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에서 극단주의 조직이 여학생들을 집단 납치, 세계에 충격을 줬습니다. 어떤 사건인지 알아봅니다.
보코하람의 여학생 납치, 어떻게 진행됐나
나이지리아 이슬람 무장세력 보코하람이 지난달 14일 나이지리아 동북부 보르노주 치보크의 한 중학교를 습격해 기숙사에서 잠을 자던 16~18세 여학생 329명을 납치했습니다. 이 중 53명은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나머지 276명은 아직도 보코하람에게 붙잡혀 있습니다. 억류된 여학생 중 2명은 뱀에 물려 숨졌으며, 기독교인 여학생들은 강제로 이슬람으로 개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코하람은 억류 중인 여학생들은 노예시장에 팔겠다고 했다는데
보코하람은 지난 5일 납치한 여학생들을 ”인신매매 시장에 내다 팔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어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다. 여학생들은 결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다른 학교도 공격해 더 많은 여학생들을 납치하겠다. 12세, 9세 소녀들을 시집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P통신은 이미 납치된 여학생 일부가 보코하람 조직원들과 강제로 결혼하거나 약 12달러에 차드나 카메룬 등 이웃 국가의 보코하람 대원들에게 신부로 팔려갔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보코하람은 어떤 조직이길래 그런 짓을 하는 건지
보코하람은 모든 서구식 교육을 죄악으로 간주하고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극단조직입니다. 이슬람을 내세우긴 했지만 사실 무장한 군벌, 갱조직에 가깝다고 봐야 합니다.
Who are Nigeria's Boko Haram Islamists? /BBC
나이지리아의 정치 지형은 기독교 중심의 남부와 무슬림 중심의 북부로 양분돼 있습니다. 여기에 종족갈등, 자원배분 갈등이 겹쳐져 있지요. 가난하고 일자리가 없는 북부 무슬림 청년들이 보코하람에 가입합니다.
지도자는 아부바카르 셰카우라는 인물인데 이전에도 여러 차례 납치와 학살을 저질러 이미 아프리카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현상수배범입니다. 미 국무부는 2012년 알카에다의 지원을 받고 있는 보코하람을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린 후 그에게 700만달러(71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었으며, 나이지리아 정부도 5000만나이라(약 3억원)의 현상금을 지급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그 동안 나이지리아 정부는 무엇을 했나
무능력과 뒷북 대응, 거짓과 엄포로 일관했습니다. 납치사건이 발생한 날 밤 200명가량의 무장괴한들이 2시간 쯤 후 들이닥칠 것이라는 제보전화가 와서 현지 경비군이 군부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원도 안 해준 군 당국은 보코하람이 여학생 80여명을 납치했지만 8명만 빼고 전원 구조하는데 성공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학부모들이 몰려와 항의하자 정부는 실종자 숫자를 계속 수정했습니다. 보다 못한 가족들이 직접 보코하람 은신처를 수색하겠다고 나섰지만 그 사이 보코하람은 학생들을 데리고 삼비사라는 거대한 숲 깊숙이 도망쳤습니다.
Inside Nigeria's Sambisa forest, the Boko Haram hideout where kidnapped school girls are believed to be held /Guardian
굿럭 조너선 대통령은 납치 3주 만인 지난 3일에야 처음으로 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대통령 부인은 항의 시위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유언비어를 퍼뜨리지 말라’고 엄포를 놨습니다. 어째 많이 본 씁쓸한 풍경입니다. 경찰이 학부모들을 연행하면서 시민들의 분노에 불이 붙었고 수도 아부자 등지에서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인신매매가 많이 벌어지고 있나
현대 사회에선 노예제가 사라진 것으로들 알지만, 실제로는 지금이 역사상 어떤 시기보다 노예 수가 많습니다. 노예의 머릿수로만 보면요. 성노예로 매매되는 여성들을 포함해서, 세계적으로 2700만명 이상이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끊어지지 않는 사슬 -2천7백만 노예들에 침묵하는 세계
보이지 않는 사람들- 21세기 노예제, 그 현장을 가다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 동유럽이 인신매매되는 노예의 주공급처입니다. 열강들의 점령 시기에 흑인 노예노동력 공급원이었던 서아프리카의 미성년 여성 인신매매는 아주 심각합니다.
유엔은 미성년자 인신매매를 심각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만 그 수치는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유엔 ‘글로벌 인신매매 보고서’를 보면, 전체 인신매매 건수 중 미성년자 인신매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7~2010년 27%였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중동에서는 인신매매 피해자의 3분의 2 이상이 미성년자들입니다. 인신매매 미성년자 3명 가운데 2명은 소녀들이며, 이들 대부분은 성노예 목적으로 거래된다고 합니다.
인신매매란 무엇인가 /유엔 마약범죄국(UNODC)
각국이 납치된 여학생들의 구출작전을 지원하고 있다는데
나이지리아 정부는 외부의 도움을 거절하다가 뒤늦게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스페인 등의 인질사건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프랑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이지리아와 주변국들이 참여하는 정상회의를 열자고 제안했고, 미국과 영국 등을 초청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이스라엘 등은 인질 전문가들과 장비를 지원했습니다. 나이지리아 인권단체들은 더이상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코하람에 대한 제재를 내려달라고 청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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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나이지리아 피랍 소녀 구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난 주말 로스앤젤레스, 뉴욕, 런던 등에서는 “여학생들을 팔지 말라”고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총탄을 맞았던 파키스탄 출신의 말랄라 유사프자이,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은 소셜미디어(SNS)와 인터뷰 등을 통해 “소녀들을 돌려달라(Bring Back Our Girls)”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셸 오바마는 대통령 주례 연설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나와 “우리 딸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며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이슬람권에서도 극단주의자들의 엽기적인 소행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최고재판관은 보코하람의 행위는 “이슬람의 가르침을 잘못 받아들인 것”이라고 비판했고 수니파 이슬람 최고 권위기관인 이집트의 알 아즈하르도 여학생들을 풀어주라고 요구했습니다.
Saudi Grand Mufti condemns Boko Haram over girl kidnapping /Al Arabiya
풀려난 여학생들도 친구들의 석방을 위해 캠페인에 나섰다던데
이번에 납치됐다 도망친 사라 라완이라는 소녀는 10일 AP통신 전화인터뷰에서 “납치됐을 때에는 말하기 힘들 정도로 두려웠다”면서 “다시 학교에 간다는 생각만 해도 그들이 떠올라 괴롭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라완은 “정말 두렵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학교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라완처럼 보코하람에 억류됐다가 탈출했거나 경찰의 도움으로 구출된 소녀 몇 명은 10일 가족들, 동료 학생들과 함께 피랍 상황을 증언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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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붙잡혀간 아이들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보코하람은 어제 학생들의 모습을 담았다는 동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17분 길이의 동영상에서 납치 학생들로 추정되는 130여명의 소녀들은 히잡을 쓴 채 코란을 외우며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여학생 3명이 “우리는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보코하람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찍힌 장소나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Boko Haram offers to swap abducted girls for prisoners /Nigeria The Guardian
보코하람은 “감옥에 있는 보코하람 조직원들을 모두 내보내지 않으면 이 학생들을 풀어주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노예시장에 팔아버리겠다”는 기존 입장과 달리 협상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죠.
하지만 나이지리아 정부는 동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즉시 “그런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습니다. 보르노주의 카심 세티마 주지사는 “여학생들의 소재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진위여부를 가리고 있는 중”이라면서 “아직 나이지리아 밖을 나가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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