이 아닌 1만2500여개 프랜차이즈매장 노동자들에게는 그나마도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 내 직영매장 직원이 9만명인 반면, 프랜차이즈매장 직원은 75만명에 이른다. 맥도날드는 주당 20시간 넘게 일한 노동자들에게 연 20시간의 유급휴가를 주기로 했고, 직원들이 고등학교 졸업증을 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 강의를 확대한다고 했다. 대학에 진학하려는 직원들이나 영어를 못하는 이주민 직원들에 대한 혜택도 약속했다.
이스터브룩은 “노동자들의 동기부여가 되면 고객 서비스도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경제지들은 “취임한 지 한달 된 이스터브룩의 담대한 행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맥잡 노동자들은 승리의 기쁨보다는 오히려 좌절감과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하는 저스틴 존슨(21)은 2년 전부터 시급 인상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만우절 농담이냐”며 “시급을 10% 올려준다지만 생활임금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고 말했다. 맥잡 노동자 최저시급은 돈 문제가 아닌 ‘시민권’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더군다나 이스터브룩 CEO의 발표 전날, 맥잡 노동자 단체들은 오는 15일 미국 200개 도시 동시 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서비스노조연맹(SEIU) 등이 참여하는 4·15 캠페인 측은 “파업 선언 이튿날 발표한 시급인상 계획은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며 “세계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160만명 중 대다수에게는 아무 혜택이 없다”고 비판했다. 저임금 문제로 미 정부 노동관계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던 맥도날드가 등떼밀려 인상안을 내놓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에 본부를 둔 노동법 관련 민간기구 미국고용법프로젝트(NELP)는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로 혜택을 입는 노동자들조차도 빈곤선 주변에 계속 머물 수밖에 없다”며 “맥도날드는 2012년 기준으로 CEO에게 1380만달러의 급여를 줬고, 지난 한 해에만 50억달러의 이익을 거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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