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시아파 정권을 돕기 위해 이란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란에서 ‘이라크 지키기’를 호소하는 온라인 청원운동이 벌어졌다. 20여년 전 전쟁을 치른 두 나라의 관계가 상전벽해처럼 변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8년 전쟁 치렀던 이란, 이제는 "이라크를 돕자"
AFP통신은 이란인들이 이라크를 다시 내전 위기로 내몰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반군에 맞서 시아파 성지를 지켜야 한다며 온라인 청원운동에 돌입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 정부를 돕자는 취지로 개설된 하림시아(harimshia.org)라는 웹사이트에는 벌써 5000명의 동참 서명이 올라왔다. ‘하림시아’는 ‘시아파의 집’이라는 뜻이다.
'하림시아' 웹사이트
사이트를 개설한 이들은 자신들을 “시아의 성전을 지키기 위한 인민 사령부”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최고종교지도자(이란의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의 명령이 떨어지면 이라크 내 시아파 성전을 지키러 나가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서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 이슬람권에서 시아파의 종주국은 이란이지만, 이슬람의 두 주요 분파인 수니와 시아가 갈라져나간 지역은 오늘날의 이라크다. 이라크 중부의 카르발라에서 680년 예언자 무함마드의 손자 후세인이 이슬람 내 경쟁자들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시아파가 갈라져나온 계기가 됐다. 시아는 후세인의 아버지인 알리를 따르는 사람들, 즉 ‘시아 알리’에서 나온 말이다.
이라크의 카르발라와 나자프는 시아파의 성지
이 때문에 시아파들에게는 카르발라가 최고 성지 중의 하나이며 이란의 시아파들도 이 곳에 성지순례를 하러 가곤 한다. 이라크 수니 반군은 바그다드 남쪽에 있는 카르발라와 인근 나자프, 바그다드 북쪽의 사마라 등지의 시아파 사원들을 공격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아직까지는 무위에 그쳤다.
민간에서 ‘이라크 돕기’ 운동이 일어나고는 있지만 이란이 어느 정도나 개입할지는 아직은 불확실하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라크 정부가 도움을 요청해오면 도울 준비가 돼 있지만 아직 그런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란 정예부대 혁명수비대원 2000명 가량이 이라크로 넘어가 이라크 치안군을 지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미국과 이란이 이라크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미국은 이란과 군사적 협력을 해 이라크 정부를 지원하는 일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라크 상황은 점점 종파간 내전으로...
앞서 13일 이라크 시아파 최고성직자 알리 알시스타니는 수니파 극단주의 반군인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에 맞서 항전을 벌이라고 이라크인들에게 촉구했다. 남부의 시아파가 북부의 수니파에 맞서 결집하면서, 이라크의 상황은 점점 종파간 내전 쪽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라크의 알말리키 총리가 시아파 정실주의로 정권을 운영하면서 수니파의 불만이 커진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며 수니파와 쿠르드족을 포괄하는 통합정부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알말리키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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