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이냐 원자력이냐.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소비를 늘리겠다며 유럽이 야심찬 에너지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터빈을 돌리는 바람이 국경을 넘기는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여전히 유럽 내에서조차 자국 에너지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의 유통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23일과 24일 이틀 동안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28개국 정상들이 모여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목표를 결정합니다. 이 회의에서 스페인과 프랑스 간에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2일 보도했습니다.
이쯤에서 등장해주는...그레이트 피레니즈. 기사와는 상관이 있는 듯 없는 듯~ ㅎㅎ 이런 개가 사는 집의 옆집에라도 살아봤음 좋겠어요. 사진/위키피디아
핵심 이슈는 양국간 접경인 피레네 산지의 송전설비 설치 문제입니다. 스페인은 최근 풍력발전량이 늘어나자 유럽국들로 전기를 수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가 피레네 지역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송전선 설치를 막아 수출길이 차단됐다는 게 스페인 측의 주장입니다.
스페인은 EU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할 계획입니다. 스페인은 “유럽의 에너지망을 통합시키는 것이 EU의 목표이지만 프랑스의 고집 때문에 우리만 고립된 섬처럼 돼버렸다”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피레네 산지를 지나는 송전망 건설이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며,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국의 핵발전 산업을 보호하려는 속내가 들어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프랑스는 전체 에너지의 75%를 핵발전으로 충당하고 있지요. 피레네 지역 주민들도 터널을 뚫고 송전탑을 설치하면 관광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스페인-프랑스 간 송전망 문제는 EU가 추진 중인 에너지망 통합이 현실에서 어떤 어려움에 부딪치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했습니다.
또 기사와 상관 있는 듯 없는 듯 올려보는... 피레네의 절경. 우와아... 사진/위키피디아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둘러싸고도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U 전문매체 유랙티브가 지난 17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고
- 에너지효율성을 30% 높여
- 역내 에너지 소비량의 27%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게 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렇게 되면 2030년에는 1990년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43~5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2050년까지는 1990년 대비 85~90%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하네요.
하지만 이 목표를 ‘의무’로 할 것인지, 목표치를 이 구상대로 정할 것인지 등을 놓고 각국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유럽의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 목표, 합의 이뤄질까
EU의 ‘에너지 패키지’라 불리는 이 구상에 가장 크게 반대하는 나라는 탄광을 많이 갖고 있는 폴란드입니다. 폐광과 실직이 속출할 게 뻔하기 때문이죠. 에바 코파츠 폴란드 총리는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에너지 패키지에 반대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폴란드와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4개국(‘비세그라드 그룹’)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5%로 낮추길 바라고 있습니다.
유럽국들의 에너지 소비량에서 재생가능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 스웨덴은 2020년 목표치가 49%인데 이미 2012년 51%로 목표치를 초과했습니다.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아이슬란드는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무려 76%에 이릅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는 EU의 목표치에 동의하면서도, 이를 의무 조항으로 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반유럽 정서가 큰 영국 내에서 “EU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재생가능에너지가 지금도 에너지 소비의 51%에 이르는 스웨덴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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