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남녀평등 수준이 세계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의 민간 싱크탱크인 세계경제포럼(WEF)이 세계 142개국을 대상으로 남녀 성별 간 사회적·정치적·경제적 격차를 조사해 27일 공개한 ‘2014 글로벌 성 격차(Gender Gap)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최하위권인 117위로 나타났다.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06년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국가에서 성별 격차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지난해 111위에서 오히려 6단계 하락했다.
상위권에는 아이슬란드·핀란드·노르웨이·덴마크 등 북유럽권 국가들이 많았으며, 니카라과·르완다·필리핀·라트비아 등 중남미와 아프리카, 동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순위가 높은 나라들이 두루 나왔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성별 격차가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 우간다(88위), 타지키스탄(102위), 인도(114위)보다도 낮았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WEF가 매년 발표하는 이 보고서는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세계 각국의 남녀 간 격차가 얼마나 개선되고 있으며 어떤 차별이 남아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보고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같은 일을 하는 남녀 간 임금 차이, 성별 문자해독률, 초등·중등·고등교육을 받는 비율, 출생 성비와 기대수명, 의회 의석수·각료직 여성 비율과 최근 50년 동안 국가수반에 여성이 재임한 기간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성별 격차가 없는 상태, 즉 완전한 양성 평등 상태를 1로 보고 지수를 산정했을 때 1위인 아이슬란드는 0.8594이었고, 한국은 0.6403으로 나타났다. 꼴찌인 142위는 예멘이었다. 북한은 자료가 충분치 않아 평가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의 전반적인 성별 격차는 지난해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모든 분야에서 남녀 간 차이가 컸다. 교육분야에서 호주와 슬로바키아 등 25개국이 완전평등으로 나타난 반면 한국은 103위에 그쳤다. 보건과 기대수명에서도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35개국이 완전평등을 이뤘으나 한국은 74위였다. 같은 일을 한다고 봤을 때 한국의 성별 임금 차이는 특히 커서, 125위에 머물렀다. 고위직·전문직 여성 비율과 의회·내각 여성비율이 과거보다 늘긴 했으나 여전히 한국은 여성의 정치적 영향력 면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아프리카·중남미 국가들은 양성 평등 면에서는 큰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됐다. 국회의원 중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유일한 나라인 중부 아프리카의 르완다는 2003년 ‘성 인지적 헌법’을 도입, 모든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에 적어도 여성이 30% 이상 포함되게 했다. 그 결과 2008년부터 여성 의원 수가 남성을 앞질렀다.
반면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들은 양성 평등에서 크게 뒤쳐져 있었다. 중동·북아프리카 이슬람국가들 대부분은 모든 분야에서 차별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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