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와 용수 남용으로 호수들이 말라간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차드호(湖)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호수들이 사막화와 무리한 물 빼내기 때문에 급격히 말라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위성사진들을 공개했다. 10년 간격으로 촬영된 위성사진들은 바닥이 드러난 차드호와 케냐의 나쿠루호, 빅토리아호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줬다.
사실 거대 호수들의 고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프리카 중부 차드호와 중앙아시아의 아랄해, 중동의 사해는 한때 세계적으로 이름 높았던 특색 있는 호수들이었지만 무분별한 물 끌어쓰기와 기후변화 때문에 오히려 `환경 재앙'으로 변질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호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제 협력과 전지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하지만 국경과 국익에 막혀, 개발과 이기주의에 막히기 일쑤다.
# 1. 사하라에 합병돼가는 차드호
차드호는 한때 차드, 니제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카메룬, 수단, 알제리, 리비아 등 8개국에 걸쳐 막대한 수역(水域)을 자랑하던 호수였다. 그러나 태고 이래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터전이 돼왔던 차드호는 불과 40년만에 20분의1로 줄어들면서 대부분 지역이 말라붙은 땅으로 변하고 말았다.
왼쪽은 1968년 미국 아폴로7호 우주선 비행사가 촬영한 차드호의 모습
오른쪽은 2002년 항공촬영한 차드호. 사막화로 인해 먼지바람에 덮여가고 있다.
차드호의 위기가 시작된 것은 1960년 나이지리아, 차드, 니제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카메룬 등이 일제히 독립하면서부터. 신생공화국 정부들은 개발을 위해 대대적으로 물길을 만들고 호수 물을 농업용수로 뽑아 쓰기 시작했다. 결과는 무서웠다. 1963년 차드호 면적은 2만5000㎢였으나 10년 뒤인 1973년 1만5400㎢로 줄더니, 1982년에는 2276㎢로 급감했다. 1994년에는 1756㎢, 2003년에는 1350㎢로 줄었다. 지구온난화로 북쪽의 사하라사막이 남쪽으로 급속히 확장된 것도 차드호 고갈을 가속화시켰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차드호는 남진(南進)해오는 사하라 사막에 잡아먹힐 것으로 보인다.
호수 고갈에 따른 생태계 파괴는 불 보듯 뻔한 결과였다. 호수 생물종들 대부분이 사라졌고, 마른 땅이 된 호수 바닥엔 외래동식물이 자리를 잡았다. 차드호의 물로 살아가던 숲들도 사라졌다. 주변국들은 차드호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2000년대 들어와 공동 작업에 들어갔지만 역부족이다. 과거 차드호가 있던 지역 주민들은 물을 마구 쓴 죄로 농업 용수 부족과 식수 오염 등 부메랑을 맞아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 2. 세 조각으로 나뉘어가는 아랄해
아랄해는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사이에 위치해있다. 한때 세계에서 4번째로 넓은 호수로서 `바다'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컸지만 이제는 이름을 버려야 할 판이 됐다. 1960년대 말부터 30년간 총면적의 60%가 사라지면서 거대한 호수는 대(大)아랄해와 소(小)아랄해로 나뉘었다가 이제는 세 갈래로 나뉠 지경이 됐다.
위성사진으로 확인한 아랄해의 변화. 왼쪽부터 1973년, 1987년, 2000년의 모습이다.
1963년 아랄해의 면적은 6만6100㎢였고 평균 수심 16m, 최대 수심 68m에 염분 농도는 1%였다. 그러나 인접국들이 경쟁적으로 아랄해 물을 뽑아 공업용, 농업용으로 끌어쓴데다 아랄해로 유입되는 강물까지 개발 지역으로 돌리는 바람에 호수가 말라가기 시작했다. 1965년 아랄해에 연간 유입되는 물의 양은 50㎦였으나 80년대에 이르자 아무다리야 강과 시르다리야 강의 물길이 모두 끊겨 아예 한 방울도 유입되지 않는 지경이 됐다. 1987년에 아랄해 넓이는 2만7000㎢로 줄었고, 수량은 60%가 감소했다. 이대로라면 2020년에는 아랄해 완전히 막힐 것으로 UNEP는 보고 있다.
아랄해 주변의 어민들은 살길이 막혔다. 60년대 아랄해 어민은 6만명에 이르렀지만 1980년대에는 상업 어로가 완전히 사라졌다. 농업용수가 모자라고 가뭄이 늘면서 농작물 생장기간이 짧아지고 벼 수확량도 줄었다. 재앙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호수 물이 마르면서 염분, 미네랄 농도가 높아져 아랄해는 주변 생태계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환경 괴물'이 되고 말았다.
호수 바닥이 드러나면서 거센 바람이 흙먼지를 불러일으킨 것. 아랄해가 있는 아랄스크 지역에는 반경 300㎞에 걸쳐 매일 20만톤의 소금과 모래가 공기를 타고 날아다닌다. 게다가 마실물이 오염돼 박테리아가 넘치고 잔류농약과 염분 농도가 높아지면서 질병이 넘쳐나고 있다. 주민들은 제초제 중독과 중금속 오염에 시달린다. 결핵, 간염, 후두암, 장티푸스 발병률이 인근 지역들보다 3배 이상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떠날 곳 없는 빈민들만 남아 이런 환경 재앙을 몸으로 견뎌내고 있다.
UNEP를 비롯한 환경 기구들이 1997년 `아랄해 살리기 국제기금(IFSAS)'을 만들고 보전작업에 착수, 강물이 유입되게 만들었으나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카자흐스탄 정부가 자국내에 있는 소아랄해 보전계획을 발표했지만, 우즈베키스탄 쪽 대아랄해로 들어가는 지류들은 오히려 막겠다는 것이어서 `제로 섬 게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 3. 포화상태에 이른 사해
요르단과 이스라엘 사이에 있는 짠물호수 사해는 요르단강에서 물이 유입되지만 건조기후 때문에 들어오는 만큼 수분이 증발, 일정한 수량을 유지해왔다. 유출구가 없는 독특한 호수인데다 염분 농도가 높아 사람이 들어가면 둥둥 뜨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고기는 살지 않지만 미네랄 함유량이 많아 `천연 병원'으로 이름 높고, 주변에 유대교-기독교-이슬람 성지가 몰려 있어 천혜의 관광지로도 각광을 받아왔다. 해발 고도 돥400m에 위치한 세계 최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해는 요즘 말 그대로 `죽은 바다'가 되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이 사막지대 관개용수로 요르단강 물을 뽑아 쓰면서 수량이 줄고 염분 농도가 30%를 웃돌면서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것. 반세기 동안 수량은 3분의1로 줄었다. UNEP에 따르면 사해의 수면은 연평균 80㎝씩 낮아지고 있다. 사해 호숫가에는 소금덩이들이 말라붙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2050년쯤에는 모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1989년(왼쪽)과 2001년(오른쪽)의 사해.
사해를 공유하고 있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은 홍해의 물을 끌어들여 사해로 흘려보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요르단 남부 홍해에 면한 아카바 항구에서 사해에 이르는 파이프라인 건설은 자금을 다 마련하지 못해 쉽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또 홍해 물 끌어오기는 미봉책일 뿐이며, 사해의 생명을 20~30년 정도 늦추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탈 미술품, 도난 미술품 (0) | 2005.11.26 |
---|---|
낙타 이야기 1 (0) | 2005.11.23 |
인텔리데이팅 (0) | 2005.11.09 |
'태초의 빛'을 잡다 (0) | 2005.11.04 |
쥐들도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0) | 2005.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