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가 계속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주요 에너지시설은 이미 상당수 반군에 점령당했다. 미국은 제한적 공습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나 이라크 내 종파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상황을 안정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군은 21일 수도 바그다드 외곽 안바르주의 알카임 등을 추가로 장악했다. 지난주 내내 치안군과 반군의 공방전이 벌어졌던 북부의 바이지도 결국 반군의 수중에 떨어졌다. 바이지는 이라크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곳이다. 반군은 수력발전소가 있는 유프라테스강 상류의 하디타댐도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 이라크의 동맥 격인 에너지시설들을 점령, 정부의 숨통을 죄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국경검문소들도 반군 통제하에 들어갔다. 이라크군은 22일 국영방송을 통해 반군이 장악한 티크리트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공습 준비’
미국은 여전히 군사적 개입 방침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나, 제한적 공습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반군이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점령한 뒤 항공모함과 상륙함을 걸프로 이동시킨 미국은 대사관 등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일부 병력을 배치한 데 이어 지난주 특수부대(그린베레)를 파병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지상군 투입’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600명 가까운 미군을 이라크에 들여보낸 것이다.
미국인들을 안전지대로 옮기고 미국 시설 경비병력을 확충하는 한편 정보수집을 위한 병력까지 투입했다는 것은 실질적인 공습 준비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특수부대의 주요 임무는 공습 시 목표물을 설정할 수 있도록 반군 기지와 주요 시설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방위 외교접촉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2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이라크 사태 개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 내에서도 이란과의 협력을 놓고 목소리가 엇갈려, 이라크 사태에 대한 양국의 협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이 앞선 이란 핵협상에서 이란 대표들과 만나 이라크 사태 해결을 위한 양국의 ‘용인할 수 있는 선’에 대해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이 높다. 또 제이컵 류 재무장관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반군의 돈줄을 끊으라고 요구했다. 사우디는 과거 미국의 수차례 이라크 공격 때 자금지원과 아랍권 여론조성을 맡아왔다.
이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1일 중동과 유럽을 방문하기 위해 워싱턴을 떠났다. 케리는 이집트·요르단과 벨기에, 프랑스 등을 방문해 이라크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요르단과 유럽연합(EU) 정상들을 만나 이라크에 시아·수니파, 쿠르드족을 포괄하는 새 연립정부가 들어설 수 있도록 압박할 방안을 의논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라크 ‘연립정부 구성’ 압박
케리는 유럽에 들렀다 이라크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문에서 케리가 누리 알말리키 정부에 ‘최후통첩’을 할 가능성이 높다. 연립정부를 구성해 수니파의 반발을 잠재우고 내정을 정비할 것을 미국은 요구하고 있다. 오바마는 지난 20일 CNN과 인터뷰하면서 “이라크 지도자들이 종파 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화력만으로는 그 나라를 하나로 만들 수 없다”며 이라크 정부에 ‘통합’을 다시 주문했다.
반면 시아파 정권은 오히려 종파분쟁을 부추기고 있다. 전황이 심각해지자 알말리키 총리는 북부 쿠르드 지역의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시아파 2000명을 풀어주며 수니파 반군과 싸울 것을 지시했다고 쿠르드 언론 러다우가 보도했다. 풀려난 이들은 사형·무기징역 등을 선고받은 시아파 무장세력 출신들이다. 바그다드에서는 시아파 무장조직 지도자 모크타다 알사드르가 민병대 1만명을 모아 세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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