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한국 사회, 안과 밖

골프 상대까지 공개하는 오바마... 외국 정상들은 일정 공개 어떻게 하나

딸기21 2014. 10. 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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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오전 11시 15분 백악관 팜룸(Palm Room)에 들렀다가 11시 40분 남쪽 잔디밭에 모습을 드러냈다. 10분 뒤 오바마는 메릴랜드주에 있는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떠났다. 기지를 방문한 뒤 오후 2시에는 렌튼기술대학에 가서 경제성장과 일자리 문제에 대해 연설했다. 이후 캘리포니아로 이동해 5시에 로스앤젤레스(LA)국제공항에 도착했다. 5시45분 LA의 스타트업(소규모 창업프로젝트) 공동체인 ‘크로스 캠퍼스’를 둘러봤고, 6시 5분부터 이 공동체 입주 멤버들과의 모임에 참석했다. 이날의 스케줄은 8시 55분 민주당전국위원회 행사에서 연설과 질의응답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오바마의 일정은 거의 모두 언론에 공개됐다. 미국 대통령의 행적은 사실상 24시간 내내 언론에 노출돼 있다. 안전·경호 문제로 사전에는 시간 단위로 대략적인 일정만 공개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나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모두가 알 수 있게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일례로 오바마는 마서스 비니어드 섬에서 휴가를 보내던 8월 23일 팜넥 골프클럽에서 오전 10시47분부터 오후 4시11분까지 골프를 쳤다. 함께 한 사람은 왕년의 프로농구 스타 알론조 모닝, 오랜 친구 사이 워커, 백악관 참모 조 폴슨이었다.

미국 백악관 웹사이트(www.whitehouse.gov)에 공개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9일 일정.


민주주의가 정착된 미국과 유럽 등의 여러 나라에서 국가 수반의 일정에 ‘미스터리’가 끼어드는 일은 거의 없다. 대통령이 무엇을 하는지 국민이 알아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미 백악관과 출입기자단 사이에는 일종의 신사협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순번을 정해 오바마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제외하고 1년 365일, 24시간 전담 마크하며 시시콜콜한 행적까지 모두 기록하며, 백악관은 기자들의 취재에 적극 협조한다.


기자들이 보도하지 않더라도, 백악관은 웹사이트를 통해 대통령의 일정을 분 단위로 낱낱이 공개한다. 오바마가 휴가중일 때 이라크 이슬람국가(IS)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오바마의 ‘한가한 골프’를 지적한 언론들도 많았다. 이런 비판이 빗발친다는 이유로 백악관이 대통령의 행적을 비공개로 돌리는 일은 없다.

물론 대통령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위험지역을 방문할 때에는 경호·안전 상의 이유로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바마의 아프간 방문 등은 늘 ‘깜짝 방문’이라는 소개와 함께 보도된다. 대통령이 간혹 개인적인 일정을 공표하지 않을 때도 있다. 오바마는 지난 5월 29일 오후 백악관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점심을 먹었으나 이를 일정표에 공개하지 않았고 기자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 클린턴 쪽에서 보도가 흘러나왔고,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항의를 받았다. 백악관은 즉시 클린턴과의 오찬을 확인하는 성명을 냈으나 ‘비밀 회동’을 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프랑스 엘리제궁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일정을 웹사이트(www.elysee.fr)에 공개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일정은 웹사이트(www.kantei.go.jp)에 실릴 뿐아니라, 분 단위로 언론에 공개된다.

청와대 웹사이트(www.president.go.kr)에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의 10일 일정.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일정도 분 단위로 공개된다. 도쿄의 사저를 출발해 각료회의를 하고 면담을 하고 의회에 출석하고 외국 정상과 전화통화를 하고 일반인들과 사진을 찍는 모든 일정이 공개된다. 언론들은 ‘총리일지’ 또는 ‘수상(총리)동정’이라는 이름으로 총리의 행적을 상세히 공개하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응한다. 히로시마 산사태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난 지난 8월 휴가 중이던 아베 총리가 잠시 관저에 나왔다가 다시 별장으로 돌아간 일이 알려져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가수반이라 해도 사생활이 없을 수는 없다. 때론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폭로가 이슈가 되기도 한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삼각 스캔들’에 시달렸다. 오랜 동거 파트너였던 세골렌 루아얄 전 사회당 대선후보와 결별하고 기자 출신의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와 동거했던 올랑드는 새 동거녀를 놔두고 또 다른 여성과 밀회를 하다 들켰다. 

결국 올랑드는 트리에르바일레와 결별했지만 이 과정에서 새 연인인 여배우 쥘리 가예에 대한 지나친 폭로성 보도가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이는 국가수반과 관련 없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관련된 문제였으며, 대통령의 일정은 엘리제궁 홈페이지에 매일 공개된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사생활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래도 언론의 눈을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지난 7월 ‘미궁 속 독재자의 생활’이라는 제목으로 푸틴의 일상생활을 소개한 기사를 실었다. 신문에 따르면 푸틴은 ‘올빼미형’이다. 밤 늦게까지 일하고, 늦게 일어나 치즈와 오믈렛 정도로 간단한 아침을 먹는다. 푸틴이 먹는 식재료는 러시아 정교회 지도자인 키릴 대주교 소유의 농장에서 가져온다. 

오후 일과는 집무실에서 관료들의 브리핑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보안을 중시해 늘 서면보고를 받으며, 언론보도도 반드시 종이 인쇄본으로 체크한다. 그러나 크렘린이 푸틴의 일정을 미리 공개하거나 언론에 ‘투명하게’ 알리는 일은 없다. 인디펜던트는 “푸틴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든 것이 ‘의례화’ 돼있어서 우연한 행보는 없다”며 “감옥처럼 격리된 채 완벽히 통제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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