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프란치스코 교황의 잘 알려지지 않은 면면들

딸기21 2014. 8. 11. 15:56
728x90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3월 즉위 이래, ‘파파 프란치스코’의 행보는 세계의 관심사다.

 

미국 종교관련 통신인 RNS는 교황의 한국방문과 내년초로 예정된 스리랑카·필리핀 방문 등을 들며 “가톨릭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아시아 가톨릭을 중시하겠다는 뜻”이라고 10일 분석했다. 교황은 어떤 전임자보다도 로마가톨릭 주류에서 벗어난 모습을 많이 보여왔고, 또 지구촌 구석구석에 관심을 표해왔다. 그 뒤에는 남미의 슬럼가를 곁에 두고 사목활동을 해온 교황의 인생의 면면이 배어있다. 아르헨티나 언론들과 가톨릭뉴스서비스(CNS), 바티칸인사이더 등의 보도를 통해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교황의 이면들을 알아본다.


한 소녀 때문에 사제 꿈 접을 뻔


아이들을 유난히 좋아하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강조해온 교황에게는, 젊은 시절 사제의 길을 포기할뻔한 만남이 있었다. 프란치스코는 한 인터뷰에서 “신학생 시절 삼촌 결혼식에서 만난 소녀 때문에 사제의 꿈을 접을 뻔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소녀의 미모와 총명함에 한눈에 반했고, 결혼식에 다녀온 뒤 일주일동안 기도를 하려고 해도 그 소녀만 떠올랐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신학생 신분인 그는 결국 마음을 접었다. 



이 인터뷰는 2012년 아르헨티나에서 발행된 <천국과 지상에 대해>라는 책에 실렸다. 당시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의 추기경이었던 프란치스코는 가톨릭의 사제 독신주의도 바뀔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며, “동방정교에서는 결혼한 훌륭한 사제들이 많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공항보다 거리를 오가는 성직자


교황은 신부가 된 뒤 독일에서 신학공부를 했고, 아일랜드에도 가본 적 있다. 하지만 공식 행사가 아니면 외국을 방문한 적이 거의 없다. 1973년 예루살렘에 순례 갔다가 이스라엘이 4차 중동전쟁(욤키푸르전쟁)을 일으키는 바람에 중도 귀국했다. 미국엔 지금껏 가본 적이 없다. 교황이 된 뒤 지난해 방문한 이탈리아 밖 나라는 브라질 뿐이었다. 그 대신 바티칸의 무료급식소, ‘난민섬’ 람페두사, 성자 프란치스코 유적지의 빈민시설 등을 찾았다. 


전철을 탄 주교님. AP/LAPRESSE


이탈리아 시사잡지 리메스는 “교황은 주교·추기경 시절에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다”며 “그는 ‘공항 주교(항공기 여행을 즐기는 고위성직자)’가 아니라 양들을 찾아다니는 거리의 목자”라고 보도했다.


교황의 멘토는 우크라이나 사제


지난 3월 교황은 우크라이나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기원하며 바티칸에서 비둘기를 날렸다. 교황과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큰 인연이 있다. 젊은 시절 그가 멘토로 삼았던 인물은 1978년 사망한 우크라이나 사제 스테판 치밀이었다. 치밀은 로마가톨릭이 아닌 정교 사제였으나 1948년부터 12년간 아르헨티나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젊은 마리오 베르고글리오(교황의 즉위 전 이름) 신부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꽤 큰 규모의 우크라이나계 정교 공동체가 있었는데 가톨릭 측은 이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교황은 치밀을 멘토로 여기며 가까이 지냈다. 교황은 지금도 가톨릭 내에서 정교 신학을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 6월 바티칸에 유대교와 이슬람 신학자들을 초청하면서 교황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정교 지도자인 콘스탄티노플 대주교도 초대했다.


대주교 시절 교구 파산시킬 뻔?


교황은 바티칸 부패의 온상인 바티칸은행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선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스캔들도 많은 바티칸은행을 교황이 아예 폐쇄해버릴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교황이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에 교구 재정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한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교황은 교구와 지역 은행들 사이의 결탁관계를 끊고 교구 금융거래에 ‘세속과 똑같은 투명한 기준’을 요구했고, 교구에서는 “이러다가는 파산한다”고 아우성을 쳤다는 것이다.


크리스티나와 프란치스코... 별로 친하진 않았지만 일단은 웃으며. /위키피디아



교황 선출 뒤 고향에선 ‘음모론’


어떤 예언자도 고향에선 핍박받는다는 말처럼,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자 아르헨티나의 몇몇 친정부 언론들은 “바티칸 안에 음모가 있다”며 그를 깎아내리는 기사들을 실었다. 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정권과 교황이 번번이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황의 인기가 치솟고 아르헨티나 국민들 사이에서 교황이 수퍼스타로 부상하자,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언제 그랬냐는 듯 교황붐을 끌어안았다. 페르난데스는 지난해 교황의 브라질 방문 때 리우데자네이루까지 찾아와 미사를 들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