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들이 일당 2.5달러를 받고 일하던 시대였다. 철강회사 노동자들의 사정은 더 열악해서, 일당이 겨우 1.75달러였다. 그런데 한 기업이 나서서 노동자들의 일당을 하루 5달러로 끌어올렸다. 지금부터 101년 전인 1914년 1월 5일, 미국의 ‘자동차왕’으로 불리는 헨리 포드가 포드자동차 노동자들의 일당을 두 배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 자동차업계 노동자들의 일당은 평균 2.34달러였다. 미국에서는 포드가 임금인상을 발표한 1월 5일을 ‘5달러의 날’이라 부른다.
포드의 삶과 경영철학을 다룬 <세상을 위한 바퀴>의 저자 더글러스 브링클리 등에 따르면, 포드의 임금인상 계획은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한다. 당시 뉴욕타임스 경제부장이 놀라서 회사로 뛰어들어와 “그(포드)는 미쳤다”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뿐만 아니라 포드는 노동자들의 업무시간을 하루 9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였다. 주당 60시간씩 일하던 당시 미국 제조업계의 ‘표준’을 확 바꾼 것이다.
세상을 바꾼 '5달러의 날'
물론 포드는 자선사업가도 ‘착한 경영인’도 아니었다. 노동자들 주머니에 돈을 더 넣어줌으로써 그들이 ‘소비자’가 되게 만들고자 했을 뿐이었다.
1953 Saturday Evening Post article sponsored by Ford Motor Company. The photo caption reads: “When a wartime soviet mission visited the vast Rouge plant, one of the visiting Commissars looked at the enormous parking lot and sneered: ‘Ah! The capitalist bosses’ cars!’ No one could convince him that this great sea of automobiles belonged to the 60,000 Ford workers of the Rouge.”
신자유주의의 비용절감 열풍이 가시고 ‘포드 모델의 귀환’이 시작되는 것일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극심한 불황이 남긴 교훈은 ‘임금 올리기’다.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늘려주고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림으로써 돈이 돌게 하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월마트가, 일본에서는 도요타가 기업들의 임금인상 흐름을 주도했다. 월마트는 시간당 8달러 수준인 최저임금을 다음달부터 9달러로 올리고, 내년에는 10달러로 인상하기로 했다. 그러자 미국 2위 유통업체인 타깃도 지난 18일 월마트에 맞춰 최저임금 인상계획을 발표했다.
월마트도, 도요타도 "임금을 올려라"
1980년대 이후 세계 기업들의 경쟁은 주로 비용절감, 특히 인건비 줄이기에 맞춰져 있었다. 아웃소싱과 비정규직화로 저임금 파트타이머(시간제 근무자)들이 양산됐다. 그것이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여겨졌는데, 이제는 미국의 1·2위 유통업체가 앞다퉈 임금인상을 약속하는 상황이 됐다.
자료 한겨레신문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최근 기본급을 4000엔 가량 올리기로 했다. 닛산, 혼다,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후지쓰 등도 줄줄이 기본급 인상 방침을 내놨다. 해고와 비용절감에 목을 맸던 신자유주의 이전으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20세기 중반의 성장기에는 세계 경제가 커짐으로써 자연스럽게 이뤄졌던 과정을 이제는 정부와 기업들이 의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게 차이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는 그 선봉에 서 있다. 일하는 사람들의 몫을 늘리고,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부유층에게서 세금을 더 거둬 경제의 마중물이 될 재정을 마련하는 것은 오바마 정부가 내세운 ‘21세기 중산층 경제론’의 골자다.
연방 최저시급 7.25달러를 10달러로 높이자는 오바마 정부의 제안은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지만 주 정부들은 훨씬 앞서 나가고 있다. 미국 주의회협의회(NCSL)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수도 워싱턴과 최소 13개 주가 최저임금 인상 계획을 확정지었다. 워싱턴 시는 현재 9.5달러인 최저시급을 올해 10.5달러, 2017년에는 11.5달러로 다시 올리기로 했다. 워싱턴주 등도 3~4년 내 최저시급을 11~12달러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STATE MINIMUM WAGES | 2015 MINIMUM WAGE BY STATE
높은 임금이 기업의 적이며 고용에 장애가 된다는 주장은 힘을 잃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19일에만 3가지 임금인상 제안이 동시에 발표됐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노동고용연구소는 LA 시에 현재 9달러인 최저시금을 2년 뒤까지 13.25달러, 4년 뒤에는 15.25달러로 대폭 올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LA 상공회의소와 카운티 노동사무소도 최저임금 인상이 도시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자료를 내놨다. 일부 반대도 있지만 지역기업들은 대부분 임금인상을 오히려 지지하고 있다고 LA타임스 등은 전했다.
노동자들 주머니가 비면 경제가 죽는다... 5년 불황의 교훈
임금을 올리지 못하면 경제도 살아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곳은 유럽이다. 임금상승률이 낮은 유럽에서는 디플레 위험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19일 유럽연합 통계국(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 역내 임금상승률은 전년 대비 1.0% 소폭 오른 데 그쳤다. 지난해 마지막 분기부터 소비자물가는 하락세다.
저임금 받는 건 어차피 알바 뛰는 애들아니냐고? 실제론 '가장들'이다. 그래서 더더욱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중국 역시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물가가 뛰는 것에 맞춰 임금을 올리고 있다. 베이징 시는 최근 월 최저임금을 10.3% 인상했다. 중국의 경제엔진인 광둥성도 오는 5월부터 최저임금을 19% 올리기로 지난달 결정했다고 신화통신 등이 전했다. 1985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1.1배 커졌지만 임금상승률은 25.8배였다.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에 맞춰 도시노동자 최저임금을 매년 두자릿수로 인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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