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유럽, ‘돈줄’ 중국 앞에 인권도 뒷전

딸기21 2014. 7. 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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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내륙 청두(成都)에서 6일 일정을 시작한 뒤 베이징(北京)으로 이동해 리커창(李克强) 총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잇따라 만나고 8일 베를린으로 돌아간다. 리 총리는 메르켈의 2박3일 일정 중 이틀간의 저녁을 모두 함께하며 경제·교육·문화 등 다방면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메르켈에게는 2005년 집권 이래 7번째 중국 방문이다.

 

최근 몇 년 새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중국 지도부 인사들의 왕래가 잦아졌다. 세계의 공장을 넘어 세계의 ‘돈줄’로 부상한 중국을 잡기 위해 유럽 각국이 앞다퉈 베이징 앞에 줄을 서는 듯한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 왼쪽)가 리커창 중국 총리와 7일 베이징 천단공원을 방문해 중국인·독일인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베이징 _ EPA연합뉴스


특히 독일과 중국의 관계는 가깝다. 지난 3월 시 주석이 베를린을 방문했고, 이어 독일 외교·경제장관이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이번에 메르켈이 베이징을 찾았고, 가을에는 중국 외교·경제 수장들이 독일을 답방한다.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세바스티안 헬리만 소장은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가 황금시대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의 방중에는 지멘스, 폭스바겐, 루프트한자, 도이체방크, 에어버스 경영진 등 재계 인사들도 동행했다.

 

독일은 늘 대외관계에서 인권을 강조해왔으나 미국·유럽연합(EU)에 이어 3번째 무역 파트너인 중국을 상대할 때면 인권 문제는 뒤로 밀린다. 메르켈은 시 주석과 만나 중국 인권 문제도 거론했다고 했지만, 독일 관리들은 “그런 문제는 비공개로 얘기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아마도 중국 반체제 미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의 베를린 방문을 허용해달라는 요청에서 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신 메르켈은 7일 리 총리와 회담에서 800억위안(약 13조원) 규모의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 자격을 얻었다. 독일은 이를 통해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로 중국 안에서 주식과 채권, 펀드 등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또 고위급 재무·금융대화 채널을 가동해 올해를 ‘양국 협력혁신의 해’로 만들기로 하는 등 경제적인 성과를 얻었다.

 

세계의 인권지킴이 역할을 포기하면서까지 중국 붙잡기에 나선 유럽국은 독일뿐이 아니다. 자국에서 인기가 바닥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3월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중국과의 협력 강화라는 외교 성과에 올인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이는 2012년 말 달라이 라마를 만난 괴씸죄로 중국과 관계가 나빠진 뒤 결국 백기를 들었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사례와 대조를 이뤘다. 중국으로부터 방중 계획 취소, 중국 기업의 잇따른 투자 보류 같은 철퇴를 맞은 캐머런은 지난해 12월 베이징을 찾고 나서야 틀어진 관계를 풀었다. 리 총리는 지난달 300억달러(약 30조원)어치의 투자계약을 들고 영국을 방문해 환대를 받았다.



EU 쪽에서 보면 중국은 미국에 이은 2번째 교역 상대이지만 1위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EU통계국에 따르면 유럽과 중국 사이에는 하루 평균 10억달러(약 1조원)꼴의 교역이 이뤄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교역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유럽이 중국산 소비재를 많이 들여온 탓에 무역수지 적자가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비스 분야 교역에서 유럽의 흑자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2008년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유럽의 주요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투자유치에 사활을 건 마테오 렌치 신임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달 중국을 찾아가 “중국이 이탈리아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만이 중국의 티베트 탄압을 문제삼으며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 세계 어느 곳의 인권침해이든 모두 자국 법원에 기소할 수 있게 한 ‘보편적 기소권’을 인정하는 스페인 법원은 지난 2월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체포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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